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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Aug 23. 2022

빌리 조엘의 <비엔나Vienna>와 인생 속 나의 본질

감정 알아차림<2022.8.22>(with 교육분석)

오늘 나감정선은

노랫말 첫 줄부터 끝줄까지

그 자체로 전부였다.


오늘의 하루는 빌리 조엘의 <비엔나>로 정리되었다.

허덕거리게만 느껴졌던 나의 일정도, 교육분석을 통해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들여다본 것까지도

하루 일과의 끝에 '비엔나'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편안히 잠들었다.

나에게 '비엔나'는 무엇이었을까?



Slow down, you crazy child.

You're so ambitious for a juvenile.

But then if you're so smart, tell me why are you still so afraid?

Where's the fire? What's the hurry about?

You better cool it off before you burn it out.

You got so much to do and only so many hours in a day.

조금만 쉬어 가자, 정신없는 아이야.

넌 어린애치고는 야망이 아주 커.

하지만 똑똑하다면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말해 줄 수 있니?

왜 그렇게 급해? 뭐 때문에 그렇게 바쁜 거야?

다 불태우기 전에 좀 식히는 게 어떨까.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하루는 길지 않지.


But you know that when the truth is told

That you can get what you want or you can just get old.

You're gonna kick off before you even get halfway through.

When will you realize Vienna waits for you?

하지만 너도 알잖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네가 원하는 걸 가지거나 그냥 나이만 들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러다가는 절반도 못 가서 쓰러질 수도 있어.

언제 네가 깨달을까, 비엔나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Slow down, you're doing fine.

You can't be everything you wanna be before your time,

Although it's so romantic on the borderline tonight.

Too bad, but it's the life you lead.

You're so ahead of yourself that you forgot what you need.

Though you can see when you're wrong,

You know, you can't always see when you're right.

조금만 쉬어 가자, 잘하고 있어.

삶이 끝나기 전까지 되고 싶은 게 다 될 수는 없어.

새벽이 오는 이 밤이 너무 낭만적이긴 하지만 말이야.

안됐지만 그게 바로 네 삶이야.

마음만 앞서서 뭐가 필요한지는 잊고 말지.

네가 옳은지는 항상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니야.


You've got your passion. You've got your pride,

But don't you know that only fools are satisfied?

Dream on, but don't imagine they'll all come true.

When will you realize Vienna waits for you?

넌 열정도 가졌고 자신감도 있는데,

오로지 바보들만 현실에 안주한다는 걸 왜 모를까?

계속 꿈을 꿔, 그렇다고 그게 다 이루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마.

언제 네가 깨달을까 비엔나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Slow down, you crazy child.

Take the phone off the hook and disappear for a while.

It's all right you can afford to lose a day or two.

When will you realize Vienna waits for you?

조금만 쉬어 가자, 정신없는 아이야.

전화기는 던져 버리고 잠시 동안 사라져 보는 게 어때.

괜찮아, 하루 이틀 정도 쉬는 건.

언제 네가 깨달을까 비엔나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You know that when the truth is told

That you can get what you want or you can just get old.

You're gonna kick off before you even get halfway through.

Why don't you realize Vienna waits for you?

When will you realize Vienna waits for you?

하지만 너도 알잖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네가 원하는 걸 가지거나 그냥 나이만 들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러다가는 절반도 못 가서 쓰러질 수도 있어.

왜 넌 모를까 비엔나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언제 네가 깨달을까 비엔나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가사 해석 출처 : https://blog.naver.com/eunji980217/222665271817)



20년 지기 솔메이트 같은 11살 위 대학원 한 학기 선배 언니가 있다. 그 언니에게는 속속들이 나의 감정을 다 꺼내 놓는데,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언니뿐이다. 그런 언니를 2년도 넘게 만나지 못했다. 9월이면 4학기가 시작되고 더 바빠질 텐데, 얼마 남지 않은 날짜 안에 언니와 약속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냐~~~~~ 보고시포요~~~"

"참 늦게도 연락했다...TT 혹시 O요일 저녁 가능하니?? 6시 이후에"

"O요일은 야간에 수업이 있어서요. O요일/O요일이 가능한데... 담주 월요일 혹시??? 가능하세요? 아니면 주중에 혹시 곤란하면 다음 주 토요일 괜찮은지..."

"9월 O일 O요일 저녁으로 하자"

"네네. 아,, 언니.. 9/1부터 학기가 시작이라서 TT 미안해요. O요일 수업을 신청해 놨는데, 들을지 취소할지 생각 중이어서, 만약에 취소하면 그날 보기로 하고 며칠 있다가 연락드려도 돼요? 그 사이에 언니가 다른 일정 잡히면 어쩔 수 없고요.... 월요일은 안 되세요? 아니면 이번 주 O요일 6시 OO동 어떠세요? 그날 밤 10시에 상담이 있는데, 밤 9시에 헤어지면 충분하니깐 이날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래, 그럼 OO일 OO동 6시"

"네~~~~ 언니~~~ 드뎌 보네요 TT"

"가고 싶은 곳 생각해 놔라^^"

"ㅋㅋㅋ"



숨이 턱턱 막혔다. 가위눌리는 느낌이었다. 언니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는데, 이거 걸리고 저거 걸리고 정말 약속 하나 잡는데 짬이 없었다. '뭘 위해 이렇게 사나. 양평 갈 시간은 있나?'


엊그제 대학원 수업도 비대면에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 생각 없이 녹화 영상으로 된 수업을 줌으로, 교수님이 정해 놓은 기간 안에만 수업을 들으면 되는 거겠지? 하고는, O요일 저녁 떡 하니 논문 필수 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상담수련팀이 딱 O요일 그 시간이었지만 게의치 않고 말이다.


오늘 오전,

해당 과목 교수님의 대면 수업 여부를 확실히 알기 위해 교학팀에 전화를 걸어 교수님의 메일 주소를 알아냈다.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다. 답변은 강의실 수업이었다. 상담연구소에 전화해 사정을 전하고 O요일에서 다른 요일 저녁반으로 수련팀을 옮겼다. 기존 상담수련팀 총무님께 먼저 상황을 전했다.



O요일 오전 8시 개인상담 1개. 야간 수업 2개, 이후 교육분석. O요일 치료센터 근무. O요일 상담수련, 이후 개인상담 1개. O요일 야간 수업 1개. O요일 야간 수업 1개.


앞으로 연구소로부터 배정받을 사례에 대한 상담 시간도 확보해야 했다.

'언제 하지? 배정받은 사례는 연구소 공간에서만 상담을 해야 하는데. O요일 치료센터 근무 마치고 연구소 들러서 저녁에 상담을 한다고 해야겠구나.'


퇴근길,

빌리 조엘의 <비엔나>라는 음악을 듣게 됐다. '네가 계획한 것이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게 너의 인생이다. 그래도 꿈은 계속 꾸어라. 그게 인생이다'라는 노랫말이 내 가슴에 쏙 박혔다. 그럼과 동시에 아랫입술 직전까지 차올라 나를 꼴까닥꼴까닥 하게 만든 물이 금세 쑥 내려갔다. 숨이 쉬어졌다. 그리고 기분은 한결 가벼워졌다. 순간이었지만 개운하고 상큼해지기까지 했다. 응원을 받았다.


교육분석 시간,

선생님의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좌절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위로가 된 걸까?"


"그러게요. 내가 계획한 대로 다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그렇지만 계속 꿈을 꾸라는 노랫말이 위로가 되었어요. 그러게요. 좌절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누군가에게 '좀 쉬어도 돼'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그걸 음악으로 듣게 된 거 같아."


"맞아요. 그런데 사실 3학차 수업 때 비슷한 이야기를 교수님이 해 주신 적이 있었어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생활을 하고 있는 저의 글을 보시고, '상담사 1급 자격증을 안 따도 된다. 지금, 현재, 상담심리학을 배우는 순간을 통해 뭔가를 깨닫고 다른 방향으로도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다'면서요. 그때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어요 사실."


"그래서 상담이 어려운 거야. 상담자와 내담자의 에너지 레벨이 맞아야 하고, 내담자의 상황과 컨디션 속에서 내담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 등 이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거야. 그때는 OO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었겠지만, 오늘 듣고 싶었던 말은 '좀 쉬엄쉬엄 가도 돼'라는 말이었던 거지."


"맞아요. 그래서 그랬는지 그 노랫말에 기분이 싹 풀어졌어요. 그리고 풀 패키지로 음악을 들었어요. 프랑크 시나트라의 댓츠 라이프, 마이 웨이,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 비엔나, 디온 워릭의 그게 친구야.


"아주 중요한 경험이야. 상담자와 내담자의 에너지 레벨이 맞고, 모든 것이 집중되어, 로또 맞을 확률보다도 더 어려운 확률로 상담자와 내담자가 일치되는 순간. OO이는 그 경험을 한 거야."


"신기했어요. 쑥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자체가. 노랫말 한 개에요."



프랑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댓츠 라이프That's Life>

프랑크 시나트라, <마이 웨이My Way>

빌리 조엘Billy Joel, <피아노 맨Piano Man>

빌리 조엘, <비엔나Vienna>

디온 워릭Dionne Warwick 외, <그게 친구야That's What Friends Are For>


빌리 조엘의 <비엔나>의 그 노랫말을 필두로 나머지 4곡이 든든히 나를 받쳐주고 지지해 주는 느낌이어서 완벽한 음악 선곡들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빌리 조엘의 <비엔나> 노랫말을 듣는데, 친구 한 명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음악을 보내며, '응원 메시지~'라고 짧은 톡을 남겼다. 그리고 브런치 구독자와 작가님들이 생각났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치열하게 자기 삶을 살아 내고 있었다. 열심으로 자기를 보며. 자기 안의 무언가를 글로 풀어내며 자신을 정의해 가고 있었다. 열심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진심으로 살고 있었다.

그들과 이 음악을 나누고 싶었다.

'꿈을 꾸자. 우리의 계획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을지라도. 그래도 꿈을 꾸자!'



교육분석 중에,

"지난주 개인 수비를 받았어요. 저의 문제들이 내담자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니깐 교육분석과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수비받으면서, 머리로만 통찰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을, 실전에서 내담자를 상대로 저의 행동으로 끄집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버겁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자신 없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막 그랬어요. 수비 끝나고 집에 와서 넋 다운됐어요. 기진맥진. 수비받을 때 그렇게 울 줄은 몰랐어요. 수비도 매주는 힘드니, 격주에 한 번씩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고요."


"지금 그 언니 만나는 시간도 내기 힘들어서 몇 달 만에 약속 하나를 잡은 건데, 그리고 버겁다고 아까 허우적대지 않았나 <중략> OO이는 이상주의자야. 장단점이 있지만, 질적으로 내실을 기울이며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이러다가 OO이가 없어져 버릴 것 같아 걱정이 돼. 갑자기 기운이 싹 빠져 버릴까 봐. 지금도 충분히 바쁘거든. OO이 인생에서 지금처럼 바쁜 시기는 앞으로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OO이는 기분파이기도 해. 지금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를 봐야 할 것 같아. 지금 중요한 건 논문이고 자격증이고, OO이가 아무리 상담을 잘한다고 해도, 자격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이야, 양평. 자격증은 일이 년 뒤에 따도 되지만, 아이의 시간은 흘러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잖아."


"안 그래도 수강신청 중에 너무나 듣고 싶은 수업이 많았는데, 상담수련에 개인상담에 겹치다 보니 양평 갈 시간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도 주중에 2번은 양평에 가려고 하거든요."


"그래, 엄마가 그래도 주중에 2번은 꼭 지켜서 정해 놓은 시간과 날짜에 가면, 아이가 엄마와 있는 시간이 짧더라도 질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네. 그래서 주말에는 아이와만 오롯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주중에 인텐시브하게 상담도, 회사일도, 수련도 최대한 열심히 임하고, 주말에는 특히 더 아이와 오롯이 보내려고요. 주중 2번도 2번이지만요."



"주말에 아버지와 화해를 했고, 아이가 그 모습을 봤어요.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제가 쓰고 싶은 글의 소재가 떠올랐고요. 너무 신이 나고, 그 글을 쓴다면 제 안의 문제들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OO이가 쓰고 싶다는 글의 소재를 대강만 듣는데도, 그 시간이 OO이에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토대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도 약간의 불안정한 부분이 있잖아. 그런데 그 작업을 하고 나면 아주 단단해질 것 같아. 내공이 말이야."


"네, 저도 그때 그 소재가 떠올랐던 순간에 명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주말 아버지와의 대화도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 이제는 OO이에게 힘이 생긴 거 같아. 새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는 힘, 문제가 발생했어도 바로 풀 수 있는 힘. 그리고 '아이의 엄마'라는 힘. 아주 중요한 게 생긴 거 같아."



"오늘 어땠나, 초반엔 숨이 막힐 정도의 버거운 스케줄부터 슈퍼비전 이야기, 아버지와의 화해, 그리고 마지막 OO이가 쓰고 싶은 글까지. 어찌 보면 제각각인 이야기들이었는데."


"제각각인 이야기였지만, 점차적으로 중심으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 다른 이야기였지만, 또 하나로 이어지는 맥락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뭔가 저에게 집중이 되면서 차분해진 거 같아요."


"맞아. 자기 안에 보석이 있는데, 그걸 못 보고 바깥만 보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막 붕 떠 있다가, 지금은 내공이 생긴, 힘이 느껴지는 안정감이 느껴져. 차분한."


"네,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 이 수업도 듣고 싶고 저 수업도 듣고 싶다 할 때, 그리고 개인사례 수비를 매주 받겠다고 할 때는 자제시켰는데, 지금은 OO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라고 해도 될 것 같아. 본질을 보니깐."


"네. 근데, 제가 이제 안 할 거 같아요. 선생님이 하지 말랄 때는 하고 싶어 아쉬웠는데, 하라고 하니깐 이제는 제가 안 한다고 하네요. 하하하."



나에게도 '비엔나'가 있다. 아무리 고된 삶 속 지치고 힘든 나날이 이어지더라도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 안에 '비엔나'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내 안에 '비엔나'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생은 나의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여 준다. 인생은 생기 발랄하고 역동적인 생명력임을. 살아 있는 인간이, 죽어 있지 않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이상으로 값어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꿈을 꾸자! 설사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래도,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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