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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Aug 19. 2022

나 편하자고 하는 사과

감정 알아차림<2022.8.19>

동료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늘 가는 곳이어서 편안한 곳이다.


커피를 내주시는 분이 참 일을 잘하신다. 테이크아웃을 요청드리면 잔을 데워서 따뜻한 물을 적당히 추가로 부어 주신다. 그분 팔뚝에는 문신이 크게 그리고 넓게 새겨 있다. 나는 그 문신이 신기해서 커피를 내주실 때마다 늘 보았었다.


동료와 차를 마시고 나서 테이크아웃을 하려는데,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내가 그에게.


"근데 이건 진짜 문신이에요?" "네" "지우고 싶으면 어떡해요?" "괜찮아요" "몸에도 문신이 있으세요?"


마지막 "몸에도 문신이 있으세요?" 질문에 그가 당황했다. 그의 당황한 표정이 너무나 역력했다.

'아 내가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했구나!' 싶었다. 그제야.


"아, 내가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했군요" 했더니, 나의 동료와 그분과 커피숍 다른 동료들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나는 왜 찝찝하지?' 웃을 수가 없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서둘러 회사로 복귀했다.

그런데 두 시간 정도가 지났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안 되겠다!'

서둘러 마스크를 쓰고 바로 커피숍으로 직행했다.


다행히 근무가 교대되지 않았고, 그분은 손님들에게 커피 주문을 받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주문이 끝나고, 커피를 받아 든 손님은 저리로 자리를 옮겼다.

빈 타이밍에 들어갔다.


"저, 아까는 당황하셨죠? 죄송했어요."

"아, 아니에요. 많이들 물어봐요."


그런데 내 사과에 또 당황한 표정이었다.


"죄송했어요. 회사에서 계속 맘이 쓰여서 퇴근 전에 사과드리려고 지금 잠깐 나왔어요.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했죠?"

"아, 아니에요. 정말 괜찮습니다."


회사로 복귀했다.

사과를 했으니 사과하기 전보다는 신경 쓰였던 부분은 가셨지만, 여전히 찜찜했다.


'누굴 위한 사과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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