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것들(린, 바람에 머문다)
노희경 작가를 좋아하는데
<디어 마이 프렌즈> 10화였다.
극 중 김혜자가 아들과 주택가 어딘가 집을 찾다가
치매 증상을 보인다.
아들, 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엄마, 그럴 수도 있지. 당황하지 마.
아들은 집을 못 찾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려다
이상 낌새를 채고 당황해하는 엄마를 달래는 장면이다.
그러나 엄마는 이미 당황해하고 있었다.
극 중 여주인공 고현정은
하체마비 옛 연인의 슬로베니아 집에 와 있다.
여인은 홀딱 벗은 채 담요만 두른 채로
연인과 발코니 바깥 광장 풍경을 보고 있다.
여인은 연인에게 말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래, 아무 생각 안 해.
그때 연인의 친누나에 전화가 온다.
동생아, 그 아인 그냥 온 거야, 알지?
걔는 외동에 엄마도 있고 한국에 갈 거야.
응, 알아.
긴 하루가 저문 이 거리
나 무심코 바라본 하늘엔
바람이 불어
모두다 사라져도
부는 바람만은 내 곁을 머문다.
*노랫말 중에서
친아버지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부동산과 은행을 다녀오려 서울에 갔다
계획보다 일찍 기차를 타고 집에 왔다.
아버지는 성치 않은 몸으로
요양보호사 분과 예전 부동산을 다녀오실 예정이다.
오후 아이와 미술학원에 가기 전에
성당 성체조배실에서 한 시간 앉아 있고 싶었다.
마음을 다잡고
감정을 차분히 하고
걱정이나 두려움 등은
물걸레로 물줄기를 닦아 내듯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정리하려
앉아 있다 오고 싶었다.
기도도 하고 싶었다.
원망 짜증 화 귀찮음
지친 힘든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하느님께 말하고 싶었다.
다 쏟아내고 싶었다.
나는 내 안의 것들을 다 비워내고 싶었다.
저는 제 안의 것들을 다 비워내겠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드라마 속 내용과 대사가 다를 수 있음을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