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득하다

작은 아이 (feat. 교육분석)

by 세만월

OO이가 원하던 것을 찾은 거야.

OO이는 자기를 이해하고

자기 성장을 하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어.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그게 달라.

그리고 결국 그 긴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원하던 걸 찾아냈어.

얼마나 좋겠어, 그게.


그러니까

수업을 듣든, 상담을 하든, 동료들과 얘기를 하든

동요 없이 들을 수 있는 거야.


근데, OO이는 상담 처음 받을 때부터 그래왔어.

인간을 궁금해했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했어.


최근에 제가 동기에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선생님은 뭘 하고 싶어요 나중에? 묻길래

나는 연구가 하고 싶어요.

하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최근 저의 활동들을 보면,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들을 쓰고

미술을 배우면서는 작업을 하고

내담자와 만나서 소통을 하고

저를 놓고 연구를 하고.

좋더라고요.


OO이는 어떻게 보면 예술가야.

OO이는 자기에게 딱 맞는 애인을 만난 거야.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냐.

얼마나 재미있겠어. 흥분이 되지.


네, 맞아요.

삶과 죽음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최근에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것들을 하면서

많이 해소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박사 과정 끝나면

공부해 보려고요.


OO이가 관심 있어 하는 것들은

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아, 맞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려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트라우마와 연관 짓기보다는

OO이의 기질과 연관 짓는 것이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지난번에 이런 얘기하셨잖아요?

제가 글자 아래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는 것 같다고요.

방금 그 말씀해 주신 게 생각났어요.

글자 아래 우주 영역,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는 느낌?

그게 어떤 느낌일까?


음, 한 주술사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우주 공간?

그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기운을 제가 받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음, 연금술사같이요.

그러고 나니깐, 박사 입학 초에 제가 느꼈던

애매모호함의 정체가 이해됐어요, 방금. 말하면서요.


상담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것들 중 하나인 거죠, 제게는.


그렇지. 아무래도 상담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것들많은 거겠지.


아, 제가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가

무슨 말씀인지 이제 이해됐어요.

오늘 이야기하면서 어땠어?

재밌었어요.

지금 딱 느끼는 건, 제가 귀엽다?

위에서 조물주가 보시기에 귀엽다?

한 아이가 조물딱조물딱 거리면서

재미있게 무언가를 만지며 놀고 있는 게

귀여워 보일 것 같아요.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조물딱거리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작은 아이로 존재하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광활한 우주 안에서

커봤자 얼마나 크겠어요. 작은 아이죠, 저는.

인생은 뭘까?

삶은 뭘까?

죽음은 뭘까?를 궁금해하는 작은 어린아이.


이제 OO이가 상담 초반에 말했던

이해 안 된다는 30프로는 이해됐을까?


네, 이해됐어요.


그래, 오늘 30프로는 해결됐네.

그럼 내일 논문 미팅 때 보자고.


네.


작은 아이가 앉아서

유리구슬을 만지작거리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마음에 드는 모습이다.


작은 한 어린아이가

궁금해하는 인간과 인생은 아주 광활한 우주다.

그것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알아내면서 깨달으면서

재미있어 할 것 같다.

끝없이 궁금한 것들은 생길 것이고

그 아이는 끝없이 질문할 것이다.

그 아이는 작으나

그 아이의 머릿속은 우주로 가득할 것이다.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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