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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Sep 16. 2022

꽃 한 송이에도 맞닿는 내 맘의 심보(心보)

감정 알아차림<2022.9.16>


출근 준비가 늦었다.

서둘러 나왔지만 집 앞 마을버스는

10분 후에 온단다.

콜택시를 불렀다.

도착했다는데 택시가 내 앞에 없다.

전화가 걸려온다.

"어디세요? 저 000동 앞인데."

택시기사님의 음성에서

뭔가 지체하는 듯해 보였다.

다른 동 앞에 계셨다.

잠시 후 내쪽으로 오셨다.

그런데 나는 그 잠시 지체되던

1분 상간에 짜증이 올라왔다.

뭔가 안 좋은 맘으로 탑승했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아저씨는 무슨 말을 하셨는데

나는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귀를 막았다. 소리를 차단했다.


1분쯤 지났을까.

오른쪽 창 너머 시야로

핑크색 코스모스 꽃이 보였다.

그 꽃들에 마음을 내려놓으려 했으나

평소 산책길에서처럼 되지 않았다.

꽃들에 내 맘이 전이되지 않았다.

내 못되고 짜증 나고 불쾌한 마음을

꽃들로 옮기지 못했다.

꽃들이 받아주지 않았다.

꽃들도 막았다. 내 그런 마음을 차단했다.

그 마음은 내 마음 안에서

한 발자국의 미동도 없었다.

나는 그 마음을 내 마음에 오롯이 담고 있어야 했다.


마음 심보를  곱게 써야 자연도 자연으로 보이나 싶더라.

마음 심보가 못되면 예쁜 꽃을 봐도 소용이 없구나 싶더라.


자동결제가 되고 "안녕히 가세요" 부드럽게

인사를 건네며 내렸다.

평점은 별점 만점, 모든 항목에 좋았다, 또 기사님을 보겠다 체크했다.


순간 꽃으로 가지 않았던 불쾌한 감정이

내 마음 안에서 사그라들더니 전철을 타러 걷는

한 걸음에 전부 사라졌다.


지금 오른쪽 시야에 그 꽃들이 보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어떤 마음이 내게로 와닿을까,

궁금했다.


마음 심보 곱게 써라 하는 말이 떠올랐던 출근길이다.

심보(心보)는 '마음을 쓰는 속바탕'이라 검색되더라.


자연을 드러내는 꽃 한 송이에도 자연의 순수한 바탕이 담겨 있기에

자연 만물에 소속된 마음도 그 결에 맞닿는 지점이 있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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