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오늘도 오전오후 상담 교육을 받는데
여념 없이 고민했다.
나는 상담사인가.
나는 왜 상담을 할까.
오늘 상담사의 윤리 강령을 배우는데
어제처럼 명료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상담심리학 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현재
나는 상담사인가 하는 물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20대 초반 처음 대학교 학생상담센터를 두드리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지금의 교육분석 선생님을 만나
개인상담을 받으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상담받으며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사이코드라마 인턴 생활을 하며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으며
글쓰기를 하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출판인으로 편집일을 하며
영어교과서를 만들고
인문고전서를 만들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전 남편과 결혼하기 전 상담 공부를 접고 고민했다.
너, 상담 포기할 수 있어?
살짝이라도 보일라치면 미련이 남을까 싶어
땅을 깊게 파 묻어버렸다.
삽으로 세게 두들겨 팼다.
상담사 세 글자가 새겨 있던 심장 부위를 뜯었다.
피가 흐를 새도 없이 묻었다.
고민은 없었다.
석사 과정에 지원하기 전
수련을 받으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석사 과정 중에 그리고 석사 학위 논문을 쓰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상담 관련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며
그리고 취업하여 상담사로 근무하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여러 청소년 내담자를 만나고
그들의 부모를 만나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이혼 과정 중에 어려움을 겪은 내 아이를 보며
아이에게 놀이치료를 받게 할 것인지 생각하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세례를 받으며 성경 공부를 하며 고민했다.
상담은 무엇인가.
수없이
상담을 하고 심리검사를 하고
수없이
심리검사와 상담사례 수비를 받고
집단상담을 받고
교육을 받고
분석을 받고
수없이
상담사로서 나를 수련한다지만
내가 내게 묻는 질문은 늘 반복된다.
도돌이표 달린 돌림노래 같다.
나는 상담사인가.
내가 생각하는 상담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내담자는 무엇인가.
오늘 배운 상담사의 윤리강령이 내게 있는가.
상담사 윤리강령과 실제법이 상충하는 경우
나는 무엇을 따르겠다라는
상담사로서의 나만의 기준이 있는가.
분명 소논문을 준비하며
상담사로서 나의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교육분석 때 다루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상담사인가를 되묻고 있다.
너는 상담사이냐.
너는 상담이 무어라 생각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