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를 고마움

위로와 용기

by 세만월

아이 어릴 때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님이

오늘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다.


환갑이셨지만

긍정적이고 발랄하셔서

미리 걱정을 끌어안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 큰 위안과 용기가 되어 주셨다.


그분 사는 얘기 내 얘기

가릴 것 없이 오가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태도를 배운 것 같았다.


12시에 만나 한자리에서 5시까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

카페 사장님 부부도 연세가 지긋하신데 참 친절하셨다.


원장님은 가까운 역에 나를 내려주시고 떠나셨다.

내리고 원장님 차가 안 보이는 직후

아뿔싸. 핸드폰.


내 핸드폰을 카페 의자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역무실에 잠시 노크를 했더니

들어오라며 사정 얘기를 듣더니

직원분은 전화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했고 역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라. 택시네.

여기 역은 택시 잡기가 힘든 곳이었는데

한 젊은 친구가 내리는 것이 보였다.

바로 손을 들어 택시 기사님께 갔고


얼른 타세요.

네. 감사합니다.


사정 얘기를 드리니


거기 이름 여기에 쳐보세요. 하셔서

바로 글자를 입력하니 검색이 되었다.


아, 여기 바로 뒤네요.

네, 맞아요.


덕분에 무사히 폰을 찾았고

다시 역으로 왔다.


폰이 혹시 있을까요 하고 사장님께 여쭈니


네, 의자에 두고 가셨죠?

네, 맞아요. 감사해요.


뭔지 모르겠으나 감사했다.

폰을 건네주시면서 온화한 미소에서였을까.

곱게 차려입으시고 예쁜 모자를 쓰고

정중히 손님을 대하시는 연세든 어르신에게

왠지 모를 고마움이 느껴졌다.


역 벤치에 앉아 폰을 확인하니

전 직장 동료가


내일 아이랑 오는 거 맞죠? 하고 보낸 톡이 있었다.

응, 우리 때문에 어디 식당 멀리 갈 필요 없다,

결혼하는 사람들 선물 주러,

아이에게 엄마가 다녔던 전 직장 동료들 만나게 해 주러

방학에 겸사겸사 가는 것이니

배달시켜 먹어도 좋다는 답을 보냈다.


원장님께 신변 정리가 다 되면

식사 대접하겠다는 톡을 드렸다.


인생 짧다며 재밌고 즐겁게 살아보자는

톡을 보내주셨다.


오늘 어머니의 대모님 남편분이 새벽에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아이, 성당 다른 교우분들과

장례식장에 가기로 했는데,

칠칠치 못하게 폰을 잃어버린 딸을 데리러

어머니가 아이를 태우고 내게 오고 있다.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45분에 도착이래.

네.


택시를 타고 카페에 가서 폰을 찾고 다시 역으로 오니

7500원 돈이 나왔다.


제게 너무 귀한 거여서요.

거스름돈은 받지 않을게요.

택시 기사님은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주셨다.

그분의 인사가 내게도

왠지 모를 고마움으로 느껴졌다.


참 이랬다 저랬다

순간순간마다

미묘하게 느껴지는 고마움이

내게 너무나 큰 위안과 용기가 되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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