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도로주행

by 세만월

내가 있던 세상이 아니었고

내가 보던 것들이 다가 아니었다.

이전보다

복잡하고 입체적이고 다각화되어 있었다.


철학적 영적 사색이

나의 관점을 넓혀 주었다

생각했으나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고 도로 주행을 하니

감각적으로 내 전신이 작동했고

철학적 영적 사색을 뛰어넘는

초긴장 복잡 상태에 이르렀다.

관점은 고여 있으면 안 되나 보다

깨달았다.


나와 아이, 아버지를 태워 주며

그동안 어머니가 하였던 말들이 마구 떠올랐다.

운전을 하면 조심해야 한다,

주변을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피곤하다,

급정거하는 거 아니다,

차선 꼭 지켜야 한다 등등

운전하던 지인들의 말과 행동도 마구 떠올랐다.

역시 겪어야 아는구나.


내 세상이 전부다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할 때는

내가 더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의 사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결국, 겸손.

나는 그간 겸손히 살지 못한 걸까.

내게 늘 따라오는 것은

결국, 늘 겸손인 걸 보면.


세상을 한 가지 틀로 볼 수 없고

그 틀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겸손이구나.


도로주행 첫날

안전하게 마치고 귀가합니다.

감사합니다.


운동기구 거꾸리를 하고

내 꽉 막힌 뇌 속 피의 흐름을

시원하게 한번 뒤집어준 것같이

머릿속이 개운한 느낌이다.


이산화탄소로 꽉 막힌

텁텁한 방의

창문

활짝 여니

시원한 바람이 내게로 한번 쏴악 불며

방의 쾌쾌한 냄새를 환기해 준 기분이다.


상쾌함이

뇌의

어느 공간에

아직 자리하고 있는 기분이다.


첫째 날 도로주행을 마치며

- 성체조배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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