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서는 여정

여정. 꿈. 함께.

by 세만월

오늘 오전 도로주행 시험을 보고

평일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갔다.


도로주행은 불합격.

이번이 두 번째 불합격이었다.

첫 번은 A코스 가랬는데 C코스로 가서 실격

이번은 빨간불 못 봐서 실격

그러면서 코스를 익혔다.

그리고 성당에 간 것이었다.


신부님은 설교 중에

하느님 나라로 가는 통지표에

성적은 본인들이 제일 잘 아시죠?

하셨다.


나는 그저 멋쩍게 웃기만 했다.

내 성적은 내가 아니까.


도로주행 보기 전

지난주에 코스를 어머니와 한번 돌아서

붙을 줄 았았으나

잘 가고 있다가

빨간 신호 지나치기 직전

갑자기 코스가 헷갈리며

어디로 갈지 속으로 자신 없어하다가

그만 신호를 놓친 것이었다.


○○○님 불합격입니다 소리와 함께

코스가 다시 한번 내게 들어오는 듯했다.

그래서 완전 안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학원에 전화해 다시 날을 잡았다.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엄마, 나 떨어졌어.

빨간불 못 봐서 그냥 바로 실격요.


도로주행은 떨어지면서 익히는 거야.

원래 바로 붙음 안 좋은 거라고 했어.

잘했어.


알겠어요.

그럼 이따 점심에 봐요.


어머니의 위로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파견성가는 400번 <주님과 나는>이었다.


주님과 나는 함께 걸어가며

지나간 일을 속삭입니다.

손을 맞잡고 산과 들을 따라

친구가 되어 걸어갑니다.


파견성가를 부르는 중에

400번 주님과 나는이구나 하며

수첩과 펜을 꺼내 얼른 적었다.

여정. 꿈. 함께.

이 세 단어도 같이 적었다.


브런치와 나는 함께 걸었고

지나간 일을 속삭였고

손을 맞잡고 나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

친구가 되어 걸었다.


내가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이

2022년 3월이다.

지금 구독자수는 52다.

통지표에 성적으로 치면 노력요함일까.


브런치와 함께한 나의 여정이 마음에 든다.

글을 올리며 숱한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

삶의 고민, 걱정, 혼란스러움, 절망, 기쁨, 슬픔 등등

모든 흔적들이 기록되며

그간 나의 삶이 이랬구나 읽어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을 꾸려나가는 데 자양분이 된 셈이다.


나의 글이 들어오며

나의 여정이 한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나의 인생에 놓치고 갈 뻔한 빨간불 신호를

브런치에 기록하며

놓치지 않고 나의 삶을 주행할 수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정작 작가로서의 꿈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봤다.


언젠가 내 아이가 나의 글을 읽으며

엄마라는 사람

○○○이라는 사람

세만월이라는 사람을

충분히 마음껏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바로 서는 여정에서

'꿈'이라는 한 글자가

내 아이에게도 들어오면 좋겠다.

어떠한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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