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니 모자른 내 립밤

부녀 vs 모자

by 세만월

아이가 서울에 가 있는 동안

입술이 부르터서 왔다.

립밤을 바로 발라주었다.

아이가 학교에서도 바를 수 있게

여분 한 개를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아이는 바르라고 해야 발라

내 파우치에 있던 것마저도 수시로 꺼내 발라주었다.


아이는, 엄마 입술 닿았어?

아니, 안 닿았어.

아이는 길게 돌려 빼더니 측면으로 바른다.

깔끔 떨긴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귀엽네 싶었다.


아버지가 병실에 누워 있는 동안

입 벌려 주무시다 보니 건조해

입술이 부르텄다.

나는 아버지 입술 부르튼 게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님이 아래 편의점에 바세린 사서 발라주라고 했다.

편의점이 문을 일찍 닫았다.

내일은 저녁에 문을 연다고 쓰여 있었다.


내 파우치에 있는 립밤을 꺼내

아빠에게 발라주었다.

나도 발라야 해서

길게 돌려 빼서

측면으로 내 입술에 발랐다.


내 아이의 엄마일 때는

아이 입술 부르튼 거 바로 알아채고

네 것 내 것 따질 것 없이

아이 입술에 립밤도 마구 발라주나

내 아버지의 딸일 때는

아빠 입술 부르튼 거 바로 모르고

립밤도 네 것 내 것 따지고

아빠가 바른 것 닿기 꺼려 측면으로 바르는

모자란 딸이다.


아빠 딸 참 모자라다.

내가 모자라고

내 립밤이 모자르다.

모자라니 모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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