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 편, 그리고 쓰레기봉투
시간이 되길래
혜화성당을 가려고
아파트 앞 산책로를 지나
100번 버스를 탔다.
아파트 앞 산책로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언제는 아침 일찍 나갔다
저녁까지 산책을 하고 왔다.
아빠, 다녀왔어요, 하면
계속 산책했냐, 하시면서 나를 챙겼다.
이 길을 참 좋아했는데..
근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이 길을 걷는 게 마음이 어려워졌다.
아빠랑 같이 이 길을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예쁘고 좋은 길을,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온다.
신호등을 건너고 정거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눈물이 났다.
참자, 여기서 이러지 말자, 하고
눈물을 삼켰다.
곧 100번 버스가 왔다.
제일 끝자리에 앉아
브런치를 열었다.
미사 후
박근형 님 나오는 연극 한 편을 보고
집에 와
아버지 물건 등을 정리하려고 한다.
연극 한 편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자꾸 미룬다.
그렇다고 아파트 앞 산책로에 나가
하염없는 산책도 못 할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쓰레기봉투부터 사야겠다.
2026.2.15.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