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꽂혀 살지 않을게요.

by 세만월

꽂혀 있으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한 꺼풀 거치고 나면

그제야 보이는 듯 깨닫는 것 같다.

내가 몰랐구나 하고.

꽂혀 있지 않은 것에는

한 꺼풀 거칠 것도 없이

무심코 시간 지나고 보면

그제야 보이는 듯 깨닫는 것 같다.

내가 몰랐구나 하고.


아버지에게 늘 꽂혀 있던 것은

아버지가 내게 준 상처였다.

그러나 지금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내게 한없는 사랑을 주신 아버지이다.


합동위령미사를 드렸다.

아무도 아버지와 나를 모르는 혜화성당에서

아버지 이름을 올려 봉헌을 했다.

연도를 바치고 미사가 끝나고 분향을 했다,


아버지를 제대로 보아드린 적 없이

이제야 보는 사진 속 아버지 얼굴

시간 지나고 보니 깨닫는 것 같다.

아버지가 그립다.


나를 향한

아버지의 조건없는 사랑을

기억하고 추억함에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제는 꽂혀 살지 않을게요.

꽂혀 있지 않을게, 아버지.

아버지, 거기서 잘 계세요.

나는, 여기서 잘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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