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어머니 선물

by 세만월

초등학교 4, 5학년 때였을까.

어머니는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원목으로 된 삼익 피아노를 사주셨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집은 작은 평수의 아파트였고,

피아노를 둘 곳은 주방 겸 거실 벽뿐이 없었다.

피아노 학원을 1년 정도 보내주셨다.

어머니는 뿌듯해하셨다.


이사를 자주 다녔다.

다 커서 대학생이 되었을 때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작은 내 방에 그 피아노를 넣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이혼하시고

나는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작은 내 방에 그 피아노를 넣었다.


지하 단칸방에서 근처 사시던

아버지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작은 내 방에 그 피아노를 넣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이사를 했고,

그때마다 그 피아노를 들고 다녔다.


어머니와는 3년 간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때 피아노를 너무나 갖고 싶어 하는

반주를 하고 싶어 하는

교회 언니가 있었다.

단칸반에 세 식구가 살았는데

피아노를 살 여력이 되지 않았다.


용달 트럭을 불러

그 언니 집으로 피아노를 보내주었다.

피아노를 떠나보내며

잘 가라 인사했다.


3년 뒤 어머니와 재회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서로 눈물을 머금으며

겨우 겨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양평의 한 카페에서.


결혼식날

어머니 자리에는 큰엄마가 앉으셨다.

나는 아버지를 모셨고

아버지 쪽 친척들을 모셨다.


아이 돌잔치 때도

아버지를 모셨다.

어머니는 모시지 못했다.

24년 지기 나고야 친구가

그 자리를 채워 줬다.


어머니는 새아버지를 만나 재가를 했기에

나는 호적상 아버지의 딸로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어머니 자리가 비어 있더라도

아버지를 모시고

결혼식을 하고

돌잔치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은 죄송하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은 쓸쓸하다.


큰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다.

나고야 친구는 돌아가신 부모님 사진 앞에서

매일 아침 간단한 제를 드린다.


아이에게 중고 원목 피아노를 사주었다.

아이는 중간중간 갑자기 느닷없이 앉아

도라에몽 음악을 치고,

그날 배운 코드를 치고,

내가 연습하는 성당 미사곡을 따라 친다.


아이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좋다.


어머니는 종종 그 피아노 이야기를 하신다.

그 피아노, 엄마가 처음으로 돈 모아서 사준 건데.

아직도 그 피아노는 아쉬운 듯하다.


작별을 고했던 그 피아노를

3년이 지나서

언니에게 전화를 해

혹시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물었으나,

돌려줄 수 없다며 내게 화를 냈고,

그 뒤로 연락은 끊어졌다.


어머니와 재회하고

그 피아노를 되찾고 싶었으나

소용없었다.


피아노는 참으로 쓸쓸하고 외로운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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