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크는 엄마
금토 탈탈 털리듯 상담을 끝내고
주일엔 주일학교 교사 하고, 아이랑 미사 드리고
월요일 아침 일찍 피아노 교습받으러 갔다가
대출 건으로 광명에 갔다 왔어요.
광명 가기 전에 공릉동 잠시 들렀다가
서류 챙겨서요.
일을 보고 다시 집에 돌아왔고요.
저녁에 상담 워크숍 듣고
아이 재우고,
화요일 수업 듣고 와서는
수업 끝나기가 무섭게 서둘러
역에 와서 기차를 탔어요.
그리고 아이와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렸어요.
끝나고 성당에 가서
아이는 미사를 드렸고,
저는 다른 부모들과 첫영성체 부모교리를 받았고요.
끝나고 집에 오니 9시였고,
아이 재우고 나니
지금 교육분석 시간인 거죠.
뭔가 종종걸음으로 왜 이리 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어제는 많이 지친다 싶기도 했어요.
오늘 수업 끝나고 동기 선생님들이 밥 먹고 가라고 하는데,
저는 뒤에 일정이 있기 때문에 서둘러 역으로 갔거든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게 재밌어요.
아이와 같이 화실에서 미술 작업을 하는 것도 좋고요.
오늘도 두 시간을 그린 것 같아요.
벌써 몇 달째 저 그림만 그리고 있어요.
색만 바뀌고 있어요.
그런데 터치를 하면 할수록 깊이감이 생겨요.
오늘도 저 그림에 터치를 더했거든요.
신비하고 오묘한 색이 나오더라고요.
며칠 전 그 그림을 보다가 글을 썼어요.
물론, 저 오래전 사이코드라마
워크숍 다니던 시절에 썼던 글이었는데
그때 썼던 글에서 간단하게만 다시 썼거든요.
그리고 저 그림을 올렸어요.
십몇 년 전에 쓴 글에는 피아노, 의자, 꽃병은 없지만
내용은 비슷하게 이어지더라고요.
계속 이 그림을 그려보려고요.
벌써 대여섯 개 되는데,
앞으로 그림이 어떻게 바뀌어 나가는지도 보고 싶고요.
어떤 색감으로 바뀌어 나갈지도 궁금하고요.
내가 오랫동안 OO이를 봐와서
OO이 감성을 알잖아.
그림도 글도 딱 OO이야.
사실, 그때 당시 썼던
환경미화원 어르신 얘기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거였고,
피아노 얘기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거였어요.
그래, OO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림과 글에 투사해 쓰는 거지.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택도 해봤어요.
좋더라고요.
○○이는 자신한테 통합치료를 하고 있어.
그렇죠, 재밌어요.
오늘 어땠어?
음, 아쉬워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선생님뿐이거든요.
상담 선생님들에게도, 아이 학교 학부모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는 잘 못 하겠어요.
보통, 아이를 미술학원에 보내놓고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과 차를 마시거나,
자신들 할 일을 하거나 하니깐요.
저는 아이랑 같이 화실에서 작업을 하잖아요.
그걸 이해해 달라거나 할 필요도 없고,
제 상황이 아니니 이해할 수도 없는 거고요.
OO이는 지금 아이와 함께
어린 시절 받지 못했던 케어를 같이 받고 있는 거야.
OO이도 아이와 같이 초등학생인 거지.
아이랑 같이 크고 있는 거야.
너무 좋아요.
화실에서 아이와 제가 같이 작업을 하고 있으면,
아이가 제 옆에 와서 제 그림에 장난치기도 하고,
저를 놀리고 자기 자리에 돌아가기도 하고 그래요.
동생들이나 형 누나들이 제 아이에게 물어요.
특히, 오늘은 한 살 동생이 제 아이에게 계속 묻는 거예요.
형, 왜 엄마랑 같이 그림 그리러 오면서
왜 맨날 엄마를 놀려? 괴롭혀?
형은 왜 엄마를 싫어하면서 그림은 같이 그리러 와?
다 같이 듣고 있던 화실 작가님과 다른 작가님들이
웃었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시간이 좋아요.
그래, 지금 어때?
아쉬워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작품 얘기도 하고요.
그래, 아까 시작할 때 너무 기운이 없어 보였거든.
근데 지금은 좀 살아나 보여서 물어봤어.
OO이가 초반에 종종걸음으로 다닌다고 했잖아.
여유 있는 종종걸음인 것 같아.
OO이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말이야.
걸음은 종종걸음이지만, 여유 있게 보내.
네, 맞아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선택이고 결정이고요.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지만, 맞아요. 어떤 면에서는
여유가 있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고 아이와 같이하는 시간,
제가 아이와 같이 크고 있어요. 선생님 말씀처럼요.
그래서 좋아요.
그래, 이제 곧 졸업할 거야, 아이도 OO이도.
그때는 더 여유가 생길 거고,
더 좋은 일들도 생길 거고.
그러니깐 지금처럼 자신을 치료해 나가봐.
아이랑 같이하면서.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