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의자와 꽃
화가님이 피아노에 악보를 올려놓음
어떡겠냐 그랬었어요.
하얗게 살짝 자리를 잡아주셨는데
제가 다시 다른 색으로 덮었어요.
없었으면 한다고 하고요.
왜 그랬을까?
피아노 앞에 의자도 없어.
맞아요. 사실 피아노 의자도
그림 우측 하단에 관객석을 향하게 넣었었어요.
그러다 나중에 맞은편 나무 의자 하나만 두고 지웠어요.
피아노가 피아노가 아니에요.
그냥 물건이에요.
기능하지 않는 피아노인 거죠.
아까 선생님 말씀처럼요.
○○이 그림에는 사람이 없어.
무대에도 피아노 앞에도 의자에도.
대신 꽃이 있어요. 꽃병에.
그런데 글에 보면 의자를 놓았더니
그 의자가 보여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하거든요.
누군가 저를 봐주기를 바라나 봐요.
꽃이 그걸 대신해 줄까요?
꽃이 ○○이일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작품 제출할 때 간략한 설명을 쓰게 돼 있는데요.
거기에 이렇게 썼더라고요.
무대 위 남겨진 피아노와 의자, 꽃을 보며
저에게 집중하고픈 마음에 그려봅니다.
사실 쓰면서는 몰랐는데
써놓고 보니 와닿는 게 있었어요.
아가씨가 피아노 위 꽃병에 꽂을 꽃을 사러 나가는데
무슨 꽃을 사야 할지 모른다고 해요.
유모가 그래요.
봉오리가 닫혀 있어도 꽃병에 꽂으면 활짝 필 거다.
그 문장이 들어오더라고요.
아가씨, 봉오리가 닫혀 있어도
꽃병에 꽂으면 활짝 피어요.
그러니 걱정 말아요.
유모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였어.
그리고 아무도 유리조각을 치우지 않잖아.
아무도 못 치우게 하지.
자기가 치울 거라 하고는.
○○이 같았어.
내가 치우겠다 하는 게.
그렇네요.
제게 중요한 거니까 제가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게
저네요.
그림에도 글에도
제가 있네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다 팩트만 남겨놨어.
그렇네요.
이제 그것들을 잘 통합을 해야겠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