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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Jul 12. 2022

남동생의 현실 조언

감정 알아차림<2022.O.OO>

  이번 주 어머니 생신 축하 겸 남동생 내외가 6개월 된 조카와 함께 첫나들이로 부모님 댁에 왔다. 내 아이도 동생이 생겼다며 조카를 귀여워한다. 부모님도 아이와 2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 있으셨다. 나도 화요일 저녁에는 서울에서 지내는데, 퇴근하고 KTX를 타고 양평으로 내려갔다. F♡♡에서 아주 예쁜 장미꽃 모양의 케이크를 사 들고 갔다.  


  이날은 난소 수술 결과를 들은 날이기도 했다.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가 좋았다. 악성 종양이 아니었고, 배란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혹이었으며, 수술하는 김에 조그마한 근종도 떼어냈고, 두꺼운 자궁 벽도 조금 긁어냈다. 자궁 상태는 아주 깨끗했고, 수술 한 달 전보다 혹의 크기가 줄어 있었다고도 했다. 결론은 우측 난소는 제거되지 않았다. 수술 결과를 부모님께 알렸고 기뻐하셨다.  


  저녁 시간 오랜만에 남동생 내외와 부모님, 나와 내 아이 이렇게 모여 케이크에 초를 꽂았다.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 드렸다.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나의 계획을 남동생이 물었다.  


  “그래도 OO(내 아이)는 누나가 키워야지. 이혼 판결이 나기 전에도 계획을 세워 놔야지. 양평역 근처에 저렴한 아파트들도 많고 하니 마련해서 OO는 엄마인 누나가 키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어때?”  


  동생의 말에, 할머니가 조카를 안고 있을 때 내 아이가 느끼는 서운함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그려졌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동생의 조언이 뼈를 때리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순간 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팩트 폭격해 대는 동생의 말이 서운했다. 그리고 마음은 가라앉았다. 한숨도 나왔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더 커졌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이와 시간을 같이 오래 보낼 수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계획은 생각하고 있지만, 동생의 말처럼 두루뭉술하게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은 아닌지 싶기도 했다. 순간 나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남편과의 이혼만 신경 쓰느라, 정작 아이에 대해서는 엄마로서 진심 걱정을 하였는가 하는 마음에 미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어제 교육분석을 받았다. 나라는 성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감성적이고 열정적이지만, 참고, 숨고, 회피하는 것이 주이기도 한 사람이다. 이성적인 성향은 일을 할 때 직장에서, 또는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그 안에서는 발휘가 된다. 예술가적 성향인 사람, 영적인 사람, 종교적인 사람 등등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나를 탐색하는 순간에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순간에 아이에 대한 신경 씀과 걱정은 없었다.  


  아이 엄마로서 참 자격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큰 어제였고, 오늘이고,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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