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목요일 미사

by 세만월

반주석에 앉았다.

오르간 이어폰을 끼고 연습했다.

20분쯤 지났을까.

내 아이가 할머니를 따라 들어오는 게 보였다.

아이를 보니 마음이 조금 환해지는 듯했다.

아이는 아직 나를 보지 못했다.

아이를 보며 혼자 미소 지었다.


어머니가 묵주기도 5단을 읊기 시작했다.

이어폰을 벗고 같이 묵주기도 5단을 드렸다.


해설자님은 당황하였다.

나를 보며,


누가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다 지웠어.

화면을 켜야 하는데 없네.

연락드려 보세요.

응, 통화를 하긴 했어.


제대 쪽으로 두 학생이 걸어 들어왔다.

주일학교 내 반 아이들이었다.

두 학생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음이 조금 더 환해지는 듯했다.


두 아이는 초에 불을 켜려 했다.

불이 꺼지고 꺼지고 잘 켜지지 않았다.

봉사하는 어르신 분들이

제대 위 촛대가 키가 높아

두 아이가 밟고 올라갈 수 있는

계단식 발받침대를 옮겨주었다.

불 켜는 것도 도와주었다.

학사 신부님도 도왔다.


초를 켜려 애를 쓰다

잘 안 켜져 당황해

어르신 봉사자님들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내는

두 아이를 보며 흐뭇했다.

눈물이 흘렀다.


묵주기도를 드리는 중이었다.


어머니가 독서를 하는데

뭔가 불안하게 들렸다.

챙겼는 줄 안 돋보기가

없었던 것이다.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오르간 건반 하나를 놓쳐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으나

처음보다는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입당성가 ○○번입니다 하고

해설자님이 성도들에게 안내할 때가

제일 긴장되는데,


첫 음 건반을 치고

한 음 한 음 전주를 치고

성도들이 부르는 첫 소절에 박자를 맞추다 보니

마음이 조금 더 환해지는 듯했다.


무사히 반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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