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가 바르면 망나니 같은 생각들, 탈출 못 해요.
감정 알아차림<2023.2.18>(with템플스테이)
참선을 했다.
다리를 꼬고 앉는데 당최 안 된다
허리는 엉덩이뼈에서부터 곧게 펴니
어깨는 그냥 젖혀지고
헬스장 등근육한마냥
척추 주변으로 막 땅겼다
주먹 쥐는 것도
엄지를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사이를 누르면서
계란을 감싸 쥐듯 주먹을 쥐라 하셨다
혀도 최대한 말아서 입천장에 갖다 붙이라 했다
침이 고이면 그 침을 세 번에 나누어
조금씩 다시 삼키라 하셨다
참으로 어려웠다
시선은 90 센티미티 정도 앞에 두고
눈은 반만 뜨고
한 지점에 집중해서
'화두를 던지라' 하셨다
'이게 뭐꼬!' 할 때
벌써 '이' 할 때, '맞다' 하고
알아차려야 한다 하셨다
나에게 '이게 뭐꼬'는 그저 '논문에 왜 집중 못 했니?' 였다
그런데 자세를 바르게 하니
다리에서부터 손, 입, 척추를 타고 머리까지
모든 것이 끈으로 꽁꽁 맨 것처럼
움직일 수 없는 자세가 되었다
그러고 화두를 던지는 시간
참선에 들어갔다
30분 하고 절하고 방을 몇 바뀌 돌고
다시 30분
또다시 30분
아무 생각 않고 화두를 던지며
방바닥 한 지점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망나니 같던 생각들이
꽁꽁 묶인 나의 자세 안에서
뛰어놀더라
아, 자세가 바르면
이 망나니 같은 생각들이
나를 바르게 묶어줄 수는 있구나
이게 첫 출발점인가 보다 싶었다
내가 내 욕심에 남을 생각하지 않고
내 뜻한 바대로 밀고 나가려 할 때
자세를 바르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야 내 망나니 같은 생각들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못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