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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Feb 19. 2023

자세가 바르면 망나니 같은 생각들, 탈출 못 해요.

감정 알아차림<2023.2.18>(with템플스테이)


참선을 했다.

다리를 꼬고 앉는데 당최 안 된다

허리는 엉덩이뼈에서부터 곧게 펴니

어깨는 그냥 젖혀지고

헬스장 등근육한마냥

척추 주변으로 막 땅겼다


주먹 쥐는 것도

엄지를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사이를 누르면서

계란을 감싸 쥐듯 주먹을 쥐라 하셨


혀도 최대한 말아서 입천장에 갖다 붙이라 했다

침이 고이면 그 침을 세 번에 나누어

조금씩 다시 삼키라 하셨다

참으로 어려웠다


시선은 90 센티미티 정도 앞에 두고

눈은 반만 뜨고

한 지점에 집중해서

'화두를 던지라' 하셨다


'이게 뭐꼬!' 할 때

벌써 '이' 할 때, '맞다' 하고

알아차려야 한다 하셨다


나에게 '이게 뭐꼬'는 그저 '논문에 왜 집중 못 했니?' 였다

그런데 자세를 바르게 하니


다리에서부터 손, 입, 척추를 타고 머리까지

모든 것이 끈으로 꽁꽁 맨 것처럼

움직일 수 없는 자세가 되었다


그러고 화두를 던지는 시간

참선에 들어갔다

30분 하고 절하고 방을 몇 바뀌 돌고

다시 30분

또다시 30분


아무 생각 않고 화두를 던지며

방바닥 한 지점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망나니 같던 생각들이

꽁꽁 묶인 나의 자세 안에서

뛰어놀더라


아, 자세가 바르면

이 망나니 같은 생각들이

나를 바르게 묶어줄 수는 있구나

이게 첫 출발점인가 보다 싶었다


내가 내 욕심에 남을 생각하지 않고

내 뜻한 바대로 밀고 나가려 할 때

자세를 바르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야 내 망나니 같은 생각들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못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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