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인생; 순간, 현재, 인생; 음미하다

빌리조엘의 <피아노맨>, 조던 피터슨의 '인생의 목표'

캐나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저술가로 활동 중인

조지 피터슨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 아닙니다"라는

타이틀이 달린 영상이었다.

우리에게 행복한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행복을 위해 인생을 산다는 것처럼

위험한 것도 없을 테다.

얼마나 작은 확률로 행복이 찾아오는가.

행복을 느꼈다고 치자.

그다음엔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살 것인가.

음미하다(吟味하다)

1. 시가를 읊조리며 그 맛을 감상하다.

2. 어떤 사물/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하다.

인생에 거저라는 건 없더라.

'음미'하는 여유가 생기더라.

괴로움 속에서도 괴로움을 음미하는 순간이 오더라.

그러한 순간순간에는 우울감이 자리할 때도 있다.

슬픔이 자리할 때도 있고, 자책, 허망, 공망, 지긋지긋함 등등

오만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리할 때도 있다.   

그것들이 내 안에 머물다가 떠나가는 순간의 공간을 느끼고

그것들이 내 안에 머물다가 떠나가는 순간의 시간을 느낀다.  

그것들을 감당할 공간이 내 안에 자리한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결과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즐길 때는 즐기고 쉴 때는 쉬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별 거 있더냐 인생이란 게.

차담 시간 한 스님이 해주신 말,

인생을 가볍게, 소소하게 사세요.  

찰리 채플린이 했다는 말,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자궁암일 수 있습니다."

2022년 2월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들었던 말이다.   

곧 논문 쓰고 졸업하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퇴사하고

아이 있는 곳에서 경력 쌓고

자격증 시험은 어떻게 준비하고

후에 어떤 식으로 상담일 하고

등등 갖은 계획을 다 세우며 열심으로 살았던 시기에

들었던 말이었다.

다 무슨 소용이더냐.

그래서 현재를 살아야 하는구나 싶더라.

병원을 나오는데 헛웃음이 나더라.

현재를 살아야 하는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때 생각난 노래가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Piano Man>이었다. 

술 한 잔 하러 온 한 노인이 생각나더라.

젊은 시절 즐겨 듣던 곡을 연주해 달라는 어르신.

인생의 공망을 느꼈을까.

현재를 산 적이 없는 나의 공망이 느껴져서였을까.

Piano Man - Billy Joel

인생 참 거저는 없더라.

여럿 일들을 겪는 와중에 공망은 없더라.

너무나도 처절히 현실을 살고 있기에

빈틈 하나 없는 현실을 살고 있더라.

눈앞에 즐비하게 놓인 일들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나의 순간을 살지 못하고 무너질 것 같기에

순간순간 내가 해야 하는 일에만 생각하기 시작했다.

출근 시간에는 출근에만 집중하기

 - 출근 시간에는 내일까지 결제해야 하는 수련비 생각 않기

 - 출근 시간에는 내일모레 제출해야 하는 고소건 생각 않기

근무시간엔 내 앞에 마주하고 있는 내담자 경청하기

점심시간엔 오롯이 멍 때리며 머리 식히기

퇴근시간엔 늦지 않고

  - 서울역(청량리) 가기, 수련받으러 가기, 개인상담 가기

아이랑 있을 땐

  - 아이랑 충분히 시간 보내기

  - 아이가 잠들 때까지 아이가 고른 책 읽어주기

  - 아이가 잠들면 슈퍼비전 보고서 쓰기

대출금 원금 이자 상환하는 날엔 그것만 생각하기

  - 내 명의 집에 몇 년째 살고 있는 그 생각 않기

  - 내가 낸 돈 얼마인지 셈하지 않기

  - 판결 1심 어떻게 날 지 미리 걱정 않기

  - 다음 날 아이 학원비 결제 미리 걱정 않기

  -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결제 건들 미리 걱정 않기

순간순간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노하우랄 것도 없는데, 순간을 사는 것에 노하우가 생겼다.

나는 나의 인생을 얼마나 음미하며 살고 있을까.

우리들은 우리네 인생을 얼마나 음미하며 살고 있을까.

음미랄 것도 없는데,

순간을 음미하는 것에

현재를 음미하는 것에

인생을 음미하는 것에

노하우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