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아브라카타브라

by 김서르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널 웃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어찌나 까르르 웃어대던지

네가 웃으면 온 세상이 다 녹아버릴 것만같았어.


물론, 떼쓰고 운 적도 있었지.

그렇지만 엄마를 힘들게 할 만큼

오래 토록은 아니었어.


그래, 넌 결코 순둥이는 아니었지만

엄마와 눈빛만 마주해도

네가 가진 가장 큰 소리로

웃어주던

참 사랑스러운 아이였단다.


아니, 넌 지금도 엄마에겐

아주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들이야.






그래서

네게 끈질기게 붙어있는 그 녀석이 정말 밉다.

어떻게 하면 떨쳐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하얗게 새운 밤이 너무 많아.

엄마의 하얀 밤엔

늘 그 녀석 때문에 괴로워하는 네가 있어.



그 예쁜 아이가, 그토록 해맑게 웃던 네가.

서서히 변해갔지.

날카롭게 세운 목소리를 많이 내는 것,

툭하면 울먹거리며 징징거리는 것,

부정적인 말부터 시작하는 것,

친구와 다른 자신을 느낄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것.


5살의 당연한 성장이라고 위로받아도

그냥 모든 게 다 엄마 탓인 거 같아서

엄마 가슴은 또 한 번 무너져.


다 그 녀석 때문이야.

그 녀석이 네게 온 이후

엄마는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혹 엄마의 정성이 부족했을까,

매일 밤 기도해.

너의 고통의 크기를 그저 짐작만 할 수 있는 엄마라서 미안해.



엄마, 나는 왜 아토피야?

지후는 아토피라서 과자 못 먹지?

이제 열밤만 자면 지후도 아토피 낫지?

지후는 이 만큼 컸는데 왜 아직도 아토피예요?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친구들과 다른 자신을 궁금해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져.


언젠가 엄마를 원망하게 될 날도 오겠지.

벌써 그 날이 두렵기도 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싸움에

엄마가 먼저 지쳐버릴까 봐,

겁이나.




5살 삶 중, 3년의 아토피.

그 3년간 긁지 않고 잤던 날이 한 손에 뽑혀.

행여나 상처가 덧 날까 곁에서 밤새 지키다가

나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지.

그러다 또 긁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보면

어김없이 피가 뭍은 내의.


차라리 엄마도 아토피였다면,

너의 고통 조금은 나눌 수 있었을까.


오늘 밤에도 주문을 걸어.


- 밥아, 우리 지후에게 좋은 영양분으로 만들어줘, 물아, 우리 지후 몸속에서 들어가 지후를 지켜줘, 로션아, 오늘 밤엔 우리 지후가 간지럽지 않게 도와줘.

아토피야, 널 만만히 봐서 미안해. 그러니 제발. 우리 지후 곁을 떠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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