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by 김서르

마지막 이사를 했다. 결혼 후 6년 동안의 세 살이를 졸업하고 진짜 우리집이 생겼다. 나는 이제 내 집에서 더 이상 원치 않은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론 신○은행과 15년을 함께 해야 하지만 평생 무난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따뜻한 집이다. 새집은 아니지만 전에 살던 주인이 집을 단정히 살아주어서 손 볼 곳이 하나 없는 아늑한 집이다. 사실 치솟는 집값에 집을 지금 사야할지 더 관망해야 할지 늘 근심거리였는데 눈독드리던 집이 시세보다 좀 싸게 나와 가방지르듯 그냥 질러버렸다. 2~3년만에 억단위로 오르던 집값에 혀를 내두르며 나는 집을 살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신혼 초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샀어야했는데 하고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 우리는 그 때 땡전 한 푼 없었다. 선택의 권한따위는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겨울이 되면 연례 행사처럼 이사를 고민했다. 신랑에게 '우리가 집을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라는 푸념섞인 말을 하는 것이 지겨워 질 때쯤 드디어 우리집이 생겼다. 큰 부담이 없는 선에서 꽤 괜찮은 이율로 값아나갈 수 있겠다 싶은.


나는 할 수 없다 라고 말 하고 신랑은 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일정한 수익안에서 일정한 지출, 그 속에 티끌만한 저축으로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라고 생각했다. 사실 주변에도 본인들의 노력만으로 집을 장만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할 수없음을 할 수 있게 하려고 남들보다 늘 조금 부족하게 살며 정말 열심히 살았다. 김생민씨 처럼 절실하게는 아니였어도 꽤 많은 포기를 하며, 차선의 선택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해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어쨌거나 해냈다. 나의 할 수없음을 신랑의 할 수 있음이 이겼다. 참으로 행복한 패배이다.




새로 이사한 집에 변기 손잡이가 동그란 버튼 모양이었다. 이제 막 6살이 된 지후는 볼 일을 본 후 버튼을 누르는것을 힘들어 했었는데 그 때마다 나는 " 그냥 놔도, 엄마가 할께 " 라고 말했다.



어제는 아이가 한 참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았다. 물 내림 버튼을 힘껏 누르며 '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를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이내 물내리기에 성공했다. 이사를 한 후 2주째 되는 날이었다. 또 한 번 내 아이에게 반하는 순간이었다. 도움을 청하지 않고 할 수 있다고 외치며 해 보이는 모습은 평생 내 기억에서 반짝거릴 것 같다. 언젠가 아이가 그 어떤것에 힘들어 하는 순간이 오면 이 이야기를 꼭 해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너의 그 모습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깨달음을 주게했는지도 꼭 말하줘야지.하고 다짐했다.


나는 이제 < 할 수있다 >의 마법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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