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엄마, 이야기
" 아니, 내가 몇일 전부터 우리 애기한테 사가지고 간다고 딸기 좋은 놈으로 빼달라고 부탁했잖소, 아따 근디 성한 놈이 하나도 없이 이것이 뭐다요! "
첫 아이를 낳고 몸 조리 할 때 친정엄마가 딸기 두 박스를 사가지고 오셨다. 그런데 수북이 담긴 딸기들 아랫쪽에 있던 곪고 썩은 것들을 꽤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보고 화난 엄마가 단골이던 과일가게에 전화한 내용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던 엄마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흥분하고 소리치는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한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딸기는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과일이다. 어릴 때, 딸기가 귀했던 겨울에도 미리 냉동시킨 딸기를 식구들 몰래 주스를 만들어 오직 나에게만 줄 정도였다.
엄마는 산후조리하며 고생했을 타지에 있는 딸을 생각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딸기를 사주고 싶었을 것이다. 엄마의 영원한 애기인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만을 그리며 딸기 두 박스를 안고 제주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엄마가 그토록 화를 냈던건 어쩌면 당연하다. 결국 몇 번의 고성이 오가면서 통화를 끝내셨다. 내게 항상, <자신이 조금 손해보면서 살겠다고 생각하면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덜어질 것>이라는 엄마의 가르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 미안해 딸. 딸기가 다 물러서 어찐다냐.. 몇 일 전부터 그렇게 부탁했건만.. 광주가면 또 한마디 해야쓰것어. 아가, 그래도 엄마가 예쁜 것만 골라줄께. "
그러나 이미 나는 딸기 따위는 상관없었다. 엄마가 속상해하는 마음이 너무 아프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제주에도 마트에 널린게 딸기지만 엄마가 기어이 직접 사오고 싶었던 이유를 왜 모르겠는가.
동네에서 참하고 얌전하다고 소문났던 우리엄마가 체면따위 벗어두고 단골가게와 싸우다니.아마도 엄마는 내가 보이지 않았던 곳에서 나를 위해 수많은 싸움을 해왔으리라.
요즘 한 창인 딸기를 한 팩 사고서 네살배기 아이 앞에 모두 내어주었다.
" 맛있어? "
- 응~ 엄마도 딸기 먹어봐, 진짜 맛있어~
" (가짜로 먹는 척하며) 우와~ 정말 맛있네!"
신기하다. 나처럼 딸기를 좋아하는 아들 앞에서는 나는 딸기를 먹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엄마도 그랬다.
혹시 엄마도 사실,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가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