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ad for Travel

완벽한 하늘과 바람, 강렬했던 Fotografiska

안녕 스톡홀름 # 5

by Wendy An

짧지 않았던 삶의 여정 동안 만나지 못했던 진정한 가을을 어쩌면 이 곳 스톡홀름(Stockholm)에서 만난 게 아닐까. 억지스러워도 좋다. 사랑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는 계절이 바로 가을 아닌가. 가을의 포문을 여는 듯했던 이 예쁜 도시의 이곳저곳의 풍경과 분위기와 냄새까지 모든 게 완벽한 가을 그 자체였다. 겉모습은 시크하지만 마음은 참 따스하기 그지없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어준 매력덩어리 이 낯선 도시...격하게 애정한다, 스톡홀름! 내 마음 다 빼앗아가버린 그대를 내 꼭 다시 만나러 오리!


가볍기 그지 없던 발걸음에 의지해 산책을 제대로 만끽하다가 드디어 스톡홀름 교통 카드 SL Access 카드 구입 완료! 지하철 역 부스에서 구매했는데, 너무나도 친절한 담당자로 인해 스톡홀르머와의 첫 대화가 너무나도 유쾌했다. 이제 이 도시 어디든 갈 수 있구나, 싶어 기분이 어화둥둥 지화자 좋고! 카드 디자인의 심플함과 컬러마저 디자인 강국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Blue is my color! :)

해마다 요금 또는 노선에 변경이 있는 듯하니 확인을 미리 해보는 게 좋다. 대부분의 역에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담당자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신속하게 익히는 것도 굿 아이디어! http://sl.se/en/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에서 나와 정처없이 거닐다 찾게된 가까운 역 - 오덴플란(ODENPLAN) 역. 예상보다 깨끗하고 잘 정돈돼 있는 지하철역 공간도 참 좋았지만, Simple & Deep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한 광고와 벽 타일에 촉이 세워진다. 작은 것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게 만드는 이 도시의 매력. 좋은 디자인은 사람을 향할 때 나오는 게 아닐까. 스톡홀름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디자인 강국이란 건 다시 말하면 사람이 우선인 도시란 것이겠지.

달리는 전철 안에서 담은 스톡홀름. 다시 보니 설렘 충만이다. 아직은 여행자 세포가 내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걸까. 다음 여행까지 내 모든 감각이 살아있을 수 있을까.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아두면 떠나는 순간 에너지가 되어 나를 다시 살아 숨쉬게 해주겠지, 라며 말랑몰캉해진 마음 달래본다.



SLUSSEN(슬루센) 역에서 내렸다. 내리던 순간 찰칵! 타일과 컬러와 구성과 서체, 모두 어쩜 이리도 내 취향일까. 드디어 이 매력 덩어리 도시가 나를 받아들여주고 있구나 싶었다. 누군가에겐 별 게 아닐 수도 있는 것이지만 내게는 왜그리도 큰 발견이자 기쁨으로 다가왔는지... 쉬지 않고 내 마음과 생각과 촉수를 자극해주는 통에 즐겁다 못해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후훗-


SLUSSEN(슬루센) 역에서 나와 아기자기한 마켓을 지나 서서히 사진박물관 FOTOGRAFISKA(포토그라피스카)로 향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가 잘 왔다고 해주는 것 같고, 간지러이 불어오는 바람과 희미한 모습이지만 존재감을 강렬히도 드러내는 구름 덕에 어디에서든 포토존이 되었다.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풍경 그리고 순간. 지금 추억하는 저 순간은 즐거움정도로 기억되지만, 정말이지 저 때의 저 순간의 내 기분은, 생각은, 어땠을까, 무엇이었을까...



한가로이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훌쩍 올라타고 싶은 강렬한 끌림, 이 있었지만 열심히 언덕을 내려와 걷다보니 어느새 당도해간다. 마음이 가볍고 흥겨우니 발걸음도 스.타.카.토. 일상 속에서 내 걸음이 이렇다면 삶은 더 풍요로워지겠지, 나는 더 여유로워지겠지, 싶어 잠시나마 다짐을 해본다. 그래, 일상에서든 여행에서든 나 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짜잔! 아담하고 정겨운 자태로 맞이해주는 FOTOGRAFISKA(포토그라피스카) 도착! 현대 사진 미술관이라 볼 수 있는데, 정기전보단 주로 세계 여러 나라 아티스트들의 기획전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설렘 한가득 안고 드디어 입장.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어떤 시간이 될지, 사진들 틈에서 어떤 스토리를 남기게 될지...


Fotografiska

Stadsgårdshamnen 22, 116 45 Stockholm


NICK BRANDT(닉 브란트)의 사진 전 <INHERIT THE DUST>
아프리카에서 자연과 동물을 프레임에 담는 작가. 영국 출신의 사진작가이지만 꽤 오래 아프리카에 머물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높이 평가되는 작품들이 꽤 있다고 한다. 도시가 야생의 영토를 침투하며 벌어지는 참사극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야생 동물들이 살아갈 곳이 없어지는 그 심각한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켜 사진 안에 담아 결국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작품들을 스톡홀름에서 볼 수 있어 정말 기뻤다.



BRYAN ADAMS(브라이언 아담스)의 사진전 <EXPOSED> 또한 열리고 있었다. How lucky I am!!! :) 뮤지션 출신 포토그래퍼라는 '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들에 그의 사진 작품이 게재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거물급 스타들이 그의 프레임에 잡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는...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반가운 '그녀'를 그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아름다운 뮤지션, Amy Winehouse(에이미 와인하우스). 고인이 된 그녀이지만 그녀의 음악은 영원하리...박물관에서 나온 이래로 잠이 들 때까지 그날의 bgm은 단연 그녀의 앨범이었다. 스톡홀름을 거닐며 만끽하는 그녀의 소울과 보이스는 더욱 특별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전에 흠뻑 취해있었다. 잠시 앉아 멍하니 오랜 시간 한 작품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 순간의 느낌을 끄적이기도 하며...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이렇게 스톡홀르머들의 일상에 더 깊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카페로 향했다. 따스한 공기가 흐르는, 잔잔한 분위기로 포근한, 무엇보다도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머물던 누군가가 자리를 만들어준 덕분에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전망을 벗삼아 한가로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Tack! Tack! 아...라떼 맛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실크가 혀에서 미끄러지는 듯한, 궁극의 부드러움과 깊은 맛의 놀라운 조화, 라고 하면 공감이 되려나...^^ 북유럽 여행 동안 1일 1라떼를 어기지 않았다. So Yummy!!

바지런히 움직이고싶은 욕심이 나는 게 또 여행이지만, 일상의 압박 속에서 벗어나 '쉼표'를 찍기 위해 날아온 여행이었으니 가만히 앉아 바라보고 생각하고 끄적이는 시간은 때론 눈물이 핑 돌만큼 고맙고 달콤했다. 흐르는 시간과 흐르는 물에 내 모든 걸 맡기고 싶었다랄까.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짧게나마 느낌을 끄적이고 남겼던 몇 마디로 오늘의 마지막을 대신 해볼까 한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러 무언가를 특별하게 느끼려 하지 않는
내가 오늘은 더 좋다.
스톡홀름, 이 도시는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도시가 사람을 닮는걸까, 사람이 도시를 닮아갈까.
치명적이리만치 세련된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외모에, 끝을 알 수 없는 친절함과 여유가 깃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이 매력에 질투가 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낭만이 깃든 산책 그리고 아름다운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