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톡홀름 # 6
약 4개월 전 다녀온 스톡홀름 여행. 온 몸의 추억세포와 감각세포를 깨우고 끌어모아 영혼을 불태우다보니 너무나도 다시 스톡홀름으로 떠나고 싶다. 즐거운 동시에 괴롭다. 추억은 몽글몽글 방울방울 하지만 자꾸만 들썩이는 이 내마음은 어찌할꼬. 날마다 떠날 궁리중...떠나고 싶어질 때 훌쩍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 해본다. 지금 제일 듣고 싶은 말, 제일 외치고 싶은 말..."짐 싸!" 후훗
스톡홀름에서 최근 가장 '쏘 핫' 하고 '쏘 힙'한 Södermalm(쇠데르말름) 으로 향했다. 감각적인 공간과 분위기 그리고 그 곳을 채우고 있는 멋진 사람들을 보며 그 속에 들어가 보는 경험은 유독 도시여행자인 내게 큰 환희를 안겨주는 경험이다. 그들의 일상에 잠시나마 파고들어 머물러 보는 것. 자연스럽기보단 다소 어색하겠지만서도 그 잠시의 머문 추억이 일상으로 돌아온 내 삶엔 길고 긴 여운으로 남는다. 내 일상에 작은 변화의 미풍을 일으켜 줄 지도 몰라, 라는 기대감을 안고 말이다.
오늘도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이 최고의 벗이 되어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지만, 나 홀로 있지만, 내 주변 공기속에 마치 달콤한 자유로움이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다. 아....시간아 멈추어다오!
드디어 Södermalm(쇠데르말름)에 입성한 듯하다. 갑자기 떠오르는 김희애 version 불굴의 의지, "놓치지 않을거에요!!" 후훗
제일먼저 발길 닿는 곳은 단연 공원! Nytorget(뉘토리에트). 나홀로들은 음악과 책을 즐기고, 가족들은 피크닉온 듯 맛있는 음식과 담소를 즐기며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논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티타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지구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임에도 왜이리 좋은걸까? 저 여유는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에 가져갈 수 없으려나. 햇살과 푸르른 녹음만 있다면 가능한 걸까. 아, 좋다! 한껏 구경하고, 조심스레 저 어딘가로 자리를 잡고 스며들어보자.
스웨덴 사람들 몇몇이 추천하는 곳, Urban Deli. 카페겸 레스토랑 그리고 마켓이 함께 있다. 그럼 나도 이 곳에서 점심을 해볼까? 마켓 구경을 신나게 마치고 자리를 잡아본다.
스파클링 워터 한 병(VATTEN, 바텐)과 새우 샐러드 그리고 빵. 늦은 오후시간대여서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순 없었지만 맛은 꽤 좋았다. 야외 테라스석에 앉아 공원구경, 사람구경, 막간의 독서를 하며 한참을 머물렀다. 어쩌면 내가 이토록 그리워하는 건 스톡홀름보단 여유아닐런지. 여행자들은 아닌 듯했지만 나홀로 타임을 즐기는 이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은 독서중인 그들. 분명 나라의 문화이자 자연스러운 일상이리라.
계산하고 화장실도 사용하러 내부로. 세련된 자유로움이 은은히 느껴지는 곳이랄까. 사람들도 모두 밝고 여유롭다. FIKA(피카)를 즐기러 온 이들도 보이고. 다음 번에 온다면 bar 자리에 앉아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지 싶다.
별 거 없는데 왜이리도 감각적일까. 왜이리도 나를 콩닥거리게 하는걸까. 왜이리도 매력이 뚝뚝 떨어질까, 라고 생각되는 브랜드 Acne(아크네). Finally, I'm here! 너무나도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이 맞아주었다. 스웨덴 Uppsala(웁살라)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녀. 그녀는 이것 저것 물어보는 내내 친절하기도 했지만 그 친절이 참 억지스럽거나 고생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조금은 놀랐다. 내 스커트가 예쁘다며 칭찬도 얹어주는 센스, 후훗. 서울을 알고 있어 더 반가웠던.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서울에서부터 사려고 마음 먹고 있던 명함 지갑과 아크네 매거진 득템. 가죽의 촉감이 very soft & nice!! 이메일링 서비스에 가입하고 발길을 돌렸다. 로컬사람들과 단 몇 마디라도 나눠보는 것도 여행자에겐 특권일터. 여행이 한 층 더 풍요로워진다. Tack! Beautiful blonde girl! :)
Acne(아크네)에서 공원쪽으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만나는 수제 카라멜 샵 Pärlans(펠란스). 스톡홀름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입이 닳도록 추천하는 곳! 그래서 나도 발도장 꾸욱 찍었다. 카라멜이 카라멜이지 뭐 얼마나 맛있으려고...했으나, 정.말. 맛.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랑하는 그에게도 선물로 건넸는데, 놀란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역시나 했다. 특히 솔티 카라멜과 다크한 컬러의 초콜릿 카라멜 강력추천! 아, 다시 먹고 싶다. 펠란스 카라멜은 Nytroget(뉘토리에트) 공원 옆 Urban Deli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샵이 워낙 문을 일찍 닫다보니 델리에서 구매할 수 있어 천만 다행일 정도.
Pärlans(펠란스) 내부 한 켠. 몇 시간이고 머무르며 애프터누운 티 타임을 즐기고 싶은 공간. 따스한 느낌의 우드벽과 빈티지한 가구 그리고 우아한 조명의 조화가 어쩜 저리도 완벽하고 편안한지...동네 사람들은 잠시 마실 오듯 나와 카라멜을 사먹으며 담소도 나누고 가겠지, 란 즐거운 상상의 그림을 그리며 나도 카라멜 한 상자 집어 들었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 포토타임도 갖고, 아름다운 정경도 넋놓고 바라보고, 그리운 그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기억하고 싶은 찰나의 느낌을 끄적였다. 물론, 맛있는 카라멜과 함께! :)
스스로 늘 감탄하고 있는 사진, 후훗. 아이폰 lock screen으로 지금까지 쓰고있다. 추억은 늘 살아 있어야 하니까! 너무나 예뻤던 Nytroget(뉘토리에트) 공원.
건물 구경, 아니 관찰, 아니 whatever... ^^ 사랑하는 그가 참 좋아할만한 건축물이다. 그와 늘 꿈꾸는, 작은 도시, 녹음이 어우러진 곳에서 조용히 우리 함께 살아가는 삶. 그 꿈을 늘 간직하며 여행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꿈꾸는 자, 살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너무나 멋진 건물. 탐난다. 이 동네 사람들이 애정하는 미트볼 레스토랑이라고 하는데, 이름도 문자 그대로 meatballs 하하. 다음 번 식사는 저 곳으로 낙점. I'll be back!
아, 정말 하늘과 구름 좀 보소. 그 아래 같은 듯 오묘히 다른 아름다운 건물들은 또 어떻고. 저 컬러 선택은 정말 탁월하지 않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세련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은 도시, 스톡홀름.
오래된 느낌이 물씬 난다. 그런데 참 매력적이다. 분명 그가 좋아할 것 같아 사진으로 남겼다.
순간 파리의 어딘가 뒷골목이 연상 되는 곳을 만났다. 코너를 돌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무 한그루가 참말 정겹고 예쁘다. 저 돌 길을 향한 로망은 아마도 유럽 여행자들 가슴 한 켠에 다 숨겨져 있겠지. 걷기엔 다소 불편함에도 왜이리도 멋지게 느껴질까. 오래된 것이 풍겨내고 자아내는 압도적인 매력일까.
코너를 돌아 나오니 멋진 뷰가 펼쳐진다. 가슴 탁 트이는 느낌. 잠시 기대어 서서 바라보고 가자, 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멀리 바라봐야 다 보인다. 그래, 삶도 멀리 바라봐야하지 않겠는가. 한치 앞만 보면 아프고 힘들지만 멀리 저 멀리 내가 더 성숙해지고 자유할 그 어느 순간을 멀리 바라보자, 고 다짐 해본다.
스톡홀름 둘째날의 여정을 마치고 호텔 엣헴(ett hem)으로 돌아와 Acne(아크네) 매거진 탐독 시간을 가졌다. 감각이 마구 솟아나 풍성해지는 느낌. 엣헴 같은 공간에서 아크네 매거진이라...what els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