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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d for Trave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있을 듯 아름다운 로젠달 가든

by Wendy An

오늘 포스팅 하는 동안의 bgm은 Dustin O'Halloran(더스틴 오핼러런) 음악 'We Move Lightly'로 찜. 몽환적인 선율과 반복적인 피아노 멜로디가 이루는 소리의 조화가 나로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더스틴의 음악엔 묵직한 스토리가 얹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 음악을 통해 그가 하려는 말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나는 스톡홀름 여행의 추억을 끄적이며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무엇을 전하고 싶은걸까. 누구를 향해 말 하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해보았다. 누구든 스토리에 동참해준다면 행복하겠지만,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어떤 순간이든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듯한, 여행하고 있던 순간의 나를 보게된다. 그렇다면 내가 나에게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더 귀기울여보자!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이 기분. 맑은 공기로 호흡하며 흙 길을 사뿐사뿐 밟으며 로젠달 가든으로 향한다. 이 여정은 마치 흠모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빠져들기 전 프롤로그에서 마음이 간지럽혀지는 것만 같다. 아, 이 작품도 사랑하게 되겠구나, 란 확신이 들어 환희에 차게 되는 그런. 흥분감과 엔돌핀으로 첫 문장을 만났을 때의 짜릿함을 목전에 두고 마음이 들썩거리는 그런. 첫 데이트 때의 설렘 비슷하다. 첫 만남을 앞두고 사랑하는 그와 새벽 3시까지 통화를 하곤, 헐레벌떡 점심 선약 자리로 향하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그에게서 나는 향기가 이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그는 내게 '평화로움'인데, 이 곳, 이 푸르름이 그를 연상시켜준다. 자연을 닮은 그가 참 좋다. 그래서 이 곳이 더 좋았던걸까.

아름드리 나무 줄기 아래에서 발길을 멈춘 우리. 손으로 인사를 꼭 건네고 싶었다. 아주 조심스레 터치. Hej! :) 이 아름다운 나무와 나는 교감했을까.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겠지.

Jona언니의 친절한 촬영 공세에 나는 급기야 수줍음이 극에 달하고 말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카메라..후훗. 수줍었지만 기분은 참 좋았나보다.

자연이 자연스레 만들어 낸 작품일까, 조성된 것일까...?!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아이들이 왔다면 참으로 즐거워 했을 곳이다. 여행 내내 문득 문득 조카가 참으로 그리웠는데, 이 곳에서 절정에 닿았다. 함께 있다면 신나게 뛰어놀며 행복해 할 모습이 아른거린다. :)

로젠달 가든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 저너머 보이는 정원. 울타리가 소박하고 정겹다.

드디어, 도착! 스톡홀름의 심장 같은 곳! 아름다운 '로젠달 가든'에 입성하다. 자연 앞에선 참 말 수가 줄었던 기억이 있는데, 포스팅 하는 지금도 마치 그런 듯하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 하는 어느 시인처럼...후훗



스톡홀름의 백 발의 노인들은 왜이리도 곱디 고우실까. 삶의 여정 동안 켜켜이 쌓여 온 세월의 흔적이 어쩜 저리도 아름다운걸까. 그 여정 동안 자연을 벗삼고 여유와 자유를 오가며 누려 온 덕분인 걸까.

카페가 있는 실내로 들어선다. 온갖 화분과 가드닝 재료들이 구비돼 있고 판매도 하고 있다.

저 테이블과 의자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 해본다. 그래, 상상을 꼭 실현시키자, 란 굳은 다짐 마음에 꼭꼭 새겨둔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스콘과 파운드케익 그리고 쿠키. 원하는 걸 담아 트레이에 가져가면 계산을 하고 즐기면 된다. MAX 버거와 감자를 두둑히도 먹고 온 바람에 아쉽게도 먹진 않았지만 참말 맛있게도 보였던 디저트. 아, 정말이지 디저트는 언제나 옳다! 먹지 아니하였음을 지금에서야 반성한다.

티타임은 반드시. 커피 외에도 여러 종류의 블랙티와 허브티가 있다. 우린 가든에 입성한 만큼 '허브티'로 선택!






유난히도 오래 머물게 되었던 이 공간. 잠시 이 곳에서의 결혼식을 상상했다. 많은 영감이 봇물터지듯 솟아났던 순간! 그윽한 커피 향 벗삼아 한 켠에 자리 잡고 소설을 쓴다면 참 좋을 것만 같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포트럭 파티를 하는 건 어떨까. 온 맘 다해 탐나는 곳. 눈빛으로 레이저 쏘듯 쏘아보며 한 껏 부러워하곤 발길을 옮겼다.


비밀의 정원. 몇 초간 전율이 오르듯 행복했다. 동화 속 한 페이지에 잠시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다음 페이지를 부디 넘기지 말았으면...

자유롭게 거닐며 뛰며 쉼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점 햇살이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가슴도 콩닥콩닥 뛰었다. 날다람쥐처럼 마구 뛰어 노닐고 싶고나!

사과나무로 가득 채워진 예쁜 정원. 뛰어 놀던 아이들이 떨어진 사과로 모여든다. 주워서 한 입 베어물고 싶었을까? 실은 나도 그랬단다, 아이들아 :)


스카프를 돗자리 삼아 버렸다. 아무렴 어떠리. 우리도 신발 벗어 두고 쉬어 가야겠다. 후훗-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에 스카프 스윽 담아 왔던 내 자신이 대견해 셀프 쓰담쓰담 ^^


아무 것도 바랄 게 없던 시간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여유, 자유, 그리고 무념무상.

따스한 햇살에 우리의 흔적이 더없이 예뻐 보인다. 역시 푸른 잔디와 햇살에선 무작정 드러 누워야 한다, 후훗.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이다. 로젠달 가든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감동과 전율 그리고 자유와 여유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은 그의 말대로 세상을, 환경을, 내 옆을 바라보는 나의 '새로운 눈'에 더 많은 가능성이 있으리라.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이 생각에 다다를 수 있었던 건 잠시나마 여행자였기 때문이리라 확신(?)한다. 아름다움에 휩싸여 마음껏 행복했던 추억. 또 다시 발길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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