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톡홀름 # 11
여행의 시작은 조식, 이라고 외치고 싶다. 아니 믿고 싶다. 알람도 없이 조식을 향한 의지에 힘입어 이른 아침 일어나 그날의 여정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라운지로 향했다. 아침을 깨우는 커피 그리고 에그 & 베이컨으로 즐거움의 경지에 오르다. 요거트와 오트밀은 보너스라 해두자, 후훗-
호텔 앞에서 무심코 버스에 올라탔다. 몇 정거장을 지나고 나서야 반대방향으로 탔다는 사실을 깨닫곤 어딘지도 모른채 내려 버렸다. 그런데도 왜 피식 웃음이 날까.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구글맵도 잠시 off 한 채 마냥 걸었다. 버스를 잘못타지 않았다면 스톡홀름 여행 동안 걸어보지 못했을 길이구나, 생각하니 되려 기뻤다. 여행자의 특권을 오늘도 누리는구나 싶었다.
예쁘고 단아한 공원도 발견. 스윽 들어가 잠시나마 머물러 본다. 이 푸르름...스톡홀름을 대변해주는 건 단연 이 푸르름이리라. 짙은 녹음이 도시 곳곳에 있다 보니 스톡홀르머들에게서도 푸르름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그들의 외모에 뿐만이 아닌 그들의 삶과 말과 행동에 더 서려있겠지. 자연을 닮아가는 삶이란 정말이지 어떤 삶 일까,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단 생각에 바로 저 곳을 지나던 길 잃었던 그 순간, 꼭 다시 돌아와 '깊이' 보리라, 라고 다짐했다. 다시 올 땐 사랑하는 그와 함께 손잡고, 꼭.
현대미술관에서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열리고 있나보다. 반가운 포스터. 몇 해 전 서울에서 정말이지 재밌게 감상했던 쿠사마 야요이 전시를 이 곳에서도! 그녀의 작품들도 제대로 세계일주를 하는 군.
광고 전단지 내지는 공연 포스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터인데 왜이리도 감각적인걸까. 내 눈에만 그리 보이나. 밝고 다양한 컬러의 조합조차도 북유럽의 시크함을 담아 온갖 끼를 다 발산하는 듯한 디자인. 좋은 디자인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바라보게 하고, 미소짓게 하고, 그리고 스토리를 읽어내도록 하는 것만 같다. 디자인의 힘, 스톡홀름의 힘.
한가로운 아침 산책(이라 쓰고 길잃은 한 영혼의 정처없는 유랑이라 읽는다)을 마치고 다시 방향을 바꿔 버스에 올라타 시청사 부근에 당도했다. 버드나무의 수려함에 상쾌함이 배가되는 듯. 글루미한 듯한 날씨가 싫지 않은 날이다. 하늘과 바람과 물의 조화는 언제나 좋구나.
스톡홀름 시청사. 붉은 벽돌의 따스함이 첫 인상이다. 시청사 (영어)투어가 1시간 간격으로 있는데, 10시 투어에 맞춰 서둘러 향했다. 영어 투어 시간은 10am, 11am, 12pm, 1pm, 2pm, 3pm으로 짜여져 있다. 45분 정도 역사와 건축 배경, 공간의 목적과 용도, 그리고 노벨상 시상 후 리셉션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공간을 탐색하고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가격 및 계절에 따라 유동적인 시간대 변동은 홈페이지로 미리 확인해보는 센스를 발휘하면 훨씬 편하다.
Tours of the City Hall - City of Stockholm
Hej, Stockholm City Hall !
웅장하고 묵직한 시청사 대문을 들어선다.
들어서자 내부 광장에서 펼쳐지는 광경. 가까이서 보니 붉은 벽돌이 더욱 섬세하게 보여진다.
아치 너머 보여지는 풍경이 참말 예쁘다. 실제 이곳은 시청 공무원들이 정무를 보고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업무 환경 한 번 기가 막히는 군 ^^
티켓 오피스로 입성하여 영어 투어 티켓 구매 완료. 저렇게 동그란 스티커가 티켓을 대신한다. 손등에 붙이고 다니면 딱 좋은 스티커. 귀엽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그녀, Emma! 신청자들을 불러 모으고 투어를 시작한다. 잘부탁해요, Emma ^^ 또박또박 정확히 말하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말 예쁘다.
스톡홀름 시청사는 1923년경에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사랑했던 스웨덴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8백만개의 벽돌이 사용되었다는, wow! 시의원들과 공무원들이 이 곳에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는데, 관광객들 때문에 시끄럽진 않을런지 헤헷
아름다운 블루홀. 노벨상 시상식을 마치면 연회가 벌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테이블과 의자 간격을 '정확히' 계산해 배치하여 초대된 모든 사람들이 착석하고 또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데... 잠시 연회를 상상 해본다.
시의회의 회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오리엔탈 분위기가 나는 천장 디자인이 독특하다. 묘한 공기가 흐르는 듯한 이 곳. 시민들은 원한다면 미리 신청을 해서 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으니 시의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엔 더 무거운 공기가 서리겠군. 부러운 정치다.
당장 드레스 입고 왈츠를 추고 싶고나! ^^ 기둥과 벽의 섬세한 디자인에도 다 배경과 스토리가 있다고 설명해주고 있는 Emma.
View 한 번 장관이다. 이 곳은 잠시 숨을 돌리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쉼이 있는 공간이었을까. 창밖 너머 멜라렌 호수는 마치 단아한 듯 보인다. 정적이 흐르는 듯한 모습의 호수.
연회장 골든홀. 이 화려한 금빛!은 금빛일뿐만 아니라 실제로 'GOLD'라고 한다. 금박 모자이크로 온 벽이 뒤덮여 있는...! 멜라렌 호수의 여신이 정면에서 나를 맞이해주는 듯?! 동양과 서양 사이의 중심을 나타낸다고 한다. 스톡홀름에 존재하는 신화일까. 금빛이 제대로 조명 역할을 해주는 듯. 이 곳에선 모두들 한동안 말을 멈추고 모자이크를 자세히 관찰하며 소곤소곤 거린다.
가까이 와서 보니 여신의 자태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후훗- 유머가 깃들어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런지. 모든 표현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Emma의 친절하고도 자세한 설명으로 시청사 투어를 즐겁게 마쳤다.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한 덕분에 집중할 수 있는 투어이기도 했다. 작은 에티켓과 예절은 결국 모두를 기쁘게 한다. ^^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어느덧 글루미한 회색빛은 걷히고 맑은 하늘이 반겨준다. '오늘도 맑음'이라고 내게 윙크하며 신호를 보내주는 듯.
멜라렌 호수 너머 구시가지 감라스탄이 어렴풋 보인다. 참 운치있는 곳. 버드나무는 마치 액자가 되어주는 듯.
창문넘어 도망치는 100세 할아버지는 여기도 계시는 군...도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재치와 유머 ^^ 자, 이제 coffee time이 간절! 100년의 역사를 가진 카페 vete katten(베테 카텐)으로 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