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톡홀름 # 12
스톡홀름 시청사 투어와 산책을 마치고선 서서히 걸어 꼭 가보리라 다짐하며 염두에 두고 있던 100년의 위엄 카페 베테 카텐(Vete-katten)으로 향했다. 스톡홀르머들처럼 FIKA!
Kungsgatan 55, 111 22 Stockholm, 스웨덴
1928년에 지어진 카페. 센트럴에 위치하고 있어 일정 중 들러 FIKA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이 곳으로 향하는데 콧노래가 나왔다. 흥얼흥얼~ 신나는 순간순간은 모든 게 마인드셋이리니. 내게 여행은 참말 이런 것, 콧노래 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브런치 또는 점심식사도 가능한 카페. 애프터 누운 티 세트도 있으니 홈페이지 또는 전화를 통해 미리 예약해두고 찾으면 좋을 듯하다. 나는야 몸도 마음도 가벼운 나 홀로 여행자인 만큼 시나몬롤과 맛있는 라테를 즐기기 위해 사뿐히 발걸음을 옮겨 들어서 본다.
쇼케이스 안에 있는 아름다운 디저트의 오케스트라 향연! 바라만 보고 있어도 엔도르핀도 에너지도 상승한다. 아, 정말이지, 디저트 없는 세상을 이젠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일상에서도, 물론 여행에서도.
수줍은 여행자인 나는 거울 셀카를 시도하지만 거울을 바라보지 못한다, 훗
Old & New의 조화가 공간 전체에 은은히 깃들어 있다. 입구와 쇼케이스 부근 식사를 즐기는 공간은 화이트 톤으로 매우 모던하고 심플한데, 카페 안쪽으로 미로 찾기 하 듯 들어와 보니 빈티지 감각이 무한 발휘된 듯한 색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따뜻하고 정겹고 더 편안하다랄까. Cozy 한 자리 발견! 살며시 앉아본다. 라테와 시나몬롤의 조합 in 스톡홀름, 이야말로 완벽한 FIKA로다!
오래된 듯한 테이블 위에 라테와 시나몬롤이 왜 이리도 예쁠까. 잠시 흐뭇하게 바라보며 사진에 담고 따스해진 마음으로 한껏 즐겼다. 라테는 오늘도 감동입니다.
커피를 주문하면 두 번째 잔부터 알아서 셀프 리필하는 공간이 있다. 미국인 여행자인 듯했던 백발의 할머님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포착. 나 또한 백발이 되었을 때에도 사랑하는 그와 손 붙잡고 세계를 유랑하는 꿈을 꾸며 여행 중인데 마치 내 미래의 모습을 보는 듯했던 것일까,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이 공간으로 모여들어 각자의 잔을 들고 커피를 채워 가는 모습이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여든을 훌쩍 넘기셨을 듯 보이는 할머님들이 곱게 투피스를 차려입고 스카프와 목걸이, 그리고 귀걸이까지 화려하게 하시고선 함께 FIKA를 즐기러 오신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어쩌면 비테 카텐에서의 추억 중 가장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 건 찰나의 그 목격이 아니었을까, 싶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에서도 카페에서 작업하거나 미팅을 하는 모습은 흔히 보는 광경이지만, 이들이 이토록 부러운 건 무엇 때문일까. 100년 된 카페일까, 스톡홀름이기 때문일까, 내가 여행자이기 때문일까.
커피잔을 살포시 들면 카페 주소와 설립 연도가 아담하게 기록되어 있다. 커피가 있는 오후의 끄적임은 여행자에게 최고의 기쁨이자 쉼이다. 펠란스(Pärlans) 캐러멜도 날마다의 필수 아이템이 돼버렸다. 골라먹는 재미, 떨어진 스위트함을 충전하는 응급처치로 최고!
추운 겨울엔 벽난로 가 자리가 참 좋겠다. 다양한 세대가 100년 된 이 카페에서 함께 어우러져 있다. FIKA를 즐기는 스톡홀르머들의 전통과 문화와 여유가 보기 좋은 오후다. 환경과 배경을 탓하지 말고 어디에서 살아가든 이 여유를 먼저 생각하고 챙겨보자, 란 다짐을 하게 된 어느 특별한 오후라고 기억하자.
FIKA를 온몸과 마음으로 즐기고 버스에 올라탔다. 전시를 보려는 목적은 아니었지만 꼭 발길 닿아보고 싶었던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Moderna Museet)으로 가기 위해.
전시 일정 및 개관/휴관일 등의 모든 스케줄을 미리 홈페이지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준비하고 체크하는 만큼 여행은 풍성 해진다. Check Check!! :)
버스에서 내려 천천히 거니는 시간을 가져 본다. 어린아이처럼 잔디를 밟고 마음껏 걷고 뛰어 보았다. 서울에선 밟고 뛰어 볼 수 있는 잔디밭이나 정원이 주변에 없으니 어찌나 이 순간이 그리울 것만 같던지...
북유럽 디자인을 잠시나마 엿보러 오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걸 이보다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말 한마디, 글자 하나 없이 말이다. 그녀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디자인을 나무에 옷으로 입힌 이 감각에 감탄하지 아니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꼬.
또 하나의 스톡홀름의 카페 명소라면 단연 이 곳일 듯. 꽤나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이 곳에서 FIKA를 즐기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있는 라테 대디들도 많고 역시나 거의 모든 세대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경을 이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자연 스러이 섞여 있는 모습이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미치도록 흠모하게 된 것 중 하나이다. 모두가 즐기고 향유할 수 있어야 진짜 '문화'로 자리 잡고, 100년의 흐름도 견뎌내지 않겠는가.
정박되어 있는 가지각색의 보트와 요트. 저 멀리 구시가지 감라스탄이 보인다.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 도시. 더 좋아진다.
지금까지 열렸던 전시와 열릴 예정인 전시 포스터가 한 데 모여 있다.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 강렬하다.
예술가의 삶이란 어떨까, 늘 상상해보곤 한다. 유러피언들이 꽤 사랑하는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 서울에서의 전시 기획도 꽤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곳에서도 열리고 있으니 괜히 반가운. 예술은 경계가 없단 걸 실감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들은 또 어떤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될까, 또 어떤 이들을 즐겁게 해 줄까나.
현대미술관의 핫 포토 스폿을 내 아이폰에도 담아본다. 다음에 다시 스톡홀름에 발길 닿게 되면 그땐 꼭 그와 함께 전시를 봐야지. 버킷 리스트 하나 더 추가, checked!
유럽에서 길이 주는 인상은 늘 매력적이고 여운이 길다. 걸어보고 싶은 길이 참 많은 곳. 잠시 무념무상으로 이 곳을 걸어본다.
올라 가 보고 싶었던 철제 계단.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브제들. 색이 참 좋다. 인생의 여정에도 방향을 알려주는 이런 표지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정해진 대로 산다는 건 너무나 지루하겠지, 싶다가도...
여행이란 게 나이 들고 성숙해질수록 어떤 틀을 깨거나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날마다 한계를 직시하게 되기 때문이고, 현실의 일상에서 그 하루를 잘 살아내기도 때론, 아니 자주 버겁기 때문 일터. 그렇지만 아름다운 스톡홀름에서 다시 다짐해본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보려는, 경험해보려는 그 용기는 결코 잃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