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usly, Why We Gather

The Art of Gathering, 마지막

by Wendy An

멀고 낯선 땅으로의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1년. 크나큰 아쉬움과 헛헛함 그리고 잊을라 치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답답함을 달랠 방법은 오직 하나, 적극적으로 여행을 추억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도 글도 물성이 있는 추억의 오브제들도 모조리 꺼내어 보다 세밀하게 여행의 순간들을 추억하며 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법 마음이 추슬러지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즐거움과 설렘도 다시 찾아오더군요. 그런다 문득 여행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순간이 무얼까 생각해보던 중 오늘 글의 포문을 이 이야기로 열면 되겠다 싶었고요. 바로 오늘의 이야기가 모임이 시작되는 건 어느 순간부터인가, 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탐닉하고 애정 하는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호텔'인지라 호텔에 들어서는 그 찰나의 순간이 제겐 여행의 진정한 시작입니다. 첫 호텔에서 첫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주로 호텔 컨시어지나 데스크 직원이겠지요) 그 도시의 첫인상이 되고, 그 대화(소통)를 통해 몇 걸음 더 깊숙이 여행으로 들어선 느낌이 들곤 하지요. 꽤 높은 확률로 그 '첫 대화'의 성공에 여행의 성공도 비례했던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여행자들의 마음과 기대를 잘 읽어낸 그들 덕분에 룸에 들어서기도 전에 호텔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고, 나아가 그 호텔을 품고 있는 도시 전체와 그곳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기대와 애정이 흘러가더라고요. 다분히 상업적인 공간인 호텔이고 그들의 환대는 비용을 지불한 고객을 향한 마땅한 서비스였겠지만, 시작과 처음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모이는지'에서 시작한 3주 간의 여정이 오늘로서 마무리가 됩니다. 오늘은 모임을 예술로 만들기 위해 달려온 여정을 '어떤 회주(host)로 기능과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에서부터 효과적인 끝맺음을 위한 전략과 태도'에 대해 다뤄보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자 합니다. 자, 그럼 이어서 가볼까요?


p.209
모임은 손님이 모임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시작된다. (...) 손님들은 그 순간이 오기 훨씬 이전부터 모임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고 기대를 품는다. 그들은 내가 '발견의 순간'이라고 부르는 때부터 모임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모임 목적에 충실한 회주는 공식 행사 일정이 시작할 때가 아닌 참가자가 모임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회주로서 임무 수행에 돌입한다. 발견의 순간부터 공식 일정이 시작하기까지의 기간이 손님을 예열할 절호의 기회이자, 손님이 모임에 들어서기까지의 여정을 회주가 조직할 수 있는 시간이다.


p.215-217
90퍼센트 원칙 - 모임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의 90퍼센트는 모임이 시작하기 전에 결정된다. (...) 요구와 준비의 상관관계 - 사람들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야 한다면, 전초전 기간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더 많이 배려하고 더 세심하게 과정을 실행해야 한다. 참가자에게 요구하는 용기와 노력에 비례해 회주도 이 전초전 기간에 참가자에게 공을 들여야 한다. 또 하나는 모임 시작 직후부터 손님에게 요구되는 모든 특별한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준비 작업을 전초전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다. (...) 모든 모임은 모임 장소에 들어서는 손님들의 기대와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빌라선샤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중 두 차례 소셜클럽을 기획해 오픈하고 멤버들을 모아 한 달씩 함께 활동을 했었는데요. 그 당시에도 이 책(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을 끼고 살았지요. 책의 도움을 받아 모임의 시작은 멤버들이 모임에 신청하는 그 순간부터다, 라는 생각의 틀을 가질 수 있었기에 보다 디테일한 방법론적 측면으로 고민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했던 첫 클럽은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 있던 시기였던 터라 멤버들이 모임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여행'의 느낌이 나게, 또는 저자가 제안하듯 생각과 기대를 품을 수 있을까를 꽤 고심했습니다. 결국, 제 여행 사진들 중 선별하여 몇십 장의 사진 파일을 엽서로 제작했고, 공간 초입에 그 엽서들을 모두 펼쳐 놓은 다음 들어서면서 마음에 드는 엽서를 3장씩 고르고 자리로 이동하도록 해보았었는데요. 모임에 본격 들어서는 '입구' 역할과 기대를 고조시킬 수 있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피드백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클럽에서는 4주간의 여정에 대한 안내문과 읽을거리 및 참고 자료를 하나의 파일로 정리해 메신저(slack)를 통해 미리 공유하는 것으로 '초대장'의 역할을 시도해보았었는데요. 몇몇 멤버들로부터 모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가 된다, 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디테일 하나가 짧지 않은 4주간의 여정 전체를 좌우할 수도 있음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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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모임 당일 본격 시작에 들어서기 전 손님들에게 마치 과제를 내주는 듯한 시도는 조심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되었는데요. 지난 소셜클럽 경험도 그렇고, 제가 진행하고 있는 개인 커리어 컨설팅의 경우에도 그렇고, 사전 질문지나 참고자료 공유 등의 과정이 오히려 미리 모임으로 들어가 보는 일에 더 가까운 일이었음을 해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 프리야 파커에 의하면 이는 그들이 모임에 기여하는 기분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인데요. 나아가 직접 만나기 전부터 회주와 참가자들(손님)이 연결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모임을 통해 내가 제공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와 더불어 '손님들은 어떤 것을 기대할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이죠.


p.240
회주라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건 바깥 세계를 몰아내고 사람들의 주의와 상상력을 사로잡는 이동 통로를 마련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출발선을 긋고 더 나아가 손님이 그 출발선을 건너도록 도와야 한다.


캠프를 목표로 기획하고 있는 과정에서 어쩌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 아닐까 할 만큼 주의력과 상상력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또는 어떻게 자극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콘텐츠가 훌륭해야 함은 너무 기본이기에 탄탄한 기본을 세운 다음 그 바탕으로 어떻게 각자에게 최고의 모먼트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인가, 란 게 참 어렵습니다. 우리는 다 어떤 일을 앞두고 문턱을 넘는 게 참 어렵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 문턱을 제가 먼저 넘어야 회주로서 자격이 있는 셈이 되겠죠. 책에 이에 도움과 참고가 될 만한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분량상 전체 사례를 지면에 옮길 수 없어 너무 아쉬운데요. 짧게 소개만 해보자면, '선언문 낭독하기', '손님들이 서로 바라보며 특정 표현으로 인사 나누도록 하기', '상자 의식(팀이 함께 모인 다음 상자 위에 올라가서 말하고 싶은 사람이 올라가서 한 마디씩 하기)', '뜨개실 뭉치 던지기' 등이 있습니다. 이 사례들을 참고하여 상상력을 한껏 더 펼쳐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설렌 나머지 실현 불가능한 지점까지 다다르진 않아야겠습니다.


p.344
손님들은 연인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이별 선언을 들을 자격이 있다.


모든 것엔 끝이 있죠. 만났으면 헤어지고, 헤어짐 뒤엔 또 다른 만남이 있기도 하고요. 모임이 쫀쫀한 구성으로 밀도 높게 그리고 즐겁게 진행됐다면 마지막 순간의 마무리야말로 화룡점정이 될 수도 있을 테지요. 일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가 어떻게 시작하는지만큼이나 중요하고 긍정적인 추억에 보탬이 된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단계임을 명심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직전까지 적정 텐션과 좋은 콘텐츠로 모임을 이끌어올 수 있었다면 그 모든 것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겠지요. 한 순간 어떤 조짐이나 분위기만으로도 무너져버리고 또 변하는 게 사람의 기분이고 생각이니까요.


p.348
희망컨대 회주인 당신은 모임에서 일시적인 대안 세계를 창조했을 것이다. 그리고 회주라면 손님들과 그 대안 세계의 문을 닫고서, 그 세계에서의 경험 중 어떤 것을 들고 나와, 자신들이 떠나왔던 일상 세계로 다시 돌아가도록 도울 임무를 지니고 있다.

이 두 가지 임무를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일시적인 '대안 세계'를 창조할 것, 그리고 그 대안 세계의 문을 닫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손님들이 '어떤 것'을 들고나갈 것인지를 챙길 수 있도록 도울 것.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가 제일 중요하겠지만요. 그래서 몇 가지 고안해보고 있던 참인데요.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만듦새를 잘 다듬어 본다면 임무를 나름 완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들이에요. 더 정교화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커리어 로드맵 완성하기 (아날로그, 핸드드로잉, 핸드라이팅)

- 대안 세계에서 발견한 '나' 묘사하기

- 신개념 '롤링 페이퍼'의 부활 -- 캠퍼들 칭찬하기 (or 내 파트너 자랑하기)

- 내 커리어 '욕망'에 이름 붙이기 (아날로그 작업)


p.381
지금 끝나고 있는 모임이 애초에 시작하게 된 이유를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p.384 마무리 과정의 마무리는 분명한 점을 찍어서 참가자들이 정서적으로 모임으로부터 풀려나도록 하는 것이다.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퇴장선은 물리적일 수도 있고 상징적일 수도 있다.

p.385 하루 종일 나는 참가자들이 들려주는 말, 구절, 고백, 깨달음, 농담, 기발한 문장 들을 재빨리 적어 가며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 나는 내가 포착한 중요한 순간들을 큰 소리로 읽는다.

p.386 모임의 마지막 순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간에 거기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하며 그 모임의 맥락에 어울려야 한다.


마무리는 정말 벅차거나 떨리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 싶은데요.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조금 떨리고 또 설레네요. 우리가 모인 이유를 부드럽게 환기시키는 것에서 시작하고, 맥락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물리적이거나 심리적인 퇴장선을 제공함으로써 제대로 끝낸다는 느낌을 선사해야겠습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진정성'을 잊지 않아야 하겠고요.


지난 첫 글에서 소개했던 브레네 브라운의 팟캐스트(Unlocking Us)의 '마무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일명 이름하야 'rapid fire' 순서로, 출연자에게 즉문 하고 즉답을 듣는 시간인 듯했습니다. 길게 생각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답하는 게 때로는 한 사람에 대해 더 유의미한 또는 재미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니까요. 브레네 브라운이 제일 처음 건넸던 질문이 바로 "Fill in the blank for me. The vulnerability is..."였습니다. 프리야 파커의 즉답은 "Courage"였고요. 취약성은 용기라는 거죠. 듣는 순간 마음 한편에 정말로 용기가 솟아나는 것 같더군요. 불완전함의 미학이 떠올랐고요. 팟캐스트의 마무리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치 매력적인 마무리라 생각됐습니다. 회주(host)가 손님들 또는 캠퍼들과 함께 짧고 굵게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꼭 기억해두어야겠습니다.




저도 마무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네요. :) 3주간 책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을 통해 어떻게 성공적인 모임을 기획하고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나누고 쪼개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분과 함께 책을 읽는 것도 같았고, 결코 휘발되어버리지 않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제 기획(캠프)을 미리 선언하고 공유하는, 마치 모노드라마를 찍는 것도 같았는데요. 이상하게 퍼즐을 몇 조각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은 만족감도 드는 반면 여러분과 저 사이에 여전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벽을 더 허물어버리고 싶다는 열정 깃든 아쉬움도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허공에 외치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스텝 바이 스텝 걸어가다 보면 여러분과 만나게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더더욱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수박에 없겠고요, 후훗.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결코 코로나 이전 세상과 같지 않을 거라는 건 이제 우리도 어렵잖게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반드시 달라질 것에도 집중해야겠지만 결코 변화하지 않을 것에도 마음과 시선을 두는 저와 여러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자 '바람' 아닐까 합니다. 3주간의 여정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잠시 쉬었다가 새로운 내용으로 곧 다시 돌아올게요.


Stay tuned! I'll be back.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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