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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Aug 17. 2023

그 문제란 게 진짜 문제인지 아닌지

Supersense Letter 7

좋아하는 책이 있어요. 실은 좋아하는 책이 꽤 많지만 오늘의 이야기엔 이 책이 제격이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2019년에 처음 만난 이래로 일과 삶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나 자극이 필요할 때 종종 펼쳐보곤 하는데요. 분명 책인데 때론 선생 같고, 때론 친구 같다랄까요. 그 오묘한 책은 바로 미노와 고스케의 <미치지 않고서야>입니다. 얼마 전 커리어 컨설팅을 마치고 나서 '관점', '안다는 것', '프레임'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색에 빠져들었는데, 그 사색은 책으로 연결됐고, 결국 이야기로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의 주제이자 결론은 이번 레터의 제목과 같습니다. 관점에 따라, 내가 나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에 따라,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문제란 게 진짜 문제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것! 먼저 책 속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p.91
세상은 크고 다양하며, 많은 종류의 일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손으로 만지며 느끼지 못하기에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위대하다. 

p.92
뉴스픽스를 읽거나 각종 강연회에 참석하는 사람을 '저 잘난 맛에 산다'라며 자의식만 높은 사람이라고 비웃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자의식만큼은 높게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대해 오감을 갈고닦아야 한다. 의식의 안테나를 꼿꼿이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p.96
알고 있다는 것이 언젠가 반드시 무기가 된다. 단절된 세상이기에 더욱더 정보를 받아들이고 지식을 포획하라. 자의식만큼은 높게 가져라.


어느 멋진 분과의 커리어 컨설팅을 진행하던 때였어요.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나만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재발견/재정의 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력의 '언어화', 핵심 역량 정리 및 커리어 정체성 정립을 위한 작업을 이어가던 여정의 말미에 대화를 나눴지요. 커리어 상담과도 같았던 그 대화의 주제는 '커리어 성장 및 개발이 곧 이직일지 아니면 스테이하며 솔루션과 기회를 찾는 것일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의뢰인(이후 H님)이 갖고 있던 나름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강점, 즉 잘하는 것, 보유하고 있는 탁월한 역량 및 성과'를 타인이 언급하고 인정해 주어야만 '아 그렇구나'하고 인정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이유는 다름 아닌 H님의 표현을 빌려 '모범생 콤플렉스'라는 거죠. 이를테면, 완벽을 추구하는(아마도 무엇이든 늘 잘했을) 모범생인지라 훌륭한 결과를 냈다는 건 알아도 스스로 인정하는 것까진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H님이 담백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요. 아마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모범생 콤플렉스라고 칭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어서 질문했지요. "그럼, H님이 갖고 있는 스탠더드에 100% 부합하는 커리어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어떨까요?" 찰나였지만 H님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습니다. 이미 질문을 빠르게 소화시켜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었죠. 제가 말을 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잘 알고 계시네요. 콤플렉스로 바라보기보다는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요?"라고요. 

함께 '받아들임'이라는 키워드를 되새겨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이런 게 바로 '관점 바꾸기', '프레임 변경하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지하기' 아닐까요? 그 순간부터 '이직을 할지 안 할지'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직과 상관없이 현시점 내가 진짜로 바라는 커리어 목표는 무엇이며,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고 상상하며 구체화하는 게 우선순위가 된 것이죠. 커리어 정체성이란 게 본질적으로 변화무쌍하고, 시간의 흐름이나 경력의 누적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늘 '현재'의 정체성을 토대로 '방향성'을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H님은 정체성을 정립하는 순간 '지금 여기에서'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바로 세울 거라 확신이 되고요.


우리 모두에게는 '내 안에 잠들어 있는 혹은 숨겨져 있는 큰 생각'이 다 있어요. 그 큰 생각을 얼마나 구체화하고 꺼내어 실제로 활용하는 가에 따라 역량 개발과 커리어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죠. 미노와 고스케가 설파한 대로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위대한데 '나를 아는 것, 곧 커리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름길 아닐까요? 안다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무기가 될 테고, 위기라 여겨지는 어떤 시기나 상황이 높은 확률로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자의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어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는 일 (...) 직접적인 성찰에 의하여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적 세계에 대하여 아는 일'이라고 하네요(2). 혹자들은 자의식의 과잉을 염려하거나 비난하기도 하지만 자의식은 부족하기보다는 다소 넘치더라도 채워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차에 연료 채우듯 말이죠. 의미인즉슨 깨어있다는 것이고, 깨닫는다는 것이며, 성찰한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컨설팅을 제공하는 컨설턴트인 저에게도 '성찰'의 순간을 건네준 시간이었어요. 넘쳐 흘러갈 것을 미리 염려하기보다는 오늘부터 여러분의 자의식을 점검하고, 언어로 표현해 보고, 그리고 꼭 충전해 보세요. 그럼, 분명 행동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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