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gge Copenhagen # 4
또 다른 새로운 날이 밝았다. 행복했던 어느날 in 코펜하겐. 호텔에서 이른 아침 눈을 뜰 때면 코펜하겐에 있음이 얼마나 감동이던지. 난 삶에 있어 아마추어일까. 오직 여행 중에만 아침에 눈 뜨는게 즐거운 것 같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의 경지에 이르르는 날이 올까. 그 날이 온다면 매우 거만한 미소를 지으리라.
부지런히 준비하고 상쾌한 아침 길에 나섰다. 설렘 폭발하는 날!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건축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에 하루를 온전히 할애 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기차에 올라타기 전 맛있는 커피와 빵으로 하루를 열고자 Hotel Alexandra 부근 information center 바로 옆에 있는 Lagkagehuset(라흐카게후세트)로 향했다. 코펜하겐 이동네 저동네 굉장히 많은 베이커리 겸 카페. 랜덤으로 골라 먹어도 실패율이 0%라는 덴마크 대표 베이커리. 여행자로 보내는 하루하루 중 호텔 조식으로던 로컬 카페를 찾아가 즐기던 아침 식사는 너무나도 즐거운 행위다. 아침을 여는 커피와 맛있는 빵에 무얼 더 바랄 게 있나 싶은 기분까지...
블랙 커피와 추천받은 빵을 주문하고 대기하다가 한 컷. 빵의 자태가 저리도 곱다니. 하나씩 다 먹어 보고 싶었는데 아쉽기 그지 없었다. 데일리로 식사에 곁들여 먹기에 제격일 호밀빵들이 여럿 진열돼 있었다. 이토록 건강해보이는 색과 자태라니.
햇살이 너무 좋아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커피는 기대 이상으로 신선한 맛과 향이 일품이었고, 추천 받은 빵은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나 맛있었던 기억으로 마지막 날 출국 전 공항에서도 같은 빵을 사먹었다는! 부드러움과 고소함과 약간의 달콤함이 한 데 어우러져 매우 사랑스러운 맛이었던 게 생생히도 기억난다. 아 침고인다.
코펜하게너들 출근길 구경하며 나는야 유유자적 여유 부리며 혼자 기뻐하는 중. 중앙역이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있으니 마음 편하게 커피 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편리하게도 카페와 information center가 같은 건물 1층에 연결돼 있어 코펜하겐 카드로 루이지애나 미술관 부근 기차역인 Humlebæk(훔레백)까지 갈 수 있는지도 확인을 해보았는데,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I am so ready! :)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Humlebæk(훔레백)역까지는 약 35~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기차도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도착했다. 한국에서건 외국에서건 기차를 타는 일은 늘 설레고 재밌는 일이다. 비행기를 탈 때보다도 더 특별한 느낌이 드는 건 무얼까.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을 수 있어서일까. 어릴적 추억 덕분인걸까.
기차를 기다리며 서 있던 곳에서의 건너편 View.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림 같은 정경이다. 그리운 그를 바라보 듯 한 참을 보게 됐다. 그리고 그를 볼 때면 짓게 되는 미소가 띄어졌다. 왜 그가 생각난걸까? 따듯함 때문이리라.
이 와중에 저 시계는 왜이리도 심플 모던 시크한 게 내 마음을 훔쳐가는지!! 한 컷 아니 담을 수 없었노라고... ^^
유럽의 기차역이 주는 낭만. 그 낭만 때문에 말랑몰캉해지는 이 내 마음.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리라. 가만히 서있노라니 새삼 '아, 난 여행 중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잠시나마 내가 코펜하게너가 된 듯 일상처럼 순간을 즐겼나 싶어 행복했던 순간이다. 마침 기차가 들어섰고, 기분 좋게 올라탔다.
40분 남짓 달린 기차에서 내렸다. 드디어 Humlebæk(훔레백)역 도착. 더 푸르르게 느껴지는 공기와 분위기. 따스한 햇살은 여전히 내 여정 동안 최고의 벗이 되어주었다. Thank God! 여백의 미가 물씬 풍기는 이 곳.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도 더 여유로움을 자아내는 이 나라, 정말이지 미치도록 매력적이다.
역에서 나오면 바로 발견할 수 있는 안내 표지판.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파란 색감과 시크한 서체가 '현대 미술'을 이미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후훗.
딱 알맞은 듯한 크기와 정감이 깃든 훔레백 역의 모습이다. 역시 많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유럽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자전거 타고 역까지 신나게 달려와 기차에 올라타 직장으로,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모습. 언제나 내 가슴을 은근히 설레게 했던 장면인데... 실제로 해보고 싶다, 너무너무!
역에서 미술관까지는 도보로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따스한 햇살이 길동무 해주니 자연을, 사물을, 그리고 사람을 더 깊숙이 바라볼 수 있었다. 푸르른 잔디 위에 묵직하게도 솟아 있는 아름드리 나무와 어여쁘게도 빨간 건물이 너무나 탐난다. 저 맨 위 창문은 다락방 창문일까? 그렇다면 더더욱 질투나는걸...
또 만났다. 친절한 안내 표지판 ^^ 네, 저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Wanna join me?
짜잔! 주변의 아름다움 놓칠라 게으름 한껏 피우며 걸어 왔더니 드디어 당도했다. 반갑고 반가워서 잠시 멈춰 한 컷. 개장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어슬렁 주변을 거닐고 구경하고 맴돌며 기다렸다.
미술관 곳곳 약간의 보수공사가 행해지고 있었다. 개장은 아직이지만 정원에선 머물 수 있게 해주었는데, 정말이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것만 같았다. 미국사람들, 유러피언들, 나 그리고 아시아인들...^^ 세상 모든이들을 끌어당기는 아름다운 곳임을 다시 실감했다. 두근거림은 더 증폭되노니...
본마망 캔디를 오물거리며 그리운 그와 짧고 굵게 통화를 나눴다. 저녁은 먹었는지, 피곤하진 않은지, 그리움에 날마다 허덕이고 있을 그를 생각하니 여행 마다 틈틈이 인사와 안부와 사진과 글을 보내곤 했는데 잠시나마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 때면 다음 여행은 반드시 그와 하겠노라고 다짐하게 되곤 했다. 이 또한 추억이니 참으로 버릴 게 없고나.
드디어 입장했다. 미술관 입구를 지난 지 2분이 채 되지 않아 만나게 되는 곳이다. 바로 정원을 향해 갈 수 있는 곳. 마치 옷장 문을 여니 들판이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뜻밖에 마주하는 자연이 이리도 큰 감동과 환희를 안겨줄줄이야.
아....! 탄성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순식간에 가슴이 탁! 탁! 트이는 느낌. 내 미천한 말 따위로 저 아름다움과 나의 해방감 그리고 환희를 어찌 전할 수 있을까. 때마다 느껴지는 짧디 짧고 미약한 내 언어의 한계로다. 아름다운 이 곳에 영감을 잔뜩 받아 1mm라도 숙성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다시 미술관 안으로 들어와 통로를 지났다. 통로에도 역시 정원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다. 통유리로 숲을 걷는 듯한 기분으로 걷도록 구성된 복도. 안도 바깥도 가히 장관이다. 복잡한 세상과 잠시 단절되어 느릿느릿 자연도 예술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다면 단연코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이다. 왜 죽기 전에 와봐야 할 곳으로 선정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인지 알겠느니. 미술관에 발 닿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도 큰 전율을 안겨 주는지. Stunning! Fantastic! :)
독일 출신 화가 Daniel Richter(다니엘 리히터)의 전시 LONELY OLD SLOGANS가 열리고 있었다. 주로 신문과 역사서(history of art)로 접한 스토리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메시지가 있는 표현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작업을 한 작품이 많다고 한다. 색채 표현이 정말 강렬하고 추상화인 듯한 독특함이 신비롭다.
현재는 빈 국립예술대학교의 교수라고 하는데, 미술 전공도, 예술가도 아닌 난 왜 그 사실이 부러운 건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만날 수 있음에 절로 감사가 나왔다. 찾아보니 유튜브에 인터뷰 영상이 있다. ^^
Art Talk: Daniel Richter
아프리카 보트 난민들을 주제로 한 작품 '파티파(Fatifa)' 앞에서 미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작품 감상도 수업 구경도 강렬했다. 이 작품은 다니엘 리히터 회고전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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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실내를 걷고 있는데 숲 길을 걷는 듯 했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따스히 내리쬐는 햇살과 그로 인해 더 짙었던 녹음을 바라보며 걷고 있자니 발 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안으로, 밖으로. 또 안으로, 밖으로. 자연과 사람. 어느 쪽도 놓치지 않고 배려했다. 미술관 곳곳에서마다 배려심이 가득가득 느껴졌다. 아름다운 곳 어느 지점에서 발디디고 서서, '나를 배려했구나, 나를 반겨주는구나'를 느낀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 생각됐다. 이 자연에 포근히 안기고 싶었다. 이 꾸밈 없는 순수함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온 몸과 마음으로 흡수하고 싶었다.
정원 한 가운데에서 바라 본 미술관 한 켠. 자연을 배려한 모습 그 자체 아닌가. 어쩌면 궁극의 아름다움은 겸손과 단순함이 깃든 최소한의 존재감 아닐런지.
정원에서 바라 본 미술관의 또 다른 한 켠. 잠수함 같기도 하고 보트 같기도 하고... ^^ 귀엽다 표현해도 되려나..후훗.
조카 생각 나 눈물 핑 돌 뻔 했다. 동네 유치원 꼬마들 소풍 나왔다!!! 푸르름 위에서 뛰노는 푸르른 토끼들 같으니라고!! ^^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닳아질까 미안할만큼 바라봤다. 이렇게 뛰놀아야 마땅한 아이들. 정말이지 Blessed! 우리나라 아이들도 실컷 이렇게 뛰놀았으면 좋겠다. 오래오래말이다. 아이의 모습을 벗어날 때까지...
바다 건너 스웨덴이 보인다는 곳. 덴마크 구성주의 작가 Paul Gernes의 작품 Pyramiden(피라미드)가 바다와 푸른 잔디와 연출해내는 view가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Paul Gernes는 공공 장소에 large-scale 작품 전시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예술성과 (작품으로의) 접근성과 재미까지 단 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 나 또한 당연하게도 타고 올라가 한 참을 머물며 일광욕도 하고 사랑하는 그와 영상 통화도 하고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몇 글자 끄적이기도 하며 다시 오지 않을 그 예술감 폭발하는 한량의 시간을 만끽했었다.
움직이는 예술을 총칭하는 Kinetic Art의 선구자
Alexander Calder(알렉산더 칼더)의 조각 작품 smukt vinterlys
역시, Alexander Calder의 작품 움직이는 모빌
바람이 불면 사랑스럽게 움직인다 ^^
미술관 안팎으로 즐기고 누비고 만끽하고 몰입하고 거닐었더니 어느덧 늦은 점심을 할 시간이 되었다. 미술관에 있는 카페테리아는 런치 부페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도 동참해보았다. ^^ 탄산수를 주문하고 나름 엄선해본 메뉴들로 플레이트를 장식하고선 야외 테이블로 향해 자리를 잡았다. 식사를 시작한지 대략 10여분 만에 실내로 피신. 뜨거운 태양이 늘 벗인줄로만 알았더니 식사 중엔 불청객이었다..하핫.
연어가 제일 맛있었다. View가 장관이라 더 맛있게 느껴졌을까? 시장도 반찬이었겠지, 후훗.
즐거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한껏 여유에 취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좋다. 나도 은근 슬쩍 저 구도 어딘 가에 자리를 잡아볼까나.
건너편 스웨덴이 바라다 보인다는 외레순 해협. 하늘과 바다와 땅이 사이 좋게 공존하는 곳. 모든 게 평화롭다. 나 또한 평온해진다.
미술관 카페. 최소한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연에 양보한 듯. 조금도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자리 하고 있다. 갑자기 떠오른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명언 'Esse, non videri'.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가 어울리는 곳이다. 나란 사람도, 내 삶도, 정말이지 이 곳을 닮았으면 싶다. SO SO SO Lovely!!!! ^^
호수가 내다 보이는 미술관 내부 한 켠. 전시를 보다 보면 지나게 되는 곳이다. 잠시 아니 꽤 오래 머물며 바라보았다. 누구여도 그랬으리라, 싶다.
비밀의 문 같은 어느 한 켠의 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해협이 내다보이는 곳과는 반대편인 듯했다.
그림이 펼쳐졌다. 그것도 발걸음 옮긴 순식간에... 호수에 비친 모습 덕분에 아름다움이 극에 달했다. Jaw dropping! 아름다움에 현기증이 발현됐을까? 갑자기 울컥하기도. 아, 이 동화의 한 장면 같은, 그림 같은 풍경을 혼자 보고 있노라니...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감 속에서 찾은 유일한 슬픔이었다. 넋을 놓고 한없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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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솔길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줄까. 비밀스럽고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햇살이 조명되어 길 위에 펼쳐진 모습. 꽃 길 걷는 기분이었다.
비밀스러운 숲과 호수와 길을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프랑스 현대미술의 대가 Jean Dubuffet(장 뒤뷔페)의 작품 Dynamic Manor. 웅장하면서도 기이하고 재미지다. 미술관 곳곳에 숨겨진 보석같은 작품들을 우연히 만나듯 마주치는 기쁨과 재미야말로 이 곳의 치명적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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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실내로 돌아와 이번에는 덴마크의 거장 시각예술가 Poul Gernes(폴 게르네스) 전시로 향했다. How lucky I am!! 세상 한 가운데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을 연구하는 아티스트다. 그의 강렬하고도 유명한 메시지. "I CANNOT DO IT ALONE-WANT TO JOIN IN?"
Art as a driving force for a better life and society
- Poul Gernes -
화려한 색채 안에 자리한 질서 정연함과 패턴과 규칙이 존재하는...
실제로 어느 병원과 콜라보레이션 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건 가히 혁명아닐까? ^^ 마치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장인 것 같았다. 환한 미소를 자아냈던 곳.
다시 밖으로! 이 번엔 햇살 아래 푸르름 위에 드러눕기 위해 작정하다! 후훗. 맛있는 덴마크 라떼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철퍼덕 스카프를 돗자리 삼아 깔고 신발을 벗어 던지고 앉았다 누웠다 엎드렸다 하며 햇살도 즐기고 멍 때리는 행복감에도 젖어보고 살아있는 느낌 붙잡아보고자 몇 자 또 끄적여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역시 미천한 내 글로 표현하기엔 한없이 역부족이다. 그저 감사와 환희로 가득 채워졌던 순간. 아마도 나를 다시 덴마크로 인도하는 건 이 곳 그리고 이 추억이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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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뜨거울 듯 질줄 몰랐던 햇살 덕분에 완벽했던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에서의 충만했던 순간들의 합을 매 분 매 초 몰입하며 만끽했다. 돌아 서려니 어찌나 서운하던지... 이 아쉬움이 원동력 되어 반드시 다시 발걸음하리! 정말이지 '모두'에게 진심 담아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다시 훔레백 역으로 돌아와 코펜하겐 중앙역행 기차를 기다리는 중 담아본 건너편 역의 모습. 그때도 지금도 아마도 내게 잔잔히 영향을 주고 있을 것만 같은 이 느낌적 느낌. 추억하는만큼 그 때의 세포가 살아나주면 좋으련만. 덴마크의 아름다움을 엑기스로 보고 듣고 만지고 온 느낌이랄까.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 앞에서 어찌 겸손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던 하루. 여행자인 게 어쩌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I love you Denm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