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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Aug 31. 2023

커리어 정체성, 그 정체는 과연?

Supersense Letter 9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십여 년 전부터 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됐던 한마디죠. 기억하시나요? 책 제목이기도 하고요. 일 하는 사람으로서의 개인의 히스토리(history)를 이야기(story)로 전하는 게 스펙보다 더 의미 있거나 중요하다는 거죠.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니, 유효함을 넘어 이제는 어느 영역에서든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뉴미디어의 시대. 개인의 스토리를 알리고 널리 전할 수 있는 매체와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누구든 마음먹으면 유튜브 채널, 쇼츠 또는 릴스에서 마음껏 매력을 어필하며 광고 홍보 활동을 펼칠 수 있지요(근데 마음 안 먹어져요;;). 수퍼센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3개월. 저도 이제(서야) 각 잡고 고민합니다. 어떻게 수퍼센스를 알릴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 방법론에 대해 말이죠. 최근 진행했던 몇 건의 컨설팅 케이스를 곱씹어 보면서, 그리고 더 본질적인 것에 파고들다 보니 결국 '스토리'에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우리는 모두 어마어마한 양의 스토리를 갖고 있잖아요? 누군가는 그 스토리를 재료 삼아, 무기 삼아 이미 활보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고요.


내 안에 쌓여 있는, 나만의 스토리를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요? '일' 이야기야말로 가장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 일의 이모저모를 이야기로 전하는 건 결국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알리는 것과 다름없죠. 인사담당자로 일하던 때의 일이에요. 끊임없이 채용을 하던 몇 개월 동안 가장 에너지 소모가 컸던 일 중 하나가 '면접'이었어요. 워낙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어느 날 면접을 마치고 나서 팀에 결과 업데이트를 위한 브리핑을 간단히 하던 중이었죠. 제가 농반진반 읊조렸던 한마디가 있는데, '이 분, 대체 정체가 뭐지?' 였어요. 특별히 부정적인 의미로 뱉어낸 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면접이 개운치 않았어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임한 시간이었고 60분을 꽉 채워 진행했지만, '핵심'에 가닿을 수 없었던 거죠. 지원자와 포지션을 연결할 만한 스토리가 없었어요. 안타까웠어요, 왜냐면 이력서를 통해 파악한 지원자의 경력과 성과는 분명 눈여겨볼 만한 지점들이 있었고, 면접을 통해 자세히 확인해 볼 계획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지원자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고요.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니 결국 그 지원자는 본인의 '커리어 정체성'에 대해 정리가 돼있지 않았던 거구나 싶어요. 면접이란 건 한정된 시간 동안 끊임없이 'Who are you?'라는 물음에 답하는 행위잖아요? 잘 해내기 위해선 스스로 내 '정체'를 자세히 파악하고 있어야겠죠.


그래서, 오늘은 '커리어 정체성'을 이야기의 주제로 택했어요. 커리어 정체성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찾고 정리하며, 왜 중요한지까지 이야기해 볼게요.


커리어 정체성이란?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사용하는 역량, 배경(전문) 지식 및 관계의 역학(dynamic)의 집합체. 이게 바로 제가 정의하는 '커리어 정체성'이에요. 포인트는 '지금, 여기'예요. 한 조직에서 혹은 하나의 직무 타이틀로 오래 일한다고 해서 정체성이 늘 같지 않아요. 커리어 정체성은 가변적이고, 시간의 흐름을 타며,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속성입니다. 다양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건 물론이고요. 정체성은 변화하기도 하고 켜켜이 겹으로 쌓이면서 '깊이'가 만들어지는 거죠.


커리어 정체성 어떻게 찾나요?

방법론적인 것보다는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해볼게요. 커리어 정체성은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어요. 첫째로는 '경력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이고, 두 번째로는 '전체 경력 중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에요. 경력의 히스토리를 토대로 전체를 관망하는 스토리로 풀어내야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심이 되는 핵심 역량이 업무 여러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결과와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우가 있는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는 관리자로서의 경험과 역량을 어필해야 하는 경우 관리자이자 디렉터 또는 리더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잠재적 관리자로 성장해 온 흐름, 즉 히스토리를 스토리텔링으로 증명해야 더 효과적이겠죠. 후자의 케이스로는 디자인 혹은 개발 역량의 탁월함이 유의미한 성과로 연결된 각 결과물의 포트폴리오가 더 고무적으로 기능하겠고요. 두 차이는 한 사람 내에서, 혹은 사람 간 언제 곤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유연하게 넘나들며 커리어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리어 정체성, '왜' 중요한가요?

'지금, 여기'에서 어떤 정체성으로 일하는 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곧 일하는 마음의 중심축이 돼주기 때문이죠. 때로 길을 잃기도 하는데 중심축이 있다면 금세 방향키를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직을 앞두고 있다면 이력서, 포트폴리오 및 면접에서 그 '정체성'의 발현은 큰 역할을 합니다. 서류에서조차도 '분위기'가 읽히고, 면접이라는 상호작용은 말할 것도 없죠. 가령, 나는 MD인데 바잉과 제품 구성만 하는 게 아닌 세일즈와 데이터 분석까지 넘나드는 All-in-One MD로 일하고 있다면 그 정체성이 어떻게 업무의 여러 상황에 녹아들지 어필하면 좋죠. 또는,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의 책임자였지만 중요한 핵심은 '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일이었기에 '커리어 스토리 커넥터'로 정체성을 상정하는 겁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 해도 이 정체성으로 귀결될 수 있겠죠. 혹은,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타이틀로 일해왔지만 그 본질은 '콘텐츠를 재화 창출로 직결하는 일'이기에 커리어 정체성을 '콘텐츠로 비즈니스 가치를 만드는 사람'으로 정립할 수도 있고요.



수퍼센스 컨설턴트인 제 커리어 정체성은 '커리어/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커리어 정체성 확립과 스토리 구축 및 커리어 역량 개발을 돕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커리어 디자인'이라 명명하며 일의 속성과 핵심을 정의하고 있지요. '디자이너'라는 타이틀과 함께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보니 그에 걸맞은 일의 태도와 마인드 및 방법론을 더 효과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 중 하나가 바로 '애매모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때라고 하잖아요? 내 커리어에 분명한 정체성을 찾아줘 보시죠. 그 순간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될 거고, 그 정서는 일의 동기와 능률로 흘러갈 거예요. 그리고 머잖아 어느새 그 정체성에 걸맞게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시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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