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열린연단]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

'폰 노이만, 정보화 시대' 장병탁 교수님 강연 후기

by Wendy An

지난 주말 토요일, 비가 내릴듯 말듯 했던 후텁지근한 오후 2시에 한남동 블루스퀘어의 북파크 내에 있는 카오스홀로 향했습니다. 몇 주전 네이버 열린연단에서 열리고 있는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 강연 시리즈 중 '폰 노이만 - 정보화 시대'란 주제가 흥미-필요조건에 충족되는 유익한 시간이 되리란 확신이 들어 신청을 했었지요.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선착순 아닐까 싶은) 청중으로 선정되었단 연락을 받게 되었고, 일정을 미리 비워둔 덕분에 나름의 좋은 컨디션을 탑재하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음악으로, 미식으로, 그리고 주말 데이트로 자주 발길 닿던 한남동에서 늘 지나치던 블루스퀘어 안에 이리도 큰 북카페가 있는 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요. 3층에 달하는 '북파크'란 이름의 북카페는 곳곳에 편히 앉아 책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돼 있고 층마다 카페도 있어 꽤 긴 시간 머물며 책과 분위기와 여유를 즐겨도 좋겠다 싶은 공간의 발견이었습니다. 이 곳 원주민은 아닌터라 그들만큼 즐길 순 없겠지만 한남동에 발걸음 할 때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종종 들러보리라, 란 생각이 들었지요.


openlectures.naver.com

네이버 열린연단을 알게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모르고 살던 지난 날들이 너무나도 아까워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 왜 이리도 좋은 곳을 이리도 늦게 발견했을까, 란 탄식이 나오네요. 목적이나 의도가 어찌됐건 문자 그대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지식의 숲이자 테마파크다라 보여지네요.


시대의 지성인들이 분야별로 테마별로 강연을 하고, 에세이를 통해 스토리를 들려주고, 정보 공유를 통해 목마름을 채워주며 물음을 통해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곳이지요.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 강연 프로그램은 벌써 4번째 시리즈라고 합니다. 11월까지 각 분야 최고의 지성인들의 강연으로 이 시대를 읽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자양분을 얻을 수 있도록 일정이 짜여 있으니 관심 가는 주제나 강연자를 찾아보시고 걸음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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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열린연단> 첫 경험, 첫 선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장병탁 교수님의 강연 '폰 노이만 - 정보화 시대'였습니다. 인공지능 및 관련 분야 연구와 개발의 한 중심에 서계신 교수님이 들려주는 폰 노이만의 스토리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인공지능 분야 연구의 발전 과정을 통해 현 시대 및 미래의 흐름을 예측 해볼 수 있는 힌트를 얻으리라 생각돼 호기심 반 걱정 반(어려울까봐...) 신청했던 강연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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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2시는 진한 블랙 커피가 간절한 시간이긴 하더군요. 커피의 도움을 받고 강연에 몰입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강연은 Part 1은 폰 노이만의 정보 혁명 1: 디지털 컴퓨터, Part 2는 폰 노이만의 정보 혁명 2: 아날로그 컴퓨터로 나뉘어 진행 되었습니다. 컴퓨터와 정보화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폰 노이만이지요. 수학자이자 최초의 컴퓨터 과학자이기도 한 그는 단연 천재라 불려지는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모든 디지털 컴퓨터의 모태가 된 것이 폰 노이만 방식 컴퓨터 알고리즘이라고 하는데, 그는 실은 미리 두 번째 정보혁명까지 내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가히 그의 통찰력은 한계가 없어 보이는 듯하네요. 그는 노이반 방식의 컴퓨터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non-Neumann 구조의 컴퓨터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즉 디지털 컴퓨터가 아니라 뇌를 닮은 아날로그 컴퓨터, 란 아이디어였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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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바로 Machine Learning, 즉 컴퓨터를 가르치는 알고리즘의 출현이 패러다임 전환의 단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1956년도에 이미 Artificial Intelligence; AI 는 존재했고 80년대에 붐이 일어 났다가 90년대 AI Winter 빙하기를 맞이했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 Neural Net을 모방한 Deep Learning이 급부상하면서 인공지능 연구와 관련 활동이 급격히 활발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40년대에 neural net 관련 논문이 발표됐었다고 하니 시대를 앞서가고 내다보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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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도 강연은 모두에게 공개가 된다고 하여 간직(?)하고 싶은 슬라이드는 아이폰에 격하게(?ㅎㅎ) 담아 보았습니다. 장병탁 교수님의 시원-간결-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야 제 맛인 슬라이드긴 하지만 하나 하나 양질의 자료와 교수님의 통찰을 통한 친절한 요약이 들어 있어 매우 유용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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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_5551599091499691165633.png?type=w966 강연자이신 장병탁 교수님의 모습도 살짝쿵 소심하게나마 담아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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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 혁명, 즉 '패러다임의 전환'을 한 마디로 간단하게 그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 from Programming to 'Learning' "
" Bigdata + Deep Learning = Automatic Programming"
" from Digital AI to Analog AI(System 1, Indu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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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자료는 당일 hand-out으로 받을 수 있었는데요. 결국 이러한 흐름을 함께 들여다보고 그 흐름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혁신'에 대한 사유를 함께 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폰 노이만과 혁신적 사유]라는 소주제로 정리돼있는 자료를 옮겨볼까 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제 느낌만 나열하기보단 고퀄리티의 자료를 일부 공유하여 함께 사유를 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마음이지요. 1독을 권합니다. :)


폰 노이만은 20세기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양자역학과 대수학, 기하학, 위상학 등 다양한 수학의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였다. 폰 노이만은 자기복제 능력을 갖는 자동자 이론(self-reproducing automata)을 연구하였다(von Neumann, 1948;Burks, 1966). 이는 세포 자동자(cellular automata)로 발전하여 1986년에 랭튼에 의해 창시된 인공생명(artificial life) 분야에 기여하였다. 인공생명은 생명 현상을 재창조하여 시뮬레이션하는 연구 분야이다(Langton, 1989). 생명체의 특징을 갖는 인공체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공 유기체를 통해서 생명의 탄생, 성장, 진화 등과 같은 특징이나 기능을 재현 혹은 창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포 자동자는 성장, 진화 등 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기술하는 복잡적응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틀을 제공한다.


폰 노이만은 또한 게임 이론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이미 1928년에 미니맥스 정리를 증명하여 완전 정보를 가진 제로섬 게임에서 두 플레이어가 각자 최대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존재함을 보였다. 이 이론은 후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적이 있는 게임을 연구하는 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를 불완전한 정보하에서의 게임 상황으로 확장한 이론이 1944년에 [게임이론과 경제 행동]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von Neumann & Monrgenstern, 1944).

몬테칼로 방법 또한 폰 노이만에 의해 창안되었다. 스타니슬라프 울람과 같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적분 계산을 근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몬테칼로 방법은 통계 물리 분야와 통계학에서 계속 발전하고 활용되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분야에서 특히 베이지안 추론에 몬테칼로 방법에 의한 근사적 계산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가능하게 한 무인차 대회에서 우승한 스탠퍼드 인공지능 연구소의 세바스찬 스런 교수가 개발안 입자 필터(particle filters) 방법도 몬테칼로 방법의 발전된 형태로 볼 수 있다(Thrun et al., 2006). 즉 폰 노이만의 초기 아이디어가 오늘날까지도 살아서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폰 노이만은 수학의 전 분야와 양자역학의 이론적 기반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미 1928년과 1929년에 베를린 훔볼트 대학의 교수로 있을 때 집합의 공리 이론, 수학적 논리, 현대 양자 역학, 수리물리 함수론 분야를 강의하였다(von Neumann, 1928).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폰 노이만은 튜링 머신의 개념을 창안하여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의 박사 지도 교수이기도 하다. 튜링은 1936년부터 1938년까지 프린스턴을 방문하여 고등연구원(IAS)에서 폰 노이만과 함께 연구하였다. 그리고는 1950년 튜링은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이 나중에 튜링 테스트라고 불리는 기계의 지능을 평가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폰 노이만은 수학적 기초 위에 이를 물리학, 경제학, 컴퓨터과학 등에 적용함으로써 다른 분야에 새로운 사고의 틀과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프로그램 저장 방식의 컴퓨터가 동작하는 원리도 집합 이론의 공리화 과정처럼 규칙들을 순차적으로 연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이 그 기반에 있다. 이러한 발산적 사유와 함께 연관적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연관적 사유는 융합적 사고 또는 통섭적 사고와도 통하는 개념으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두 개 이상의 사건이나 개념 또는 이론들을 서로 연관 짓거나 조합해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나 지식을 창안해내는 지적 능력이다. 디지털 컴퓨터와 뇌를 비교하여 아날로그 컴퓨터를 생각한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혁신에 해당한다.



강연이 끝난 뒤 10분의 휴식 시간을 마치고 토론이 있었습니다. 토론자로는 장병탁 교수님께서 서울대 뇌과학부 심리학자이신 이인아 교수님을 초청해 오셨다고 하더군요. 공학자와 심리학자가 함께 한 자리의 토론은 강연보다 (실은 더) 재미있었습니다. 역시나 다른 각도의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기 때문이지요.

'왜 사람을 닮은 컴퓨터를 만들려는지?'가 이인아 교수님의 '?' 물음이었습니다. 폰 노이만은 결국 논리에서 비논리로, 디지털 컴퓨팅에서 바틀넥을 만나면서 '뇌'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은데, 뇌는 '비논리적'인 진화의 산물이라서일까?! 뇌의 기능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뇌를 닮은 기능을 하는 컴퓨터를 만들려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앞서는 '왜' 만들려는 것인지를 물음으로 던져 모두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 및 토론의 사회를 보셨던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님은 그렇게 물으신다면 공학자들은 '우선 만들고'나서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며 지루해질까 싶었던 틈새에 작은 웃음을 안겨주기도 하였지요. ^^


또 하나 흥미로웠던 토론에서의 물음은 뇌가 가진 가소성(plasticity)을 컴퓨터가 모방하려는 것이라면, 쉽게 변하고 잘 작동한다는 뇌의 가소성을 통한 장점이 분명 있지만, 기억과 학습 시스템이 지워지지 않아 palace off 되면 정신질환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죠. 그 예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들어주셨습니다.

기계가 가소성을 가진 뇌를 모방하려면 위와 같은 risk를 인지해야한다는 것이지요. AI 정신질환은 누가 치료하나요? AI Doctor가 있어야 할까요? (사회자 이 교수님께서 'AI Doctor'도 만들어야죠, 란 깨알 멘트로 공학도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는 작은 재미를 선사해주신 순간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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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말미에 철학적인 물음이 나왔습니다. "기계가 무엇을 하기 원하는가?"란 질문이었죠. '과제 수행일까?'란 물음도 이어졌구요. 뇌는 단일과제가 있는 device가 아니지요. 단일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생존'. 모든 task를 아우르는 테마이자 멀티태스킹의 목적은 '생존'이라 하셨습니다. 이 내용을 인지하고 AI를 개발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과제지향적 machine에서 생존지향적 뇌를 향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인 것이죠.

이인아 교수님은 덧붙입니다. 뇌를 연구하다보니(특히, 해마 hippocampus) 불안정하다는 것은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인데요. 해마는 일회기억을 담당하는 곳인데, 인간은 기억을 인출할 때 빠르게 스냅샷을 찍어 순차적으로 정리하지만 굉장한 story telling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추억이라는 건 곧 '각색'을 의미한다고 하시네요. AI가 지향하는 기억, 학습 시스템이 있다면....?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고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장병탁 교수님께선 이어서 과학의 tool로서 본다면 왜?라는 질문에 '유용성'이라 답할 수 있단 의견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자문위원으로 참석하고 계셨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어 누구신지를 알 길은 없었지만, 괴테의 한 마디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더해 주셨는데요. '인간은 만들어봐야 지식을 완성하게된다'란 것이었습니다. 철학과 과학이 고루 섞인 사유의 잔치였단 생각이 드는 강연이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이해했거나 흡수한 건 아니었지만, 그러기엔 또 방대한 양의 정보가 오갔기도 했고요. 다만,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서 있는 우리들이 알고 익히고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분명 의미있고 미래를 내다보는 데에 도움이 되리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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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장 카오스홀 입구에 새겨져 있던 아인슈타인의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란 한마디로 후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 '질문'을 멈추지 않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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