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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Jul 23. 2018

[브런치 무비패스] The Big Sick

사랑에 주저하는가? 이 영화를 꼭 만나시라!

* To all: 주의: 스포가 있습니다*

* To Brunch Team: 리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랑에 주저하는가? 이 영화를 꼭 만나시라!"



영화의 시작점에서 일단 갸우뚱? 하게된다. 쿠마일 난지아니, 라는 배우 이름이 스크린에 등장하면서 실제 '쿠마일 난지아니'가 I am Kumile Nanjiani, 라고 하며 넌지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향한 경험적 신뢰도가 제법 높은 편이라지마는 이건 마치 영화가 시작한지 5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누군가가 어린아이처럼 It's gonna be awesome!을 귓가에 외쳐주는 것만 같았다. 예감이 좋았다랄까. 그리고 적중했다랄까. 


쿠마일 난지아니를 연기하는 쿠마일 난지아니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이기에 아내인 에밀리와 함께 약 3년에 걸쳐 각본을 만들어 왔다고 하는데, 부부가 그들의 러브스토리와 녹록하지 않았던 그 여정을 함께 스토리로 풀어낸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이 영화 곳곳에 스며있는 그 어떤 '특별함'과 '독특함'이 바로 이들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섬세하고 친절한 유머와 탄탄한 표현력에서 왔음을 러닝타임 내내 알아갈 수 있었다. 


뭐랄까... 곳곳에 배인 유머가 꽤 지적이고, 모든 존재의 대사가 촌철로 센스 넘치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러브 스토리가 근간이지만 사람을 말하는 영화다. 주인공이 주인공을 연기했기에 자연스러움은 덤이다. 에밀리를 연기한 조 카잔의 매력도 엄청나지만 양쪽 부모님 역할 배우들의 열연이 단연코 최고라 하겠다.  


어릴적 미국으로 부모님을 따라 이민 온 U.S. Citizen이지만 파키스타니즈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쿠마일은 파트 타임으로 우버 드라이버로 일하며 스탠드업 코미디 쇼의 무대에 줄곧 선다. 여느 이민자 가정의 부모처럼 쿠마일의 부모님도 로스쿨 진학을 기대하지만 그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스토리텔링이 재밌는데다가 보아하니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천직이다. 전혀 다른 문화권 출신의 경험과 배경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그에게는 제약이라기보단 연극과 스탠드업 코미디 쇼 상차림에 안성맞춤 식재료다. 여전히 생김새를 통해 받게 되는 차별과 오해는 막을 수 없지만 쿠마일에겐 그닥 큰 문제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이 섬세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게 영화 속 여러 깨알 재미중 하나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어느날 밤 무대에 선 쿠마일에게 유독 맹렬한(?) 리액션을 보내는 그녀 '에밀리'와 운명인 듯 운명 아닌 인연이 시작된다. 전통과 문화상 부모님께서 정해주시는 파키스탄 여성과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쿠마일은 에밀리와의 만남을 밝힐 수 없었고, 핑크빛으로 그려지는 듯했던 이들의 인연은 에밀리가 상처를 받게 되면서 성급하게도 마무리되는 듯보인다. 과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고, 이들은 이렇게 빠르고도 싱겁게 이별한 것인가, 라고 헷갈리는 즈음 알 수 없는 연유로 인해 에밀리가 혼수 상태에 빠져 병원에 있게 되고, 응급 상황에 불려가게 된 쿠마일은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곁을 지키게 된다. 모든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낱낱이 알고 있는 에밀리의 부모님과 함께... 그들의 첫 만남과 대화와 친밀해지는 과정을 그린 모든 장면과 모든 대사는 모조리 씹어 먹어 외워버리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있다. 엉뚱하다 못해 좌충우돌에, 따스하다 못해 뜨겁게 열정적이고, 흥미롭다 못해 치명적이다. 어쩌면 살면서 다시 보기 힘든 대화와 여정일 수도 있으리라.

만만치 않게 치명적인 웃음과 사랑스러움으로 무장된 스토리는 쿠마일 가족에게서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이민자 가족이지만 파키스탄에 살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생활 방식과 환경과 식문화를 유지하지만 가족 전체의 DNA에 흐르는 듯한 유머러스함은 정말이지 일품이다. 쿠마일을 파키스탄 여성과 결혼시키지 못해 안달인 엄마와 미국인인지 파키스타니즈인지 도통 identity를 정할 수 없는 혼란을 품고 가지마는, 사랑과 결혼만큼은 자신의 생각대로 하고픈 쿠마일 사이의 갈등조차도 (그 아픔을? 어려움을? 가늠할 수 없어서이겠지마는)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따스하다. 스토리텔링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랄까.


에밀리는 14일 동안 깨어나지 못한다. 쿠마일은 날마다 병원을 드나들며 그녀의 곁을 지키고, 그 곁에서 다시 사랑을 느끼고 깨닫는다. 상처받은 채로 혼수상태에 빠진 에밀리와는 달리 쿠마일에겐 그녀를 바라보며 깊이 생각할 시간도,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그녀를 더 가까이 알아가는 시간도, 슬픔과 혼란 속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 쇼 무대에 계속 서고, 부모님과 가족에게 독립적인 삶과 사랑을 선포하며 상처와 실망을 안기는 고난을 겪으며 통과해가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14일만에 깨어난 에밀리에겐 헤어짐과 상처와 아픔은 여전하다. 잠들어 있던 그녀에게 쿠마일이 전한 모든 것이 그대로 전해질 수는 없었던 것이겠지. 이제는 에밀리에게 그 모든 시간과 기회가 필요한 것이리라. 


인생, 그리고 사랑 참 그렇더라. 내가 준비된 것 같을 때 세상은 아니라고 하고, 내가 간절히 원할 때 상대방은 기다림을 요구한다. 삶도 사랑도 정답이 없으니 어렵지만,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희노애락을 정답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랑에 완성이란 것도 없겠지마는 쿠마일과 에밀리의 사랑이 이렇게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졌기 때문이겠지. 이들이 보여준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아름다웠던 게 아닌, 환경과 제약이 아닌 서로를 보았기에 만날 수 있었다. 사랑은 평행선을 달리는 게 아닌, 교차로에서 만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에밀리는 재활을 하며 회복한다. 쿠마일은 가족에게 진실을 고하고, 결코 절대 가족에게서 제외되지 않을 것임을 선포하며, 꿈을 좇아 뉴욕으로 떠난다. 곁을 지켰던 쿠마일의 시간이 지나, 뉴욕으로 찾아가는 에밀리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들의 사랑을 예고하고, 확증해주지만 이후의 스토리엔 상상의 여백을 남겨준다. 


분명 잔잔한 드라마 형태의 스토리텔링 영화임에도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되려 그 어떤 대화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초집중을 했던 120분이었다. 외유내강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섬세하고 친절한 이야기 전개와 잔잔하지만 치명적이리만치 매력적인 유머로 부드러움을 내세우지만 영화 구석구석에서 그리고 대사에서 느껴지는 힘은 무척 강렬하니말이다. 몸은 편안히 잠잠했지만 생각과 마음 속은 끝도 없이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지는 그런 영화다. 그 어떤 목표를 향한 도전이, 그 사랑스러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도통 제자리에서 맴도는가? 그렇다면 쿠마일과 에밀리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꼭 만나보시라. 어쩌면 용기를, 더 어쩌면 지혜를 얻을 수도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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