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을 읽고
모든 사람이 누릴 자격이 있는 위대한 기쁨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흠모해 마지않게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삶이 무척 궁금해졌었다. 그러던 중 그의 <영혼의 자서전>을 발견했고, 1권의 여정을 마쳤다. 2권으로 넘어 가기 전 많은 생각을 하게되니 더뎌진 발걸음이다.
이제는 어느덧 비엔나로의 여행을 여섯날 앞두고 있다. 생각과 상상의 나래가 마구 펼쳐진다. 그러는 와중에도 문득 문득 본질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던져본다.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라고.
여행은 당췌 숨길 수 없는 내 안의 큰 욕망이자, 가장 충만하게 느껴지는 큰 기쁨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잠간의 여행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무척 즐겁고, 직접 먼 나라 어디엔가에 다달아 낯설게 서성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건 짜릿하다. 철저히 이방인이 되어 거닐고 노니는 것이 내게는 되려 편안하기까지하니 여행이 적성에 맞음에 틀림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존재감 없이 마음껏 무어든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여행이다. 나도 나를 잠시 잊을 수 있고, 다른이들도 나를 (잠시간 보지 않아) 잊을 수 있으니 제대로된 자유함을 느낄 수 있다랄까. 일상에선 제법 많은 것들이 수줍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주저하게 되는데, 여행 중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슈퍼파월 에너지가 솟아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기분좋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몇 마디라도 현지어를 배워가 아침 인사와 고마움을 전해보고, 꼭 읽고 싶었던 아끼는 책을 가지고선 낯선 도시의 어느 예쁜 카페에 앉아 정주행하기도. 몇 장의 엽서를 사들곤 영화 속 특별했던 그 카페로 부러 찾아가 나에게 그리고 그리운 이들에게 손편지를 정성스레 써본다. 도서관에 찾아가서는 나와 인연이 닿는 책은 무얼까, 라며 스르르륵 책을 구경하고, 좋은 구석 자리를 잡고선 햇살을 한껏 받으며 러브레터를 쓴다. 공원에선 반쯤 누워 로컬 사람들의 태닝을 흉내내보다가 따스함에 굴복하고 잠이 들기도 하고, 늦은밤 아늑한 호텔바에서 한 잔 들이키며 하루의 여행을 몰스킨에 끄적이며 추억하는 것. 밤이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낯선 도시의 밤길을 그의 손을 꼭 붙잡고 걸어보는 것. 어찌 아니할 수 있을까? 이제는 아니할 방도가 없어 계속한다. 나이듦과 여행의 매력은 정비례하는 것 같다랄까. 세월이 흐를수록 여행은 친구같고, 스승같고, 때론 사랑 그 자체다.
여전히 본질적인 물음에 답을 하기가 어렵다. 황송하게도 오늘밤은 카잔차키스의 몇 마디로 내 생각과 마음을 대신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