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d for Travel

새로운 여행을 위한 충전은 오래전 여행의 추억으로

PARIS, 그 이름도 찬란한 그 곳

by Wendy An

세상 모든 게 궁금하던 어린 청춘 시절의 한 여름에 발길 닿았던 파리. 그리고선 십여년의 간격을 두고 늦겨울에 찾았던 매혹적인 그 곳, PARIS.


세월이 흐르고,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세상도 하염없이 변화하는데 파리의 매력은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만 같다. 그런데 여전하면서도 새롭고, 새로웁지만 여전하다. 말과 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파리의 매력을 말로 표현하자니 쉽지만은 않으니말이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비엔나 여행을 위한 에너지와 감성 충전을 위해 파리에서의 옛 추억을 꺼내보련다. 걷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던 그 곳. 암스테르담에서 3시간 고속열차를 타고 달려가 북역에 내려 다시 파리를 만난 순간 오랜 친구를 조우하 듯 마냥 기뻤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일과 사람과 더딘 것만 같은 성숙과 성장에 지쳐있던즈음 무심코 어딘가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절친에게 낯선 곳으로 가고싶다, 라고 말하며 문득 떠올린 곳이 암스테르담이었고, 그 선택과 결정 덕분에 3시간만 달려가면 다시 만날 수 있는 다시 보고픈 친구같은 파리를 조우하게 되었던 것이다.


걷고 또 걸었다. 걷는 게 참 좋다. 파리에선 특별히 더 많이, 더 천천히 걸었다.

눈에 담고픈 것들과 마음 속에 간직하고픈 것들을 곱씹으며 파리 곳곳을 누볐고, 생각할 거리들을 실타래 풀어가듯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정리했다. 혼자라는 게 그리도 홀가분했던 게 참 오랜만이었던 순간들. 그것도 파리에서말이다.



특별한 순간들엔 무어가 있었나. 영화 '비포 선셋'에서 제시와 셀린느가 한참을 함께 걸어가 쉼과 이야기를 나눴던 Le Pure Cafe에선 나와 친구들에게 파리내음 물씬 나는 엽서를 썼다.


헤밍웨이의 파리 시절의 스토리가 담긴 책 'A Moveable Feast'를 읽고 또 읽고, 손에 쥐고 다니며,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 파리를 거닐어보았다. 그가 즐겨찼던 카페(Les Deux Magots)와 그가 거닐었던 거리 그리고 그가 책을 빌려보며 정을 나누었던 서점(Shakespeare and Company)까지. 서점에선 다락방 같은 2층에 있던 피아노를 수줍게 연주해보는 추억도 남겼고, 밀란 쿤데라의 에세이도 한 권 샀더랬다.

이번엔 퐁네프대신 Pont des Arts(퐁데자르)를 건넜고, 처음만난 이에게 식당을 추천받아 맛있는 어니언슾도 먹었다.


혼자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해 곱게 차려입고 프렌치 노신사들 곁 테이블에서 열심히도 매 코스를 정성다해 먹어보기도 했다. 노신사들의 (불어로 하는) 질문도 인사말에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어 슬펐던 기억은 있지만. 커피와 식사 주문은 꼭 (매우 어설펐지만) 연습해간 불어로 하고, 그 다음말을 제대로 못알아들어 피식거렸던 순간은 어찌나 많았던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만난 모네의 수련과 지베르니의 풍경 앞에선 상상을 웃도는 아름다움에 압도되기도 했지만, 인상파를 너무도 흠모하는 엄마 생각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미술관에 입장하기 전 서있던 줄에선 파리를 여행중이라던 미국인 부부와 함께 뜻밖의 신나는 대화를 나누며 지루함을 달랬던 기억도 있고. 갑자기 밀려든 쓸쓸함과 추위에 쌀국수를 먹고 소울푸드를 만난 듯 모든 게 녹아내리는 순간을 맛보았던 추억은 또 어떻고. 프렌치 친구와 함께 오페라구에 있는 한인마트를 찾아가 신라면과 막걸리를 사서 회포를 풀었던 기억은 참 이전의 나답잖게 낯설게도 재밌었다. 머물던 호텔에서 20~30분은 족히 걸어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몽소 공원을 부러 찾아 로컬들처럼 신나게 조깅을 했었지. 바게트 맛집을 열심히 찾아가 갓 구워 내놓은 걸 얼른 집어들어 점심 삼아 길 거리를 신나게 거닐며 다 먹어치워버렸던 순간은 자랑스럽기까지 했던 추억이다.


샹제리제거리의 끝지점 즈음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PICASSO MANIA 전시를 미리 예매해두고 파리의 첫 일정으로 삼았던 건 정말이지 최고 중의 최고였다.


피카소 작품뿐만 아니라 피카소를 흠모하고 오마주했던 20여명 남짓의 훌륭한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었던 전시. 기획과 작품의 다양함과 프레젠테이션에 감동했던 그 순간의 기분을 여전히 기억한다.










여전히 살아있다, 내 기억 속의 파리.

그리고 파리에서의 나.


그 때의 나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 순간을 삶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면 파리를 추억하면 되겠다.

이렇게 이전의 여행을 추억하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다가올 새로운 추억들을 맞이하기 위해.


내게 여행이 그리고 추억이 그리고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래, 이렇게, 가보자. 시작도 끝도 없는 듯 이렇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엔나로 향하는 상공에서 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