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15분 남아있는 비행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비엔나가 가까워진다.
손목시계를 보니 서울은 밤 9시 40분경인 듯.
공항에서의 설렘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설렘이 피어오른다. 아무래도 설렘이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있어서겠지.
한 번의 맛있는 식사와 책 한권과 영화 한 편과 잠간의 달콤한 수면 그리고 스낵타임을 거치고 나니 길고 고단하기만 할 것 같았던 여정이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기분이랄까.
가만보면 약 10시간의 비행에도 일종의 마이크로 희노애락이 있는 것만 같다. 짧지 않은 시간 폐쇄공간에 있으려니 각자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제법 이런저런 요령도 생겨나고, 실시간 앞뒤좌우 낯선이들도 배려해보고, 컨디션 조절 위해 간간이 잠도 청하는 전략도 구사하며, 책과 영화를 통해 적잖은 감정을 느끼며 생각의 나래도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은 실제 비엔나 동네 책방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에세이집 <어느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를 읽었다. 금세 여정을 마쳤고, 꼭! 이 비엔나 동네 책방(이제는 조금 더 커저버린 듯하지만)에 찾아가 저자인 페트라 아주머니에게 사인을 받겠다는 굳은 의지를 불태웠다. 이미 구글맵에 별표를 해두었지만 과연 만날 수 있을런지...^^ 정말 ‘어느날 서점 주인이 돼버린’ 이 다이나믹하고도 멋진 부부의 삶을 (큰 덩치에 힘겨워 하며)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이 사람과 함께 그려볼 순 없을까 상상도 해보면서. 그녀가 묘사한 현실의 녹록지 않음에 겁도 많이 나지만 책이 너무 좋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그리는 꿈은 서점 주인이 아닐까.
영화는 <The Bookshop>을 보았다. 리스트에서 구미가 당기는 영화 탐색 중 당연히 제목에 끌리기도 했지만, 애정하는 배우 에밀리 모티머가 주연이기도 하고, 마침 우연찮게도 책의 스토리에서 받은 영감과 감흥을 이어갈 수 있는 소재인 듯하여 호기심 반 즐거움 반 선택한 이 여정은 약 110여분 동안 최고의 메이트였다. 영국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남편을 (전쟁으로) 잃은 미망인 플로렌스가 오랜 애도와 방황을 뒤로하고 책방을 열어가는 과정과 숱한 위기 속에서도 늘 용기와 dignity를 잃지 않는 모습을 그린 잔잔하고 어여쁜,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뜻 밖의 존재감으로 영화의 무게중심을 담당한 배우 빌 나이의 한마디 한마디는 정말이지 촌철이었기에 할 수만 있다면 다 간직하고 싶다.
책도 영화도 꼭 다시 리뷰로 다뤄보고 싶다. 여행을 마친 후로 미루어야겠지만.
이제 2시간 미만의 비행을 남겨두고 있고 상공에서의 마지막 식사도 앞두고 있다. 비엔나에 도착하면 오후 다섯시즈음일 듯. 첫 날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그려보았던 모습일까. 비엔나는 우리에게 어떤 첫인상과 인사를 건네줄까.
아, 밥이 나왔다! 생선으로 선택했다.
일단 먹고 비엔나와의 조우를 준비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