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ad for Travel

끝나지 않는 호텔 엣헴(ett hem)에서의 감동

안녕 스톡홀름 # 3

by Wendy An

끝나지 않는 호텔 엣헴(ett hem)에서의 감동은 곧 스톡홀름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fullsizeoutput_16a3.jpeg



Objet = 인식의 대상이나 목적물

오브제의 의미를 구글링해보니 위와 같이 심플하지만 함축적인 정의를 찾게 되었다. 나로하여금 생각하고 느끼게 만드는 대상물이라면 다 오브제가 되는 것이리라. 호텔방의 창문곁 한 켠 마치 글을 쓰세요, 라고 말하며 준비해준 듯한 공간이 있다. 테이블 위 엣헴의 오브제들 사이로 나의 오브제들을 섞어둔 채 의식적이지만 마치 자연스러운 듯 오브제의 향연을 펼쳐 익숙함을 끌어 올렸다. 이 만족스러운 어우러짐이 나와 스톡홀름의 '사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 한 가득 담아. 단연 돋보이는 오브제는 엣헴의 방 열쇠. 오래된 듯한 세월의 무게와 세련된 디자인이 절묘하게 섞인 듯한 아우라를 뽐내는 objet

IMG_2877.JPG


6시간 정도 꿀잠을 자고 첫 아침을 맞이했다. 전날 밤의 흥분과는 사뭇 다른 설렘과 엔돌핀이 순식간에 솟아 올랐다.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느껴지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되뇌였던 것이다. "아! 나, 유럽에 있구나! 여긴, 스톡홀름이구나!"라며...^^


IMG_2878.JPG

레몬과 라임 그리고 탄산수와 생수. 거짓말처럼 my super favorite으로 준비돼있다. 반갑기 그지 없는. 살포시 멀티 비타민을 곁들여 상쾌하게 그치만 무척이나 비장하게 하루를 열어본다. 이제 여행 중 멀티비타민은 단연 필수품이 돼버린.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후훗. 체력은 여행력이니 웃으며 챙겨먹자!


IMG_2883.JPG

맑은 하늘도 고풍스러운 마을도 우아한 건축물도 다 반갑다. 다 고맙다.


IMG_2884.JPG

옷매무새 괜히 가다듬고 콩닥거리는 마음 부여잡고 여행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인 조식 시간에 임하기 위해 사뿐사뿐 향해본다. 조식은 왜이리도 나를 설레게 하는가..싶지만, 여행의 시작을 여는 성스러운 의식이자 먹는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만 같은 시간이니 그럴 수밖에. 더불어, 호텔마다 조식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니 재미도 쏠쏠하다. 맛있는 건 놓치지 않고 반드시 먹겠다는 의지야말로 필수 탑재 마인드...!


IMG_2886.JPG

심플하지만 느낌 살아있는 테이블 세팅. 응접실이나 다이닝룸 중에서 앉고 싶은 공간을 정해 알려주면 키친에서부터 이 곳까지 친절하게 식사를 가져다 준다. 차분하게 음미할 수 있도록 조용조용히 가져다 주고 설명해주는 배려에 Tack!이라 외치기가 되려 분주했던 :)


IMG_2889.JPG

모든 것이 로컬 식재료 유기농이라고 한다. 각종 베리와 너트류를 듬뿍 담뿍 담아 수제 요거트를 싹 해치웠다. 유럽엔 버터의 비밀이 있단 생각이 드는데...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는 맛의 탐나는 저 핸드메이드 버터! 아, 그립고 그립다.


IMG_2891.JPG

짜잔! 오직 나만을 위한 이 아름다운 조식의 향연! 다 먹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하나하나 정성과 고 퀄리티가 느껴져 만족도는 200%


IMG_2892.JPG

모닝 커피야 말로 조식의 절정이지, 암만, 그렇고 말고. 신선함이 가득한 커피였다. 넉넉하게 내려 따스하게 가져다 주어 섬세함에 너무 고마웠던!


IMG_2893.JPG

셰프 중 한 분이 수줍게 다가와 물었다. "Eggs?"라고...주저함 없이 "Yes, please! Scrambled" 후후훗- 포슬포슬함과 실키함의 중간정도랄까...기대 이상의 스크램블드 에그는 환상적이었다. 빵에 곁들여 먹기 딱 좋은 마치 스프레드 같았던 식감. 아무리 노력해도 만들어 낼 수 없을 듯한 에그의 경지랄까. 맛보다 식감에 더 감동했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책 <걷기 예찬>에 나오는 말이다. 여행도 걷기도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하는 것'일터. 익숙한 곳도 낯선 곳도 걷지 않고서야 어찌 가까워질 수 있을까...? 조식을 마치고 설렘반 기대반 간지러운 마음과 솟아오르는 의욕의 엔돌핀을 벗삼아 동네 산책을 나가려던 찰나. 또 하나의 다른 공간의 엣헴 정경. 아늑하고 예쁘니 마음도 예뻐지려 하는 것 같았다. 짧은 순간에조차도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내게 큰 영향을 미치는가보다.


IMG_2895.JPG

IMG_2897.JPG

저 두텁고 고풍스러운 엣헴 호텔의 대문. 아침에 보니 더 기품있구려.


IMG_2899.JPG

어두울 땐 비밀정원 같더니 날이 밝아 보니 수줍은 앞마당같다. 바라만 봐도 피톤치드가 나올 것만 같은 푸르름과 평화로움이 방울방울하다.


IMG_2927.JPG

IMG_2928.JPG

걸어볼까 이제, 스톡홀름. Shall we?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 날부터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다, 스톡홀름 호텔 엣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