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지속가능한 사회통합에 대한 고찰
다문화 정책은 더 이상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곁에 있습니다.
오늘 한 장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극우는 대림동에서 나가라",
"한국땅에서 한국인에게 'OUT'이라니"
서로를 향한 날선 문구들이 뒤엉킨 시위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대림동에서 20년을 살았습니다.
밖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곳의 분위기를 피부로 압니다.
그래서 지금의 이 풍경, 이 날카로운 감정의 충돌이 너무나도 염려스럽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혐오'나 '갈등'으로 요약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여러 '사실'이 존재합니다.
특정 외국인 집단의 범죄율, 불안정한 안보와 법치, 특정 지역의 밀집화와 그로 인한 문화적 충돌.
모두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사실들이 만들어내는 '고이고 파편화된 감정'입니다.
조선족과 중국인은 차별과 불안정한 지위에서 오는 '방어적 고립감'을,
기존의 한국인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변하고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근원적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서로 소통되거나 해소되지 못한 채 썩어가며,
사진 속 풍경처럼 서로를 밀어내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한 때 차상위계층으로 그 동네에 살았습니다.
그곳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한국인에게도 '안전망’이 부족한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다문화 정책'은 종종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는 '결혼 이주민'이나 '외국인' 등 특정 대상을 위한 시혜적 정책으로만 작동하며,
정작 그들과 같은 공간에 사는 '취약한 한국인'을 사각지대로 밀어냅니다.
그 결과, 정책은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합니다.
"왜 그들만 E-1 비자인가?”
- 즉, 왜 특정 외국인 집단에게만 자원이 집중되고, 같은 공간에 사는 취약한 한국인은 제도 밖에 있는가?
이라는 정당한 박탈감은 곧 혐오의 재료가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인권 정책, 지속가능한 사회통합 정책은 '외국인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그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모든 구성원을 동등하게 보호하는 '보편적 인권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문화 정책이나 사회통합을 "왜 하는가?"라는 본질을 봐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소외된 이웃을 돕는 활동이 아닙니다.
이것은 '국가의 안정'을 확보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지속가능한 시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여기서 ‘국가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배타적 민족주의로 오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말하는 정체성이란, '안전', '언어', '문화'라는 기반 위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의 문화적 언어'이자 '정서적 합의'입니다.
구성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문화가 충돌만 한다면 그 사회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통합은 '생존 모드'가 아닌 '여유'의 영역에서만 가능합니다.
이 여유는 단순히 감정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감정적 회복은 물질적 회복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불안정한 고용, 주거, 교육 격차라는 물질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여유'는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집필중인 ‘감정윤리학(Emotion Ethics)'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감정'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세계와 내가 만나는 접점(메트로퐁티의 '살'개념)이자 순환해야 하는 에너지('도(道)의 리듬')입니다.
• '고인 감정'이란 무엇인가?
이 순환이 막힌 상태입니다.
이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면, '표현되지 못한 집단적 불안', '누적된 사회적 불신',
'안전망 부재로 인한 과도한 방어기제'를 의미합니다.
(이는 향후 '정서적 리스크 지표'로 개발할 수 있으며, 지표를 연구중에 있습니다.)
• '회복'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이 막힌 순환을 다시 뚫어주는 '구조적·문화적 개입'입니다.
여기에는 예술치유 워크숍, 커뮤니티 미디어를 통한 안전한 표현 공간의 보장(표현권),
그리고 법적/물리적 안전망 제공(방어권), 기업의 ESG 연계를 통한 구조 개선이 모두 포함됩니다.
사진 속의 저 모습은 '누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인과 조선족 모두가 각자의 불안 속에서 공통의 사각지대에 안전망 없이 방치된 결과입니다.
이제는 표면적이고 파편화된 다문화 정책을 넘어,
'모두의 보편적 인권'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큰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접근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1. 단호한 '안전'의 확립: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아닌,
‘출신 국적을 불문한 모든 불법과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법을 집행해야 합니다.
이는 '모든'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타협 불가능한 국가의 제1 의무입니다.
2. 적극적인 '회복'의 투자: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이들과 기존 주민들 모두의 '고인 감정'을 풀어내야 합니다.
이는 ‘물리적 안전망'이라는 구조적 투자와, 감정윤리학에 기반한 '정서적 안전망'이라는 문화적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지속가능성과 인권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