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 년 자는 고구마
우리 집에는 잠자는 고구마가 산다.
올해 고1 아들 고구마는 정말로 잠을 잔다.
잘잔다.
너무 잘잔다. 넘치게 잔다.
애미인 나도 학창 시절 아침잠이 참 많았다.
야행성이라 밤에는 에너지가 튀어 오르고 아침이면 죽은 듯 찌르지 않고 내버려 두면 낮까지도 잤다.
그런 나에게 이른 아침 등교는 정말 지옥의 마라맛이었다. 알싸했다.
중고등학교를 버스 환승하고 가자니 거의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고 아침 6시 넘어 일어나야 하니 그럴 만도 하긴 했다.
나 또한 그러했으니 이해하려 하다가도 치밀어 오른다.
고1 올해 한 해 27번째 아니 28번째 지각 알림이였던가...
담임쌤의 문자가 올 때마다 가슴속에 아니 내장 깊은 곳에 잠자던 불구덩이가 솟구치는 기분이다.
고구마를 삶아버릴까 쪄버릴까...
최근에는 출근시간이 여유가 있어져 버려서 감자 고구마 등교를 시킨 후 출근해서 그나마 지각 30번은 아직 넘어가지 않은 상태이다.
초등부터 시작된 지각이었다.
초등학교는 아이걸음으로 천천히 가도 10분 거리
중학교는 학생걸음으로 천천히 가도 5분 거리
고등학교는 자전거 타고 10분 거리..
내시절 라떼와 비교할 수도 없는 순수하게 착한 거리이다!!!
아침에 눈뜨면 모짜렐라 치즈처럼 쭈욱 늘어져있는 고구마를 기상시키는데 몇 번을 일어나라고 해도 대답만 하고 죽은 듯 누워 있는 구황작물을 보면 나도 모르게 습관화된 짜증이 아주 참으로 밀려온다.
까칠해진 말투의 나에게 고구마는 의아하다는 듯 말한다.
"엄마는 왜 짜증이 그렇게 많아?"
나도 퍽이나 궁금하다. 난 왜 이렇게 짜증이 많을까.
"엄마는 왜 말을 꼬아서 해?"
나도 퍽이나 궁금하다. 난 언제부터 이렇게 꼬여버린 걸까.
마음속을 비워내지 않은 채 차곡차곡 쌓아버린 불만 가득 내 마음이 어느새 저렇게 튀어나가 버린다.
쌓지 말고 털어내고 비워내야 하는데 참 쉽지가 않다.
10여 년간 계속되는 아침 수행이 참 쉽지가 않다.
고구마도 노력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와 이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도 고구마의 노력을 응원하려고 노력 중이다.
인간으로 사는 건 좀 고되다. 매사가 노력이다.
내 마음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는 것들을 나도 조금씩 정리해 나가야겠다.
그게 내가 살 길이다!!!
내 마음을 더 밖으로 착하게(?) 표현하고 더 힘주어 응원(?)하고 그렇게 나도 꼬인 인생(?) 풀어나가야겠다.
부디 잠자는 고구마가 이제는 깨어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