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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리치 Apr 28. 2023

저,, 육아휴직하려고요..

면도하는 전업주부(맞벌이) #2

-엄마, 아무래도 안되겠지?

-허리수술했잖아. 체리를 안고 업지를 못해.


진수는 한숨이 나온다.

민진이의 육아휴직은 3개월 정도 남았다.


-민진아. 안된데.

-그럴 것 같더라. 어머님 허리 아프시잖아.

-장모님도 좀 그렇지?

-안돼. 장모님 목포에서 못 떠나.

너 육아휴직 밖에 없어.


진수는 말랑거리는

트리게라톱스 공룡인형을

의미없이 쥐었다 폈다하면서

앞에 있는 체리를 빤히 쳐다본다.

민진이는 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설겆이에 한창이다.


-설겆이가 제일 편해.


민진이가 고무장갑을 수전위에 척~걸치면서

혼잣말을 한다.


유난히 조용한 사무실에

진수는 멍하니 메신져를 바라보다가

5m 떨어진 부장님 자리로 흘깃 본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지?


MBTI 'I'인 진수는 뭔가 요청할 때는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다.


진수는 내심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하지만,

육아휴직을 한다고 입 밖으로 내어놓는게

여간 힘들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혼자 일어나지도 않을 시나리오를 짠다.


말을 못한지 일주일이 지나갔다.


-오늘도 그냥 들어가면 민진이가 뭐라 할건데..

어쩌지? 안되겠다. 5,4,3,2,1


진수가 벌떡 일어나 부장님 자리로 가는데,

부장님도 벌떡 일어나신다.


-왜? 나한테 할 말 있어?

-네. 부장님.. 이번 프로젝트 진행중에 품질팀에서

결과를 공유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아... 병신..


진수는 속으로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하는게 왜케 힘든거야....아. 쒸..


동료들과 점심밥을 먹으면서

웃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육.아.휴.직


사실 우리팀에서 아빠 육아휴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사실도 진수에게는 중압감이었다.


진수는 다시 사무실 책상 앞에서..

메신져만 쳐다본다.

부장님이 왔다갔다하는데...

신경쓰인다...


-죄인도 아닌데,, 내 성격 왜이러냐..


진수는 체리 얼굴, 민진이 얼굴이 번갈아

떠올린다. 그냥 포기하고 베이비시터를 구할까?


-아니야.. 그건 아니야..

이건 민진이도 아니라고 했어.


이미 부장님으로 향한 메신저 빈 칸에는

'부장님,, 개인적으로 면담 신청드립니다.'

가 적혀있고,, 이제 엔터만 누르면 된다.


다시

-5,4,3,2,1 에라이 툭~


전송했다.


진수는 벌떡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소변이 마려운 건 아니었는데,,

괜히 화장실에서 소변을 눈다.

콩닥콩닥...


진수 스스로도 이게 뭐라고

이렇게 부담감이 되는지..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떻해..

그렇게 토닥이며

다시 책상에 앉는다.


내가 보내 메신져 앞에


'안읽음'


또 다시 가슴이 콩닥콩닥..

다시 나갈까....

진수는 그런 마음을 먹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품질팀에서 온 전화였고

진수는 자연스럽게

업무를 하기 시작한다.


품질팀과 통화를 하고,

후배들과 업무 이야기를 하고,

데이타를 보다보니,

점점 면담에 대한 기억들이 잊혀질 즈음.


진수는 자신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얹히는

감촉을 느낀다.


-잠깐 시간있어?


부장님이다.


-아,, 네..


그렇게 진수는 부장님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성큼성큼 나간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

혼자 두뇌 100%를 사용하면서

시나리오를 짠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나리오는 그대로 흘러가지 않는게

인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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