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엄마편]
회사에서, 집에서 PC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시험관 시술 잘 하는 곳' 광고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맘까페를 뒤지기도 하다가 결국 서울쪽에 유명한 곳이 많았다. 하지만 엄두가 안 났다. 지금 사는 곳과 제법 거리가 있었기에, 가능할까, 갈 때마다 휴가를 써야 하는데 그리고 매일 오라고 하면 어떻하지? 별의 별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기다려볼까도 생각했지만 인공수정이 실패했고, 자연임신은 어렵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 까짓거 한 번 해보자. 그렇게 생각했지만 불안하다. 남편의 표정이 생각나고, 남편의 어눌한 말이 생각나고, 다른 건 무섭지 않은데 남편의 반응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신경은 쓰이지만 내 성격은 깊게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날 저녁, 저녁을 먹다가 그냥 말해 보았다. 내향적인 남편은 조금 생각하다가, "여자가 힘들다던데..." 역시나 내 걱정이다. 뭐가 그리도 미안한지, 과도한 미안함이 불편하다. 그냥 좋다, 싫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면 깔끔한데 또 빙빙 돌린다. 내 남편의 종특인거 같다. 결국 거절을 못하는 성격으로 승낙할거라는 건 알지만, 남편은 뭔가 꽁꽁 생각을 싸메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게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1995년식 액센트를 타고 매주 서울로 가는게 힘들고,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좀 좋은 차 쫌 사지... 남편 아버지, 즉 시아버님은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일을 하신다. 효자인 남편은 나와 결혼한 이후로도 부모님 눈치를 참 많이 본다. 이해되지 않지만, 그리 신경쓰지 않았고 가끔 그렇게 쩔쩔 매는 모습들이 불쌍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기업 맞벌이인데 95년 액센트,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할 말은 많지만 안 하는게 낫겠다. 시댁 부모님 차도 액센트이다. 취직하고 4년뒤인가... 남편은 차를 살려고 했는데, 장단컨데 분명히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차가 있었을 건데, 부모님 눈치를 보다가 그냥 아버님이 생각하신 차를 산 듯하다. 바로 95년식 액센트.. 우리의 연애시절 애마였고, 참 그걸 타고 많이 돌아다녔지만 솔직히 별로였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수동으로 다이얼을 돌리면 창문이 열리는 그 수준이었다.
아무튼, 액센트를 타고 서울까지 매주 가는 건 싫었다. 그리고 사실 의술 차이가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봐도 광고성이 많았고, 천안에서 그래도 유명한 곳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호언장담을 하시고, 그게 조금 불안했지만 믿고 가보기로 했다. 과배란 주사를 맞으며 직장생활을 계속 했다. 일도 많았고,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을 마음속으로는 이해할 지 모르겠지만 업무적으로는 이해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도 굳이,, 티 내고 싶지 않는 마음도 있었고, 그렇게 과배란 주사를 맞고 정기적으로 시험관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를 가면서 디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의 중요한 절차가 있다. 과배란 된 난자, 즉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개의 난자를 채휘하는 절차, 그리고 그 난자와 정자를 밖에서 수정시켜서 몸속으로 넣는 절차, 이렇다. 결국 여자가 문제이든, 남자가 문제이든 고생은 여자이다. 살짝 억울한 면이 있지만 나는 그리 깊게 신경쓰지 않는 쿨한 여자이다. 어서 아기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 뿐...
차가운 타일이 보이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느낌만 있는 분만실 같은 곳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된 난자를 다시 내 안으로 들였다. 수정된 난자를 자궁벽에 임의로 붙히고 조금 안정을 취한다. 바로 움직이면 혹시 떨어질까봐.. 그 때 남편이 들어온다. 극내향인인 남편은 또 미안하다고 눈물은 글썽인다. 이 양반은 참 눈물도 많다. 내가 힘든데, 남편을 위로하고 있다. 하아..
그렇게 내가 살던 곳에서 첫번째 시험관 시술을 끝냈다. 이제 10일 후에는 결과가 나온다. 시험관 시술비를 날릴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혹시나 직장생활을 하다가 내 안에 작은 세포가 떨어질까 두려워서 그냥 휴가를 길게 내었다. 회사에도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굳이 숨길 필요가... 뭐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쿨하게 휴가를 내고 집에서 뒹굴뒹굴거린다. 조금 편하긴 했다. 소심한 남편도 잘 해주고, 집순이인 나도 적성에 딱 맞다.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집에서 누워만 있다. 살만 찌는 것 같지만 뭔가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당당함이 있었다.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간다. 어느새 휴가가 끝나고 10일이 다되어간다. 중간중간에 뱃 속의 느낌에 민감해졌다. 보통 때와는 틀린데... 상상에 상상을 하면서 될 것같기도 안 될것 같기도 그런 시간들이 지나간다. 내일이면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찍으면 바로 알 수 있을껀데 괜히 임테기를 해보고 싶다. 나도 두 줄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평범한 임산부처럼...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