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공격하는 중..

대기업 다니는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by 워리치

안과에서 받은 종이 하나를 들고 집에 왔다. 그리고 PC를 켜고 포도막염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자가면역질환, 내가 나를 공격하는 그런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류마티스 내과를 가라고 했을까? 네이버에 글들을 보면서 더 마음이 안 좋아졌다. 네이버는 왜 이리도 극단적일까?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병원은 왜 이리도 사람이 많을까? 세상에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슬프다. 지금은 내가 더 문제다. 안 그러려고 했지만 시간 날 때마다 포도막염을 검색했고, 관련 검색어는 강직성 척추염이다. 설마,, 일주일 뒤에 병원진료인데 의사도 아닌데, 혼자서 온갖 상상과 후회도 한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성향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과도하게 자책을 한다. 사실 다 그런줄 알았다. 와이프를 만나면서 내 성향을 희미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결정을 남한테 미룬다. 타인에게 의존한다. 친구들과 만나거나, 회사동료들과 벙개를 할 때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게 나한테는 어렵다. 내가 메뉴를 선택했을 때 누군가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후회를 한다.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나한테는 별 거이다. 이런 걸 와이프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럴수도 있지, 다 만족시킬 수 없어.." 하지만 남들이 만족하지 않거나, 불만을 나는 견디질 못해 결정을 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먹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이런 성향이 회사생활을 힘들게 했다. 어떤 일이 나한테 떨어지면 그 일이 내 일인지, 남의 일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정확히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거절하면 상대방과의 연결이 끊어질까봐 전전긍긍한다. 잘 모르겠다. 왜 이런지.. 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거절을 못하는 성향이 나 뿐만아니라 내가 소속된 집단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 업무를 교통정리 해주는 역할도 위로 올라가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런 결정들이 너무 어려웠고, 어디세어 불만 섞인 이야기가 나오면 자책한다. 왠만하면 책임을 지려고 하니깐, 업무양이 많아지고... 그러는 동시에 이렇게 하는 나를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원했다. 모든 기준을 남한테 맞추었다. 회사안에서 나는 없다. 타인을 위함이 나를 인정받기 위함이었고 스스로는 인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나를 공격하는게 가장 편했다.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마음도, 몸도 스스로를 공격하는게 편했을까? 척추, 골반에 연골을 내가 스스로 공격해서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었다. 나의 성향이 몸에서 반응한 결과였다. 눈물이 나온다. 30대 후반, 중증 난치성 질환을 가지게 되었다.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몇 번이고 물어보았다. "난치성이 맞나요? 혹시 완치되는 사람은 진짜 없나요?" 거의 희박하다고 한다. 자가주사를 맞으라고 했지만, 타인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이럴 때는 거절했다. 약으로 할 수 없냐고?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해보자고 한다.


너무 아프다. 왼쪽 골반부터 허리까지 너무나 아팠다. 몸살 기운도 계속 있다. 열도 났다. 3일 정도 참다가 다시 대학병원 예약을 했다. 매일 밤 아파서 깰 정도였다. 모든게 의욕이 없다.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방문한 류마티스 내과에서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한다. 어느 새 손에는 펜처럼 생긱 자가주사가 쥐어져 있다. 주사실에서 간호사께서 설명해주신다. 애써 웃음을 지으며, 내 두툼한 뱃살에 주사기를 찌른다. 내 마음도, 내 몸도, 내 치료도 스스로 한다.


그 때부터 약 5년이 흐른 지금까지 스스로 주사를 놓는다.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8살짜리 아이도 주사를 놓는 아빠를 이해한다. 충격과 절망을 다가왔던 5년전 사건이 삶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균열을 메우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삶의 균열,,, 과연 절망만 있었을까?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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