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니는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남편이 오늘도 침대에서 누워있다. 들어갈까 하다가 모르는 척 했다. 주먹으로 무언가 때리는 소리, 그리고 중얼거리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닫힌 안방 문으로 희미하게 들린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 모든게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 어떻하든 해결책을 주려고 했지만 별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였다. "그만두어도 괜찮아. 퇴사해도 우리 살 수 있어."
이런 시간이 벌써 3년이 넘어갔다. 물론 계속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예상할 수 없었다. 집에 왔다가 회사일이 걱정되서 다시 출근하는 일이 잦은 날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확률이 높았다. 나는 그냥 저녁을 차리고, 체리를 달래줬다. 체리도 6살, 이제 왠만큼 아는 나이다. 아빠가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파한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체리를 안고, 아빠는 회사일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이야기해준다.
안방에서 남편의 소리가 줄어들 즈음, 문을 열고 들어가보았다. 늘 같은 모습, 침대에 옆으로 누운채, 머리 밑에 배개에 눈물자국이,, 똑같은 말을 한다. 약간 나도 화가 난다. '제발 그만 두라고!!' 나 역시 이렇게 하면 안되지만 왜 내 말은 안듣는지 화가 난다. 남편은 몸이 안 좋다. 자가면역질환으로 한 달에 두 번 자가주사를 맞는다. 그것 말고는 일상생활에 크게 문제 없어보이지만, 마음이 아픈게 여간 신경쓰인다. 죽고싶다는 말,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는 말, 이제는 지겹다. 이 정도 되었으면 그냥 그만두지...
대기업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아왔었다. 하지만 먼저 퇴사 이야기를 꺼낸건 나였다. 아기를 가지고 싶어서, 노력을 했지만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뭐가 문제지? 병원을 갈 수 밖에 없었다. 난자나이가 지금 나이보다 많았고, 모든게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를 받고 아기를 가지려고 했지만 번번히 안 되었다. 직장인이라 산부인과를 가는 것도 녹록치 않았다. 모든게 귀찮고, 모든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퇴사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애써 괜찮다고 했고,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지만 밝은 표정은 아니였다. 양가에 이야기하고, 퇴사날짜를 잡으려는 도중에 불안감이 올라왔다. 만약 퇴사하고도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원인을 알고 싶어졌다.
시간을 내서 큰 병원을 갔다. 남편과 같이 오라고 한다. 아기가 생기지 않은 것은 반드시 나, 원인이 여자에게만 있지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 확실히 하려면,, 남편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남편의 성격을 알고 있다. 거절하지 못하고, 꼭 나중에 궁시렁거린다는 것을,, 마음이 복잡했지만 우리는 1995년식 액센트를 타고 유명한 강남의 산부인과로 향했다. 나도 남편도 검사를 하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지... 여러가지 사정으로 아기를 못가지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게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검사는 약 1시간,, 원인은 둘 다였지만 의사선생님은 남편쪽이 가깝다고 했다. 아,, 안되는데..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 예상대로,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아무 말이 없다. 남편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걸 극도로 어려워한다. 그 상대가 나라도.. 나는 괜찮다고 했고, 나한테도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듣지 않는다. 남편은 테스토스테론을 처방받고, 인공수정을 예약하고 내려왔다. 그 이후 남편은 더 우울해 한다. 3년동안의 시간이 자기 때문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할려고 했지만 역시 우울함은 전염된다.
인공수정하는 날, 연차를 내고 남편이랑 병원에 도착했다. 2시간 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나왔다. 인공수정이 불가한다고 한다. 허탈했다. 남편의 정자가 부족했다. 남편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괜히 병원 탓을 크게 한다. "아니, 이렇게 큰 병원이 꼭 이렇게 해보고 결과를 말해주냐? 이전 결과로 예측하지 못하나?" 남편 탓이 아니라는 늬앙스로 이야기했지만 남편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내려올 때 내가 운전을 했다. 괜히 인공수정 한다고 했나.. 회사일로, 아기가 안 생기는 일로 부담을 주었나? 그런데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 마음이 복잡해졌다.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아이.. 어떻게 보면 평범한 가정인데 그 평범함이 이렇게 힘들까? 자꾸 외부탓을 하고 싶어진다. 결국 어렵게 남편한테 말을 꺼낸다. "시험관을 해 보자."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