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니는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나는 퇴사자이다. 퇴사 절차는 순식간이다.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12년을 공부하고 단 하루 수능시험을 친다. 허탈하다. 퇴사도 마찬가지이다. 할까? 말까? 고민만 5년 하지만 퇴사 절차는 단 2일 만에 끝난다. 부서 팀장이 OK 하고 인사과가 OK만 하면 퇴사 절차만 있을 뿐이다. 퇴직금을 받을 통장을 알려주고, 서약서 비슷한 걸 작성하고, 그러면 끝난다. 퇴사일이 정해져 있었는데 만약 연차가 남아있으면 다 쓰면 된다. 그러고 사원증을 반납하고 나오면 이제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된다. 기분이 묘하다. 사원증을 반납하기 전 괜히 사진을 한 장 찍는다. 17년간 함께 했던 사원증, 누군가는 족쇄라고 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반납하는 순간 회사문을 통과하고, 사물실을 통과하고, 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용도가 아닌 그냥 조그만 플라스틱이 되겠지... 그렇게 사원증은 반납되었고, 정문 인포메이션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17년 동안 다녔던 곳인데 못 들어간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른 세상이겠지? 설렘도 들지만 주차장을 가면서 다시 뒤돌아 보게 된다. 눈에 더 담으려고 하는 건가? 집보다 회사에서 있는 시간이 많았듯 그곳의 삶들이 녹록지 않았지만 그렇게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게 사람이다.
몸이 아팠다. 몸이 아프니 마음이 아파왔다. 아니 반대인가? 헷갈린다. 아무튼 몸과 마음이 소진되었다. 소진되면 일단 의욕이 없어지고, 눈물이 나온다. 출근의 두려움으로 일요일 저녁이 무서웠다. 그럼 삶이 5년 정도 지속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멍든 것처럼 아프고, 햇빛을 볼 때 눈이 시렸다. 뭐, 별거 아니겠지? 하고 지냈는데 더 심해졌다. 병원이 그냥 무섭다. 웬만하면 참는 편인데 이런 사람이 위험하다. 호미로 막을 걸, 뭘로 막지? 하여튼 그 속담. 아무튼, 병원에 가니 포도막염이란다. 뭐지? 포도막? 포도는 아는데,, 의사 선생님이 웃으신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한다. 눈알을 감싸는 얇은 막이 있는 게 그게 포도막이라고 한다. 끄덕끄덕, 거기에 염증이 생겨서 그렇다고 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불안하다. 사람들이 잘 걸리지 않는데,, 지켜보자고 쿨하게 말씀하신다. 약을 먹고, 넣다 보니 낫는다. 별거 아녔구나.
그 주에 와이프와 오래간만에 콧바람을 쐬러 가기로 했다. 소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때라 자주 여행을 갔었다. 일본 본토 최남단, 가고시마였다. 그곳의 기억은 생생하다. 왜냐하면 포도막염이 재발되었기 때문이다. 심하게 재발되어서 검은 동공이 희게 될 정도였다. 어떡하든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려고 했지만 와이프의 두려움이 더 컸나 보다. 첫째 날 저녁에 도착해서, 다음날 반나절 주위 구경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일정을 변경해서 돌아왔다. 일본에 우동 먹으러 간다는 말, 본의 아니게 그렇게 돼버렸다. 도착하자마자 안과에 갔다. 무서운 말을 한다. 약은 지어주는데 '큰' 병원을 가버려고 한다. 큰 병원.....
평생 살아오면서 처음 들었던 큰 병원, 진단서를 끊어주고 대학병원으로 예약을 잡는다. 소심한 나는 별의별 생각을 한다. 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지? 왜?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