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바닷가에서 생긴 일

2002년 부산 기장 근처 어느 바닷가

by 워리치

"라면 끓여 먹고 가자!"


찬장에서 라면을 꺼내며 말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습한 바람이 몸에 붙는다. 이건 땀냄새인지, 라면냄새인지 궁금하지 않았지만 라면은 맛있다. 다 먹은 라면을 싱크대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채 밖으로 나왔다.


"이제 가볼까?"


대장 역할을 좋아하는 광우가 말했다. 나, 기현, 광우 이렇게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의욕의 구간은 딱 한 시간! 한증막 같은 습도, 그냥 비가 낫다. 땀범벅이 된 채 편의점 앞에서 게토레이를 원샷한다. 덥다. 부산 도심에서 기장으로 넘어가는 길, 언덕이 너무 많아서 부산 도심을 빠져나오기 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출발한 지 3시간, 바다의 내음이 느껴진다. 이제 바다다. 자전거 도로가 없어 덤프트럭이 지날 때마다 아찔했다. 습한 바닷바람이지만 시원했다. 촉감보다 시각으로 인한 쿨링 효과였으리라. 오후 6시, 사타구니가 땀으로 쓸려 따가워질 무렵 광우는 급하게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는다.


"여기 괜찮네."


공용화장실이 있고, 경사가 급하지 않아 충분히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다. 우리는 텐트를 매고, 도로 옆으로 빠져나와 바다로 내려간다. 우리는 노지에 텐트를 친다. 평평한 자갈을 쿠션 삼아 텐트를 친다. 화장실에서 대충 씻은 뒤 버너를 꺼낸다. 딱딱! 슈우우 경쾌한 메탄가스가 파란 불꽃을 만든다. 어설픈 냄비밥에 3분 카레였지만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천국이었다. 이미 주위는 땅거미가 지고, 하늘은 붉어졌다가 검붉어지고 금세 어두워졌다. 이제 뭐 하지?


"고스톱이나 하까?"


광우는 벌렁 드러눕는다. 습하고, 초행길 그리고 자전거 여행, 몸이 힘들어서 나도 드러누웠다. 노곤하다. 기현이가 라디오를 키는 소리를 들었지만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잠들었다.


"댕댕~ 꽹꽹~ 꽤괘꽹~"


희미하게 소리가 들리더니, 이미 큰 소리로 바뀌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주위는 어두웠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밖에 누군가 있는 거 같았는데, 눈꺼풀이 무겁다. 꽹과리 소리인 것 같은데, 뭐지? 궁금하지만 다시 기억을 읽는다.


다시 희미한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사람 소리인가? 잠이 훅 날아갔다. 텐트의 얇은 천 사이로 작은 불빛이 보인다. 흔들리는 게 캠프파이어 같기도 하고, 분명 랜턴 불빛은 아니었다. 어른거리는 불빛이 이따금씩 광우와 기현이 얼굴을 비추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두 사람. 무섭지만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공포영화의 비운의 등장인물이 되기 싫었다. 호기심을 눌러라. 그래야만 살 것이다.


나는 눈을 다시 감았지만 점점 더 호기심만 커져갔다. 다행인 건 호기심보다 공포가 더 커진 탓에 끝까지 텐트 안에서 쥐 죽은 듯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잠들었다.


"야, 어젯밤에 시끄럽지 않았어?"


뭐야? 광우와 기현도 깨어있던 것인가? 아침 6시,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바다는 어제와 같았다. 다만 습하지 않은 상쾌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파도와 해변의 경계선에서 어제 못 본 걸 발견했다. 촛불 그리고 약간의 음식물(?) 그리고 타다 만 향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동시에 말했다.


"굿한 거였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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