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엄마편]
한 줄이다. 희미하게 두 줄이라고 우겨보고 싶어서 몇 번을 보았지만 한줄이었다. 남편도 한 줄이라고 하고 뒤돌아섰지만 10분뒤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보았다.
"뭐 해?"
"인터넷으로 보니깐 임테기 한 뒤 15분 뒤에 나오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그런데 한 줄이네.."
그냥 다시 무의미하게 틀어놓은 티비로 눈을 돌렸다. 내일 병원가서 확인할걸..하는 후회도 되었지만 내일 결과를 믿기로 했다. 아직 모르니깐,, 다시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니 잠이 온다. 참,, 이 놈의 잠은.. 금방 잊는게 좋은걸까? 잠이 쏟아진다. 밖에서는 남편은 실망했는지 조용하다.
한참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상쾌하다. 뭐 어때? 안될 수도 있지..분명 남편은 행복회로를 돌렸을텐데 실망이 클거다. 하지만 내가 그녀석의 기분까지 생각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그래도 남편은 나를 위해 이것저것 해줬다. 핫케이크, 전복 버터구이, 치킨... 생전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하지 못했던 남편은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나를 위해 이것저것 해줬다.
"오오~ 맛있네.."
진짜였다. 제법 맛있었다. 남편은 임테기 신경쓰지 말란다. 자꾸 이야기한다. 이렇게 여러번 이야기하는 걸 보아 나보다 남편이 더 신경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심한 녀석, 남편은 참 생각이 많다. 좀 잊어먹어도 될 것을 잔잔한걸 잘 기억하고 세심한 편이다. 보통 여자들이 잘 기억한다고 하는데....나는 그런것 관심없고 남편은 잘 챙기고 주위에서 나보고 양군이라고 하고, 남편한데 황양이라고 한다. 진짜 오해할 만하다. 아무튼 내일 최종결과가 나오는 것보다 곧 출근해야하는게 여간 신경쓰인다.
결과는 임테기의 한 줄과 일치했다.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 임테기 한 줄을 봐서 그런지 무덤덤하다. 우울해할 줄 알았던 남편도 생각외로 무덤덤했다. 다음 스케줄을 예약했다. 남편은 서울로 가서 하는게 어떨까 제안했지만, 내키지 않는다. 멀어서 조금 귀찮고, 다음번에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과 외식을 하면서 다시 일상으로 들어왔다. 의료보험 지원도 안 되는 비싼 시험관 시술비만 날렸네...
몰랐는데, 참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난임휴가라는 게 있다. 임신을 위해 1개월 무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건 주위에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병원에 가면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 주위에는 없네... 내부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주위에서는 참 쉽게 아이를 가지는 것 같다. 그냥 결혼하고 그 다음 스텝처럼.. 그래도 원인을 알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빠, 엄마 모두가 정상인데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건 난감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난 양반이다라고 생각했다. 70%는 아빠, 30%는 내문제 복합적이지만, 자연임신은 힘들고, 순간 이 사람과 조선시대에 결혼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시절에는 알 수가 없으니 무조건 여자 탓만 했겠지....
회사에 복귀해서 반나절은 메일만 확인했다. 공식적으로 7일정도 휴가를 쓰고 복귀하면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게 불문율이다. 일을 주지도 않고, 메일을 다 읽었지만 메일을 읽는 척하며 반나절을 버틴다. 오후부터는 슬슬 행동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참,, 몸이 기억을 하면서 금방 회사생활에 스며든다. 나도 남편도 그렇게 다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기계의 부품처럼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한다. 아기가 없으니, 야근도 자유롭고, 벙개도 자유롭고, 모든게 자유롭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 나를 배려해서 아이가 있는 동료들은 아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런 시간들이 지나간다. 회사안에서의 시간은 하루는 무지 긴데, 한달은 엄청 빠르다. 벌써 두 번째 시술을 예약한 날이 다가온다. 다시 산부인과로 가서 그 이상하고 차가운 의자에 앉아야 하는데... 에휴...
그래도 남편은 병원을 갈 때 꼬박꼬박 따라와준다. 조금 고맙기도 한데, 워낙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피곤할 때도 많다. 남편은 병원가서 하는 게 없다. 내 이야기 들어주고, 내가 진료를 받는동안 뭘 하는 지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두 번째 시술이 다시 시작되었다. 한번 해봐서 그런지 능숙하고, 할 만하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왜 아이를 원하는 걸까? 문득 내 안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그냥 때가 되어서? 남들은 다 겪는 과정이니깐? 왜 아이를 낳아야하는지 답변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진정 내가 원하고 남편이 원하는 걸까도 흐릿하다. 하지만 비싼 돈을 들여서 두 번째 시술을 하고 있다. 남편에게 물어봐야 겠다. 왜 아이를 원하냐고? 그냥 우리 둘이 알콩달콩 지금처럼 살아도 되지 않냐고? 먼저 나보투 답을 찾아야 하는데... 잘 모르겠지만, 본능인가? 아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번식에 대한 본능? 그냥 아이가 있으면 남편과 내가 완성되는 느낌이 들고, 편안한 마음이 든다. 논리적으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지만, 감정, 본능적으로 나와 남편은 작은 아기를 원하고 있다.
나한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두 번째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런 질문들이 속에서 올라오지 않게..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