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아빠편]
"잘 다녀와~"
현관문이 닫힌다. 어제까지 회사원이었는데 오늘은 휴직자이다. 와이프는 이제 회사를 다시 나간다. 아직 체리는 자고 있다. 뭐하지? 냉장고를 열어서 아침, 점심 먹을거리를 체크한다.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 밖에서 미약하게 버스 소리만이 들린다. 조용하다. 책이라도 읽어볼까? 하다가 핸드폰을 본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투다다다닥~
체리가 걸어 나온다. 귀엽지만 이제부터 일상이 시작된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체리를 앉고 책을 하나 꺼내 든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는 아침을 언제 주지? 오늘 뭐하지? 와이프는 빨리 올까? 훗~ 와이프가 출근하자마자 언제 올지 생각해본다. 체리는 미역국과 계란을 좋아한다. 다행이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이었고 육아휴직을 준비하면서 와이프한테 알려달라고 한 거였다. 이제 체리와 나, 둘이 지낼 시간들이 많지만 집안의 곳곳에는 와이프가 이뤄놓았던(?) 흔적들만 가득했다.
다행히 미역국이 있다. 미역국을 끓이고, 적절하게 식힌 다음, 계란 스크램블을 만든다. 체리를 아기의자에 앉히고 턱받이를 단다. 체리는 밥에 관심이 없고, 손으로 이것저것 조물거린다. 음식은 온통 바닥에 떨어지고 나는 한 숟갈 한 숟갈 체리에게 떠 먹여준다. 지저분하는 것, 청소하는 것 이런 건 상관없다. 그냥 하면 되니깐,, 하지만 체리가 밥을 잘 안 먹는다. 이게 더 스트레스이다. 누군가는 배고프면 먹는다고 안 먹으면 안 줘도 된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안달이다. 육아는 이론과 현실이 조금 다르다. 아이도 잘 안 바뀌지만 나도 잘 안 바뀐다.
핑크퐁을 틀어주고, 나는 걸레인지 행주인지 모르는 무언가로 식탁도 닦고 바닥도 닦는다. 언제부턴가 행주를 걸레처럼 사용한다. 설거지를 하는 시간, 이 시간이 행복하다. 모든 엄마들이 나와 같은 생각일까? 설거지를 하면서 별의별 생각을 한다. 설거지는 사색의 시간이다. 설거지가 끝나면 다시 육아시간인데, '뭐하지?' 항상 '뭘 할까?'라는 질문을 달고 산다. 그래,, 첫날이라 그래, 루틴을 만들면 되겠어..라고 잠깐 생각하면서 체리와 책을 읽고 인형을 가지고 노는데, 지겹고 힘들어진다. 첫날인데 반나절 집에 있으니 좀이 쑤신다. 일단 체리를 후다닥 외출복으로 갈아입히고,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뭔가 아침부터 많이 일한 것 같은데 시계의 짧은 초침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지 않다. 휴,,
밖에 나갔다. 체리와 난 조금 어색하다. 나도 어색하지만 체리도 어색한 눈치이다.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아빠가 왜 이 시간에 있어?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그래 어제까지 엄마랑 계속 붙어있다가 갑자기 아빠가 아침부터 밥 먹여주고 놀아주니 이상하기도 하겠다. 그냥 동네 천변을 한 바퀴 돈다. 체리는 유모차를 탔다가 내렸다가 돌멩이도 줍고, 놀이터에도 갔다가, 그냥 이곳저곳 저곳 이곳..
시간 참 안 간다. 그렇게 해도 1시간가량, 1시간을 밖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머릿속에는 점심 뭐하지? 계속 그 생각이다. 김에다가 멸치나 치즈를 넣어서 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집으로 향한다. 점심을 먹는 전쟁을 치르고 나니 2시가 넘는다. 체리가 졸려하는 모습이다. 체리는 너무 귀여운데, 졸려할 때 더 귀엽다. 사심이 반영되어서 그런가 보다. 체리는 등 센서가 발달되어 있어 꼭 안아줘야 잠을 잔다. 토닥토닥, 쉬쉬쉬~ 그렇게 체리를 재운다. 빨리 자라~ 빨리 자라~ 그렇게 체리는 잠들고 조심스레 침대에 눕힌다. 가끔 실패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성공이다. 소파에 앉아서 멍 때리다가 방을 보고 주방을 본다. 온통 일거리, 바닥은 체리 장난감, 책들로 어지럽혀 있고 주방은 설거지거리가 가득하다. 치울까? 쉴까? 머릿속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정리하자고 마음먹는다. 후다닥 치우니 시계의 짧은 초침은 3을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참 안 간다. 뭔가 이렇게 해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외부활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든다. 그래서 익숙하게 소파에 기대어 스마트폰을 켠다. 갤러리아, 신세계, 이마트 문화센터를 뒤적거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괜찮은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관련한 정보가 없다. 물어볼 곳은 단 한 군데, 아이폰 즐겨찾기에 있는 와이프 전화번호를 누른다. 솔직히 와이프에게 했던 첫 번째 전화가 아니다. 이제껏 한 4~5번 정도 했을까? 와이프도 1년 6개월 만에 출근해서 적응 중이라 바쁠 건데 전화해서 물어보는 거라곤 마늘 어디 있어? 채원이 그릇 어디 있어? 어디 있어? 어디 있어? 온통 뭘 찾아달라는 요청만...
아무튼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다음 허락을 받는다. 빠르게 등록해야 한다. 방에서 부스럭부스럭 곧 체리가 깨어난다는 신호가 들린다. 다다다닥~ 체리는 울지 않고 이렇게 뛰어나와주는 게 고맙고 귀엽다. 하루가 이렇게나 긴데, 와이프는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크게 관심 가져주지 않았던 점이 괜히 미안해진다. 5시 무렵 괜히 와이프 전화번호를 누른다.
"언제 와?
"6시 차 타고 갈게.."
5시에서 와이프가 오기까지 6시 반까지 가장 힘든 시간이다. 잠깐이라도 육아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마음이 조급해져 온다.
"띠리릭~ 나 왔어~"
디지털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너무나 반갑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