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시술인데...

대기업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엄마편]

by 워리치

벌써 네 번째이다. 시험관을 시작한 지 3년이 훌쩍 지나갔다. 95년식 액센트를 타고 분당으로 왔다. 남편이 2번째부터 병원을 바꾸자고 했지만, 귀찮았다. '거기서 거기겠지..' 의심 반, 귀찮음 반이었다. 오늘은 욕심을 내보았다. 세 번을 실패했으니 체면도 서지 않았고, 남편의 말을 듣기로 했다. 분당 차병원에 도착하니 이곳 또한 시장통이다. 내 주위에는 그렇게 둘째, 셋째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많거만... 이곳은 다른 세상이다. 조금 위안을 받고 이상하리만큼 편안하다. 내 이름을 부른다.


휴우~ 일단 의사가 교수이다. 콧대가 높았고, 천안에서 받았던 검사자료는 병원 이름을 쓱~ 쳐다보고 옆으로 치운다. 역시 프라이드가 강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할 이야기만 한다. 질문할 시간도 없이 어느새 나는 밖으로 나와서 다름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진료실 앞에 걸려 있는 안내판에는 대기자가 20명이 넘는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하고 검사를 기다린다. 이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옆에 남편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세 번째가 지나니 익숙해졌나 보다. 남편도 같이 검사를 받는다. 첫 번째 검사 때는 울먹거리며,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남편 대기 숫자가 나보다 적다. 남편이 먼저 골방으로 가고 나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 별 볼 일 없는 연애 뉴스를 보고, 동영상을 보면서 별 볼일 없이 소중한 도파민을 쓰고 있다.


내 차례다. 차갑고 정말 정 가지 않는 의자에 앉아 나팔관 검사 등 이것저것 검사를 한다. 검사는 금방 끝난다. 표정 없는 간호사들, 감정 없는 나, '뭐 이곳도 똑같구먼..' 그렇게 지난 세 번째 실패를 정당화시킨다. 나가보니 남편도 스마트폰으로 도파민을 낭비시키고 있는 중이다.


"끝났어..."

"그래.. 가자.. 우리 뭐 먹을까?"


역시 남편은 편해졌다. 우리는 마치 여행이라도 온 듯이 주위를 살핀다. 그냥 밥집, 좁은 테이블이 3개 있는 작은 밥집에 들어가서 제육볶음, 순두부 찌개를 시켜본다. 달걀 프라이가 2개가 나온다. 난 이런 집이 좋다. 앞으로 계속 와야 하는데 이곳에 와야 되겠다. 검사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온다. 평일에 계속 휴가를 쓸 수 없기에 토요일 오전으로 예약을 잡았다.


"토요일에 오면 많이 기다려야 해요. 진짜 시장통이에요.."


상담받을 때 산부인과 교수님의 유일한 농담이었다. 남편을 밥을 하나 더 시킨다. 나 만나고 살이 10Kg 늘어서 걱정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이는 것 같다. 더 이상 찌면 곤란한데... 순두부 국물을 밥그릇에 끼얹여 잘도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눈이 간다.


"다 먹었어.. 가자"


집으로 내려오는데, 남편은 시설이 다르다는 둥, 역시 서울이라는 둥 신나게 이야기한다. 그래, 맞아. 다르기 하더라. 중요한 건 임신을 하는 거야. 속으로 생각하고 삼켰다. 단순한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주서 순간 난 좋은 아내라는 생각이 든다. 훗~ 이번에는 돼야 하는데.. 오늘 진료 대기를 할 때 옆에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9번째라고 했다. 뭔가 모를 동질감, 동료애 그런 게 느껴졌고, 그렇게 아기가 생기는 게 중요한가? 나는 남편과 나 단 둘이 오붓하게 잘 살 수 있는데... 그런 생각들이 올라왔다.


이번에 안되면 어떡하지? 더 이상 과배란도 하기 싫고, 왠지 몸에도 안 좋을 것 같고. 사실 더 이상하기 싫었다. 남편에게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번에 안되면 그만 두려는 마음도 있었다. 삶에서 아기가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내 삶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옆에서 운전하면서 신난 이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지? 우울해하면 또 내가 달래줘야 하는데... 조금 버겁다. 나도 위로받고 싶은데.. 꼭 내가 위로해 줘야 하다니.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저녁은 뭐 먹지? 귀찮은데 치킨이나 시켜먹을까?


To be continue...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육아휴직 첫날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