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시간은 뭘로 채우지?

대기업 부장님과 함께 사는 육아 아빠 이야기 [아빠편]

by 워리치

2살 체리와 함께한 지 2달이 지나간다. 아직도 헤매고 있지만 체리와의 단 둘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항상 고민이다. 문화센터, 문센을 즉흥적으로 등록했다. 화요일, 목요일, 더하고 싶었지만 내향적인 체리는 2개도 어려워하는 듯하다. 주 5일 중에 2번은 이렇게 문센으로 채워졌다. 집보다 백화점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고등어구이 정식, 저번 주도 이번 주도 메뉴는 똑같다. 한번 결정되면 쉽게 바꾸지 못한다. 고등어는 체리에게 같이 나오는 청국장은 내 몫이다. 욕심에 다른 걸 시켜봤지만, 다시 이 메뉴를 시키게 된다. 호기심이 많은 체리지만 먹는 것은 소극적이다.


양반다리를 한 내 앞에 체리가 앉아 있다. 문센 선생님이 나오라고 하지만 내 품이 아직도 좋나 보다. 그렇게 몇 주를 움직이지 않고 친구들이 하는 것을 지켜본다. 체리는 활동하는 것보다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다들 나와서 사탕 받아 가세요~"


체리가 우뚝 일어선다. 한 달 만인가? 점점 이 공간이 익숙해지나 보다. 친구들로 둘러싸여 선생님이 보이지 않지만 체리는 보인다. 가장 바깥쪽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선생님이 웃으면서 체리를 무릎에 앉힌다. 체리는 거부하지 않고 앉아서 사탕을 만지작거린다. 아직 뜯지 못하지만 반짝거리는 비타민 캔디가 좋나 보다. 그렇게 선생님 무릎에 앉아서 이번 시간을 마무리한다. 괜히 기분이 좋다. 선생님도 체리의 성향을 아시나 보다.


오늘은 조금 일찍 문센 교실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옆에 아이 엄마가 인사를 한다. 한 달 동안 늘 그렇듯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매주 오시네요.."

"아... 네..."


나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나왔을까? 물어보지도 않는 대답을 한다.


"네,, 제가 육아휴직 중이라..."

"아~~ 그러셨구나... 아빠 육아휴직 처음 보네요.."

"네,, 엄마가 일하고 있고 제가 휴직 중이네요.."

"와~ 엄마가 돈을 잘 버시는 거 보네요.. 하하하~~~"

"네,, 하하하하하"


주위를 살펴보니 3명의 엄마에게 둘러싸여졌다. 1~2주 아빠가 오는 경우는 있지만 한 달 이상 아빠가 오니 엄마들이 궁금한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들은 문센시간을 기준으로 앞뒤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것 같다. 그때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들의 표정이 밝다.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했던 게 해결되어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날부터 체리의 이름을 불러주고 이야기를 걸어주신다. 감동이었다. 나도 가시방석이었었는데, 뭔가 교감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체리는 횟수가 진행될수록 점점 앞으로 나간다. 이제는 내 무릎에 있을 때가 거의 없다. 엄마와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그렇게 친해질 수 있는 포인트가 마땅히 없다. 그래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어디야?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간다.


일주일에 두 번의 문센 시간도 이제 일상이 되었다. 나머지 3일도 참 길다. 매일매일 오늘 뭐하지? 오늘 뭐 먹지? 이 생각만 하는 것 같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벌써 나가리가 되었다. 뒤쳐지는 느낌이 가끔 들었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 육아의 시간 한 달은 참 빠르지만 하루는 정말 길었다.


체리는 물고기를 정말 좋아한다. 물고기 이름을 잘도 따라 한다. 복어, 상어, 문어.. 뒤에 '어'가 있는 물고기들을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제법 발음이 또렷했다. 오늘은 잠실 롯데타워에 있는 아쿠아리움으로 데리고 간다. 아침을 먹고 낮잠 타이밍을 잡아서 그때 차를 태웠다. 집에서 약 1시간 반 거리, 체리는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는 카시트에서 잘 잔다. 엄마가 뒤에 타는 순간 돌변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랑 차를 타면 카시트에서 잘 자는 편이다. 나는 차 안에서 노래를 따라 부른다. 힐링이 된다. 나만의 휴식시간이라고 할까? 어느새 높디높은 롯데타워가 보인다.


유모차를 끌고 푸드코트로 간다. 고등어구이 정식, 여기도 있다. 다행히 체리 입맛에 맞나 보다. 여기서 약 3시간 정도를 보낸다. 아기 상어 뚜르두두~ 체리는 안 되는 발음으로 뛰어다니면서 물고기를 구경한다. 평일 오후라 사람이 없어서 자유롭다. 그런데 갑자기 체리가 우뚝 멈춘다. 얼굴이 빨개진다. 헉,, 똥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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