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의 한 묘지에서
대학 다닐 때 어느 가을이었다.
01학번 선배와 필름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는데
선배는 나를 남양주의 한 묘지로 데려가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소개해주었다.
아주 따뜻한 가을날이었다. 고개를 들 때마다 눈이 부셨다.
가까스로 옅은 미소를 띤 선배의 얼굴엔
슬픔과 안도, 희망 같은 게 어려있었는데
기쁨과 슬픔이, 희망과 절망이 한 데 섞일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가을은 그리움이라는 것,
사진이 세월을 붙잡아둘 수 없다는 것도.